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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통증연대기

by 기시군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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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책이지만 한번 정리해 놓고 싶었다. 알리딘 중고서점에서 정가보다 높은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즐거운 이야기도 아닌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 관심있어할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인간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것 중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통증이다.' 맞다. 죽음보다 더 피하고 싶은 것이 통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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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볍게 살펴보자. 1부 '은유로서의 통증-통증골자기, 통증의 베일' 편에서는 실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정리되어 있다. 다양도 하다. 2부 '통증의역사-잠을 부르는 주문'편에서는 통증을 정복하기 위한 역사 등이 정리되어 있다. 3부 '통증은 병이다-두려운연금술' 편은 각종 통증에 관한 오해들을 풀고 통증의 역치와 내성 등 좀더 세밀하게 통증을 바라본다. 4부 '통증이말한다-목소리를 찾다'에서는 통증의 극복 또는 함께해야 하는 통증을 다룬다. 마지막 5부 '통증을 지각하다-마을을 치료하다' 는 도대체 ‘통증'은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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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스럽다. 의학, 역사학, 인문학, 철학을 넘나들면서 통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들이 통증을 어떻게 이해해왔는지를 집대성한 책이다. 철학과 종교 문학 역사학들을 넘나든다. 실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통증의 내면을 이해하고 가능할지 모르는 치유의 길을 고민한다. 특이나 작가가 가지고 있는 '통증'이야기가 논의 자체를 풍부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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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진 못했다. 너무 아픈이야기들이 많다. 각종 통증에 대한 임상보고, 비망록, 사례들. 그래도 중간에 덮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야만 했다. 내가 겪었고 겪어야할 통증들이 여기 있다. 팩트와 의견이 어우러진다. 어떤 부분에선 위안도 찾을 수 있다. 아무생각없이 닥치게 되는 재앙으로써의 '통증'보단 인간에게 '통증'은 어떤의미이고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인상이 깊게 남은 책이다.

덧,

오래전 급성 요로결석으로 병원을 기어들어간적이 있었다. 😖극심한 통증에 의사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던 것 같다.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야 진정되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통증이 의학계 3대 고통이란다. 더 놀랐던건 요로결석의 통증과 유사하거나 조금 덜한 것이 출산시 고통이라는 사실이였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위대하단 생각을 했었다. ☺️

p21"통증은 누구나 살짝 맛본 적이 있는 독약과 같아서, 맛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들이켜기는 두려워한다.”

p55"나는 툭하면 기침이 났는데, 그때마다 동네 병원을 찾아가 의사가 처방전 쓰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48시간 안에 나을 걸 알았으니까. 예외는 한 번도 없었다. 처방전을 쓰는 행위는 일종의 제의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귀에 닳은 투약지시를 의사가 읊을 때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가 처방전을 건네는 순간 기침은 사실상 멈추었다. 처방전은 적의 퇴각을 타전하는 전보였다. 전투가 며칠 끌 수는 있겠지만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

p331"‘내가 사랑에 빠진 걸까?’ 하고 의문을 품을 수는 있지만 ‘내가 통증을 겪는 걸까?’라고 궁금해 할 수는 없다. 이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증거이니까."

p386"아픔은 뇌에서 가능한 무수한 상태와 연관된, 거대하고 풍부하고 다양한 인간 경험입니다. 과학자로서 저는 이 우주의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합니다. 우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갈 길이 얼마나 먼가를 깨닫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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