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일의 기쁨과 슬픔

by 기시군 2022. 6. 4.

✔️
📕
표지를 보며 몇가지 생각이 스쳤다. 리커버 발간은 독립서점 운영에는 도움이 되지않은다는 것과 이 책이 10만부나 팔렸다고? 하는 놀라움. #달까지가자 를 재미있게 읽어 놓고 왜 작가의 다른작품은 안 찾아봤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까지. '한정판'이라는 꼬리표까지 달려있는 마당에 안 지를수가 없었다.

📗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역시나 인상적이였던 몇작품의 개요만 정리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
우리의 주인공은 우동마켓(당근마켓) 마케팅부 소속직원이다. 주인공은 사장에게 특명을 받는다.  '거북이알'이라는 유저가 하루에 거의 100개의 중고물품을 계속 올리는 도배질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나 그짓을 못하게 하란다. 중고품을 사는척하며 그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사연이 참 기가막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나 '지훈'은 잘생긴 훈남이다. 얼마전 조금 마음에 두었으나 결혼을 하고 퇴직을해 아쉬워하던 '지유'의 소식을 들었다. 이혼을 하고 일본에 혼자 있다는 것이다. 기회는 찬스다. 바로 카톡으로 작업에 들어간 '지훈'은 다음날 지유가 있다는 일본 후쿠오카로 떠나 그녀를 만나게 된다. 반가히 노닥거리며 첫날 같은 숙소에 들게 되는데, 예약된 료칸에는 남녀혼탕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혼탕'에 대한 거부감도 없단다. 그날밤....😃

*새벽의 방문자들
포탈에서 음란물 블라인드를 담당하는 우리의 여주인공. 좀 낡은 오피스텔에 거주를 하고 있는데 새벽마다 이상한 남자들이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한다. 매번 다른남자들이다. 겁이나 아무런 기척을 하지 못하고 무서움에 떨게된다. 그러다 우연히 맞은편에 같은 모양의 오피스텔이 있는것을 알게되고, 같은 홋수 오피스텔에서 성매매가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된다. 궁금하면 풀어야한다. 그 오피스텔로 방문을 해보기로 하는데..

📘
작가는 무언가 거대한 담론 안에서 글을 써야한다는 고전적인 부담감이 전혀 없는 작가다. 지금 자신 또래의 여성일반이 생각하고 겪는 일상의 일들을 똘똘하고 단호하게 '착착 접어'가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란 생각이다. 여성일반으로 시작하지만 대도시 직장인이라는 틀에 묶이는 좀더 넓은 삶의 양태들이며, 그들은 '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지향을 공유하는 노동자 동지들이기에 작가의 글쓰기는 소재보다는 넓은 보편성을 확보한다.

📙
일단 소설은 재미있고 봐야한다. 하지만 '재미'에만 복무하는 소설은 '메시지'에만 복무하는 소설만큼이나 앙상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재미'와 '의미'를 같이 찾게된다. 장류진 작가의 작품들은 '의미'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나 그것을 도외시 하지도 않는다. 미소지으며 읽으면서도 쌀쌀한 인간관계에 움찔하게 하기도 하고, 낮에는 새침한 표정으로 이익을 쫒은 우리들이지만 이부자리에서 스스로 내 이기심에 부끄러워지는 서민 일반의 모습이 담긴다.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한 위험도 놓치지 않으며,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라 홍보하지만 그 밑단에서 출렁이는 천민성에 대한 고발도 놓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조금 만 더 '의미'쪽에 힘이 들어가도 좋을 듯 하단 생각이지만 그건 그저 사적인 욕심일 뿐. 이 작가는 이대로라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낼 작가로 보인다. 재미있게 읽었다.

p81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연애의 가능성이란, 엉ㄹ굴을 마주하고 한두마디만 나누 금방 도드라져서 감지하기 쉬운 종류의 것이었다. "

p86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경험적으로 예쁜 여자는 지루했다. 하지만 지유씨와는 그렇게 오래 알아왔는데도 단 한순간도 무료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p251 탐패레공항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지게 들러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 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일의기쁨과슬픔 #10만부기념특별한정판 #장류진 #창비 #한국소설 #단편집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릉산책  (0) 2022.06.04
통증연대기  (0) 2022.06.04
나의 아름다운 정원  (0) 2022.06.03
아무튼 하루키  (0) 2022.06.03
13일의 김남우  (0)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