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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by 기시군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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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0년대 중반 판본이다. 무라카미 류를 처음 만났던 책인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늙었나 모르겠지만 젊은 '류'는 세상 무서운 것이 없는 거침없는 소설가였다. 이 책은 그의 데뷰작으로 넘실거리는 폭력과 선정성은 당시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를 구글링해보면 조금 놀라게 될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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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동명인 주인공 ‘류'는 여친 '릴리'와 마약과 섹스에 탐닉한다. 흑인을 끌어들여 그룹섹스를 하기도 하며, 길가던 부녀자들, 콘서트장 경비원을 별 이유없이 폭행하기도 한다. 자살소동과 자해, 자기상실에 몸부림치던 '류'는 고통끝에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정체불명의 존재 '검은새'를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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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20대 초반의 작가가 쓴 작품이다. 일본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60년말 강력했던 일본의 '전공투'가 막을 내린 70년대 초반은 허무와 거대서사에 대한 거부감이 짙게 배인 시절이었다. 10대에 이미 데모를 하던 반항적인 작가'류'는 대학시절 히피문화에 빠져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된 것으로 보인다. 그 때의 '쎈' 경험들을 여과없이 사진으로 찍어내듯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여 일종의 충격요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어 이에 대한 원인과 배경으로 '검은새'로 상징되는 새로운 권력과 인간의 삶 간의 관계를 풀어내고자 했던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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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전복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사회구조에서 변혁을 기대했던 에너지 넘치는 청춘들은 어디를 향할까? 쾌락을 위한 마약과 섹스는 너무 쉽게 넘어가는 탈출구였을 것이다. '검은새'로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는 노력을 했겠으나 실상 작품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불안에 떨며 쾌락에 탐익하는 파행적이고 소모적인 일상을 미세하게 묘사하는 쪽에 가깝다. 자신을 소모하며 느끼게되는 고통과 괴로움이 오히려 삶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역설적인 상황속의 청춘들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시대적 맥락과 같이 같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는 책이다.

덧,

일본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읽어보셨을 고전일것이다. 못 보신분들중 과격하거나 선정적인 텍스트를 많이 못 접해보신 분들께는 고통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다. 미리 경고드린다. 😊

p86"언젠가 당신에게도 검은새가 보일거야.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지? 당신에게 분명 검은새가 나타날 거야. 내눈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는 그 검은새"

p148"난 그냥 중독자에 지나지 않지만, 이제 헤로인도 떨어져 너무 너무 맞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 말이야,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사람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런 때 생각한 게 있어. 뭐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아니 나랑 헤로인 사이에, 뭔가가 있어도 되지 않느냐는 느낌이 드는 거야. 정말 몸이 달달 떨리고 미쳐버릴 만큼 헤로인을 맞고 싶긴 하지만 나와 헤로인만으로는 뭔가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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