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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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이라는 이야기에 골라보았다. 작년에 #연년세세 가 뽑혔던 자리다. 윤성희 작가는 처음 읽게 된다. 화사한 꽃무리가 표지에 가득하다. 읽기 전에 이거 너무 여성취향 소설은 아닐까 살짝 걱정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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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의 단편이 꽉 차있다. 전반부 분위기는 나이가 좀 있는 중/노년 여성화자의 이야기가 많다. 후반부에서는 남성화자도 등장하며 나이와 성별이 조금 다양해 진다. 앞 쪽 작품들 분위기를 보자. 오래 근무한 회사에서 짤린 중년 미혼 병자씨는 퇴직 후 인생을 준비던 중 오래전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이 온다.(여름방학) 다음 편, 동네친구에게 천오백만원을 빌렸다 떼먹고 도망간 주인공에게 15년 만에 전화가 온다. 빌린돈 안갚아도 되니 시골 어느 국수집에 같이 가서 '욕'잔치를 벌이자고 한다.(남은기억) 어떤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 갑갑한 마음에 킥보드를 하나 훔쳐 야간 라이딩을 즐기는데, 사고가 나고 만다.(어느밤) 중/노년 여성 중심의 작품들이 어어지다 후반부 분위기는 또 바뀐다. 교도소에 수감중인 삼촌을 면회가 면회는 못하고 혼술에 빠지거나 (스위치), 암에 걸린 고모를 찾아가는 가족들과 그들이 시끌벅쩍 떠드는 거짓말파티(표제작인 날마다 만우절) 등으로 이야기는 한여성에서 가족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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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루하게 시작했다가 점차 고조되어 몰입되는 과정을 겪었다. 초반을 읽으며 작가는 노년의 작가일꺼라 추측했는데 아니었다. 이런 스타일은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읽게 된다. 묘사가 없는건 아니나 간결했다. 서사는 거창하지 않으나 촘촘했고 서서히 거니는듯 하면서도 사건들은 의외로 속도감 있게 전개 된다. 끔찍한 일은 많으나 절망적으로 끝내진 않는다. 힘있는 여성의 내공이 느껴진다. 책을 덮을때 떠올렸다. 예전에 박완서선생님 작품에서 풍겼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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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 한사건씩 벌어진다. 있을 만한 일이다. 교통사고, 가족의 암선고 등 벼락처럼 닥치는 일에 인간은 무능력하다. 불가항력적이라는 공통점, 치이는 사람들은 다양하게 반응도 다르다. 작가는 그들의 고통과 대응, 갈등 그리고 그 안에 깔린 연민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어 소설화시키고 있다. 강요받지 않으나 읽고 나면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좋은 작가를 만났다.

덧,

단편집이라는 한계 때문이겠지만 단편 한편에 한번의 불행은 독자로서 단편의 숫자(11편) 만큼의 불행을 간접 경험해야한다. 이걸 견뎌야 좋은 소설을 감상할 수 있다. 😅 그리고 여성취향은 맞다. 그래도 불만은 없다. 세월을 견디며 몸과 마음에 생기는 생채기에는 성별이 없다.

p28"사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단어들을 보면 왠지 슬퍼졌다."

p59"이번이 여섯 번째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파혼을 당했다. 네 번의 절교와 한 번의 왕따를 당한 뒤 선물처럼 찾아온 단짝 친구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었다. 두 번이나 이직을 했고,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 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다. 그 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p215" ****외로워서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니라 감기에 걸리니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거라고. 며칠 후에 그 문장 아래에 누군가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p292“외로우면 괴팍해지는 거야. 내가 괴팍한 노인이 되거든 니들은 날 보러 오지도 마.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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