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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by 기시군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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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교수의 글은 꾸준히 읽었던 것 같다. 히트를 쳤던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는 나쁘지 않았고 논어를 주제로 한 #우리가간신히희망할수있는것 은 재미있게 보았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서울대교수인 그가 '정치'를 주제로 한 책을 낸다하여 바로 구매 완독했다. 자기 나와바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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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다'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5개 부, 42편의 글이 실려있다. 1부에선 '정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일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이야기한다. 2부에 들어서서는 현실 대의정치의 의미, 그리고 정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다. 3부에서는 디테일로 들어가 '어디에나 있는 정치'를 영화 등의 생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4부로 접어들면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며 성이슈, 윤리, 국가 등 현실 정치의 이슈와 풍경을 살피고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들'을 나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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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매체에 기고한 글 들 중에 '정치'에 관련된 글들을 모아 추린 책으로 보인다. 다루는 대상은 넓지만 주제는 심플하다. '정치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라. 좀 속된말로 바꾸면 '정치인 팬질하는게 정치가 아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쯤 될까? 작가는 정치학 원론을 대중교양서로 풀어내고 있다. 인간 본성 특면에서의 '정치의 특성'을 잘 정리하고 있고, 정치와 사회의 관계를 알기쉬운 예를들어(아파트,영화 등) 잘 풀어내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없었던 독자들에게 아주 유용할 것 같으며, 이상하게 들떠 정치인 팬질(?)에 몰입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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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작가가 주로 질문만 던진다는 데 있다. 지식인은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 주제인 작가의 전공인 '정치'아닌가. 우리에게 필요한건 권력의 쟁취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라고 하는데, 너무 '교수님 말씀'만 같다. 구체화시켜보자. 정치란게 무엇인지 알고,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어떻게 정치에 접근할지 생각하여 현재의 정치풍토를 바꾸자는 말씀인데, 책을 끝까지 읽어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화두만 필요한게 아니지 않을까? 현실정치의 비판도 너무(?) 공정하게 하신다. 글만 놓고 보면 산업화세대 마인드의 기득권세력이나 80년대운동권출신들의 개혁세력이나 그놈이 그놈으로 보고 계신것 같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 공화국은 아직 선진국도 먼 '생각없는 사회'다라는 작가의 분석은 일리있는 말이면서도 현실정치에 대한 애정이 보이질 않아 뒷맛이 씁쓸히다.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다. 너무 기대가 컸나보다. 아주 좋았다 하기 어렵다.

덧,
물론 좋은책이다. 정치와 개인의 관계를 이렇게 잘 정리한 책이 있나 싶을 정도다. 다만 교수님의 건조한 말투에서, 따뜻한 안방에서 눈오는 추운 바깥을 바라보며 마당쇠에게 '눈 안 쌓이게 잘 쓸어라'하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라 심술을 좀 부려봤다. 😁 형식의 중요함을 말씀하신 ‘정치인은 잘 씻어야 한다' 편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현실의 시궁창에서 온 몸으로 싸우다가 더러우진 얼굴” 은 안씻어도 아름답기만 하지 않나?

p23"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p278"아름다운 정치가 무엇인지 아무도 확고하게 말할 수없을 때 정치인들이 일단 의지해볼 수 있는 것은 심미적인 과정이다. 품위를 갖춘 스타일과 행동과 발화의 누적을 통해 결국 도달하게 되는 것이 더럽지 않은 정치라고 보는 것이다. 예식을 통해혁명을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를 살짝 고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상을 변혁할 수 없으면, 스타일이라도 갱신하고, 스타일을갱신할 수 없으면 일단 잘 씻고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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