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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나의 아름다운 정원

by 기시군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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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식으로 취향저격을 당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스토리텔링이 세련되었다고 볼수도 없으며 어찌보면 무리스러운 전개도 있다. 주요 등장인물 중 몇은 너무 전형적이다. 주인공의 순수함은 답답한 수준이고 특히나 주인공 동구가 사모하는 여선생님은 '여신강림' 아닐까 할 정도로 너무 완벽한 여자로 그려놨다. 그러나 이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너무 좋다. ☺️ 나온지 20년이나 된 작품이다. 왜 놓치고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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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동구는 산동네에서 엄마,아빠, 성격 더러운 할머니와 산다. 그러던 동구에서 '영주'라는 여동생이 생겼다. 할머니는 맨날 욕만하며 엄마를 구박하고 아버지는 승질나면 밥상을 엎어버리는 조마조마한 집이지만 동구는 똘똘하고 이쁜 영주가 있어 살만하다. 초딩3학년이 된 동구는 여전히 착하지만 문제가 하나있다. 3학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 새로오신 아름다우신 여선생님이 그런 동구를 부른다. 찬찬히 동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선생님은 동구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한다. 큰일났다. 작년에도 비슷한일이 있었는데 그날 저녁 동구는 아버지에게 엄청 맞았다. 동구는 걱정에 휩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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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977년부터 81년까지 5년의 세월을 보낸 한 아이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담은 성장소설이다. 궁핍한 살림에 남존여비사상으로 무장한 꼰대 아버지와 할머니의 폭력이 난무하는 무협지의 전쟁터 같은 삶의 양태가 고스란이 드러나는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하며, 순수하며 착한 한 아이와 너무나 아름다운 젊은 여선생님과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멋지게 그려낸 로맨스소설이기도 하다. 심지어 박정희가 죽고 신군부가 들어서고 5.18가 일어나는 시점에 지식인들과 일반대중의 모습을 나름 성실하게 스케치한 리얼리즘 소설이기도 하다. 스포때문에 자세히 쓸순 없으나 결국에서는 약간과장하여 '우연'이라는 비극에 마주치는 인간 실존에 의문을 던지는 실존주의 소설일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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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첫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서두에 미리 언급했지만 완성도가 엄청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힘있게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 심지어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뷰작이라고 한다. (세상에..)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다양한 사건들, 읽은 재미가 좋다. 80년대라는 시대를 간접적으로라도 기억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릴 만한 작품이다. 🤔 아니다. 보편적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으니 옛날이야기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릴 수 있겠다. 특히나 그 시대 이 땅의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디테일하게 알고 싶은 젊은여성분들께도 추천해드릴만 하다. 좋은 책이었다.

p176" 오늘만 거지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이런걸 가지고 '절망'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

p305" 우리의 소통이 엉키지 않도록 요술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는 기다리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좌회전하도록 지도하던 우리의 푸른 신호등은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신호등 없이는 교차로를 지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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