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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집착

by 기시군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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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를 더 찾아보고 싶었다. 베르베르와 기욤뮈슈, 보통씨 말고도 당연히 많은 작가가 있을터인데 내 독서의 폭이 너무 좁다. 찾아보니 두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남성작가로는 #미셀우엘백 에게 호기심이 생겼고, 여성작가로는 '아니에르노'가 궁금해졌다. 어떤책부터 볼까 궁리하다 이책으로 정했다. 첫 책은 무조건 얇은 책이다.  😊10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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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의 젊은 남자와 헤어진 중년의 여성. 분명 그에게 권태를 느껴 이별을 통보한 것도 그녀인데, 헤어진 남자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엄청난 집착에 빠져들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녀의 이름을, 직업을, 사는 곳을 알아내려 발버둥을 친다. 자신도 알 수 없다. 왜 이런 감정에 휩쓸리게 되는지를. 책은 그녀의 마음을 드려다 보며 감정의 변화에 그에 따른 행동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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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적이 없다 말하는 소설가였다. 자신의 내밀한 내면과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세상에 내어놓는 작가. 보통의 자존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누구나 짧게는 느껴보았을 집착과 질투의 감정은 대개의 경우, 그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감정으로부터의 탈출만을 생각하며 '감정 그 자체'에 대해 깊게 사유할 기회가 없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이렇게 '무논리적인' 감정의 흔들림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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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다. 거침없는 성적인 묘사도 마음에 들었고(😁👍🏼) 작가로써, 아니 한명의 개별적 자아로써의 당당함이 멋졌다. 뻔하지 않은 문장이 현학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니크한 표현과 묘사가 일품이다. 사실 그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지 오래다. 거장을 늦게 만났다. 조용히 장바구니에 #카사노바호텔 과 #탐닉 을 담았다. 이 책과 같은 디자인 포맷으로 출간된 책들로 이쁘다. 기분좋게 야한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

덧,
처음엔 타인의 '집착'이야기라고 구경하듯 읽었다. 쥐뿔도 없으면서 쿨병 비슷한 것이 있어 나 싫다는 사람에게 마음쓰는 일은 없지 않았나 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행동하지 않았을 뿐, 헤어진 여자에 대해 마음 속으론 '에르노'작가 만큼의 폭풍이 불었던 적도 있는것 같다. 가지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갈망은 '인간종'의 공통적인 증상일 터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p9" 나는 늘 내가 쓴 글이 출간될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했다. 나는 죽고, 더이상 심판할 사람이 없기라도 할 것처럼 "

p53" 유일하게 진실한 것, 결코 말하지 않을 진실은 “난 너와 섹스하고 싶고, 그 여자를 잊게 만들고 싶어”라는 말이었다. 그 밖의 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두 가짜였다."

p68" 글쓰기는 더이상 내 현실이 아닌 것을, 즉 길거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엄습하던 감각이다가, 제한되고 종결된 시간 동안 ‘집착’이 되었던 것을 보전하는 방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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