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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상태에서 인간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할까를 그려낸 문학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나 신체에 대한 직접 구속인 감옥, 수용소에서의 인간들이 패턴은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꺼리를 많이 던져준다. 어제 하루 자발적 감옥생활을 한듯한 기분에 😊 고전 중에서 ‘구속’에 관련된 한권을 골랐다. 물리적으로 '구체적인 구속과 강제’ 을 겪고있는 인간의 내면을 더듬는 소설, 이반데니고비치 수용소의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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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첫작품이다. 솔제니친는 친구와의 편지에서 스탈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8년간 수용소 생활을 한다. 이 경험이 이 작품과 #수용소군도 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다. 책을 줄거리 중심으로는 특별히 정리할 것이 없다. 매우 잔잔한 어조로 수용소의 풍경과 죄수들의 일상을 하나하나 그려넣고 있다. 영상처럼 흘러가는 모습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눈앞에 흘러간다. 수용소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어나는 별일없는 '수용소의 하루'를 그저 그려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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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거대서사 없이도 잘 읽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이다. 큰 사건사고라 할 만한게 없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이미 상실해 버린 '자유'와 '자유에 대한 정서적 단절'에 익숙해져 버린 '인간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깊숙히 소설(이라 쓰지만 거의 수기에 가까운 있었던 현실의 기록)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은 '오늘' 영창에 갈뻔한 위기를 넘겼고, 점심에 죽을 두그릇이나 먹게 되어 좋았다. 담배까지 살 수 있었으니 '거의' 행복한 날이었다. 수용소의 어떤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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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만행을 규탄하는 사회고발 소설일까? 표면적인 모습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의 경우는 유사체험을 한다. 군대라는 조직이 이 수용소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국가라는 절대권력에 의해 신체와 이동의 자유는 제약되며 루틴화된 일상에 '개인화된 인간'을 개조하여 복무시킨다. 물론 생활의 퀄리티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자본주의는 어떤가? 먹고사니즘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여 꼴보기 싫은 부장님과 회의를 해야하거나, 즐겁지 않은 자료작업을 해야한다. 퇴근시간까지 나의 '자유'는 회사라는 절대권력에 의탁된다. 오늘은 부장님한테 깨지지 않았고 기분좋은 부장님께 점심을 얻어먹을 수 있어 돈을 아꼈다. '거의' 행복한 날이었다고 느낄 수 있다. 어느 대한민국 흙수저 회사원의 어떤 ‘하루’다. 난 그저 ‘기시감’을 느낄 뿐이다.
덧,
오늘은 집안 탈출, 강아지 마냥 돌아다녔다. 🐶 바깥바람이 마음을 다독일 때가 있다. 까다롭진 않은 성격이라 생각하는데 시끄러운건 싫다. 🔊 오늘도 최대한 조용한 곳을 찾고 싶었으나 실패한 듯. 😊🌿🌱
p157" 저녁이 되어, 이때쯤 여기서 인원 점검을 받을 때, 그다음 수용소 문을 통과하여 막사 안으로 돌아올 때, 죄수들에게는 이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춥고 배고플 때이다.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배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지금까지의 전 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p203" 뭣 때문에 당신은 자유를 원하는 거죠? 만일 자유의 몸이 된다면, 당신의 마지막 남은 믿음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감옥에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셔야 해요! 그래도 이곳에선 자신의 영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
p208"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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