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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극해

by 기시군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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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뵙는 인친분들은 알고 계실, 임성순작가 전작(全作)독파 중 한권이다. 전작(前作)들과는 다르게 심각하게 썼고, 소재는 바다이야기라는 정도만 알고 독서를 시작했다. 전작 중에서도 #오히려다정한사람들이살고있다 는 꽤나 심각한 이야기였어서 이 작품과 비교해가며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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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배경은 2차 세계대전 말기 태평양, 일본군을 지원하랴 할당량의 어업도 하랴, 바쁜 포경선 '유키마루'의 탑승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배에는 지배계급인 일본인, 그들이 부리는 한국인, 대만인들. 소설은 독특한 구성을 하고있다. 1부와 2부로 구성된 소설에서 1부 시작시점에 클라이막스로 보이는 선상반란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인들에게 살해되는 일본인들. 그리고 나서야. 과거로 돌아가 배에 탑승하는 주요인물들이 소개되고 사건은 전개된다. 2부는 1부 시작점인 반란의 시작부터 이야기가 이어진다. 클라이막스가 아니였다. 이 좁은 배안에선 그것보다 더 많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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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생존기.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 입장의 차이는 목숨을 좌지우지 한다. 그 입장을 위해선 비열도 잔인도 모멸도 모두 정당화 된다. 하드보일드의 차가움이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인간의 껍데기를 모두 벗겨버리고야 말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지는 스토리와 묘사다. 집요하게 끝까지 밀어 붙인다. 핏자국와 비린내가 가득하다. 그 진한 냄새에 너무 힘이 들어간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져 들기도 한다. 2부에서 사건들, 그 반전 및 결말의 구성은 너무 쎄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동의한다.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에 대한 논한다면 이 정도 오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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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신념'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내가 혹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과 부작용, 상호작용의 결과가 이런 극적인 상황에선 엄청난 파급으로 다가온 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은 선한 약자와 악한 강자의 싸움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소설은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다양한 각도에서의 그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해주어 삶을 바라보는 폭을 넓혀주는 것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또 한권의 좋은 책을 보았다. 내가 그들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덧,
후기에 보면, 작가가 영화판을 떠난 다음에 썼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작품은 상당히 '영상화를 염두에 둔'인 작품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대사의 톤과 화면의 구도가 자꾸 눈에 그려진다. 이렇게 어두운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 하기엔 쉽지 않겠지만 스펙타클한 고래사냥, 전장속을 헤메이는 작은 배의 모습 등 혹시라도 영상화 된다면 볼꺼리가 꽤 많은 작품이 될 것 같다.

p100”다른 선원들 역시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 채 소리를 질렀다. 몸에 수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눈물이 흘렀을지도 몰랐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처럼 기쁜 것이구나. 빗방울이 그릇들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야말로 생의 찬가였다.”

p125”이 배에서 실상 자신은 부조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p244”인간은 자신의 신념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살아가는 법입니다. 보십쇼. 당신이, 내가 처한 상황을, 우리가 속해 있는 유키마루라는 이름의 지옥을. 이 모든 게 우리의 신념이 만들어낸 결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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