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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양꼬치의 기쁨

by 기시군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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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머리를 식히려 든 책이다. 예전에 인친님 추천으로 사놓은 책. 가볍게 볼 수 있을 듯 하여 미뤄놨었다. 며칠전 저녁에 왠지 두통에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기에 술렁술렁 보자고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SF인줄로만 알았는데 '호러'였다. 귀신의 방이 나오고, 귀신도 나오고, 여자는 남자을 죽이고, 다른 남자도 다른 여자를 죽이고, 귀도 잘리고, 가위로 입이 잘리고. 피비린내가 활자 밖으로 풍겨나오는 것 같았다.... 처음엔 더 소화가 안되는 듯 하다가.... 읽다보니 어느새 빠져들어가 있었다. 책을 다 읽을 즈음엔 두통도 사라졌다. ??  

📗
10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론 앞부분 단편들보다 뒷부분의 작품들이 더 좋았다. 신박한 아이디어의 몇편의 개요만 보자.

*양꼬치의기쁨
동네 새로오픈한 양꼬치집에 간 아내는 양꼬치를 주문한다. 주인아줌마는 고기가 없어서 안된단다. 메뉴를  자세히 보니 '남편양꼬치'란다. 나에게 남편은 있다.😳🔪

*상실형
사형제가 폐지된 먼 미래, 아내를 죽인 살인범은 신체의 4부분을 상실하는 상실형에 쳐해졌다. 일단 귀부분을 상실했다. 다음엔 손가락을 잘랐다. 이제 두부분 남았다.

*초대받은 손
실직한 남편, 돈 잘 못버는 나. 없는 살림에 남는방에 남편후배를 월세로 들이기로 했다. 작은집에 외간남자와 같이 사는것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돈도 중요하다. 이사온 남자는 왠지 불결하다. 손톱의 때며, 냄새며 정말 싫다. 시간이 조금 지난 ‘그날’은 남편이 집에 없었다. 🫣

*기억의 꿈
좀비가 일상화된 세계다. 전염력만 주사로 제거하고는 떠돌이 개처럼 길가에 버려지는 좀비들. 여친하나 없이 힘들게 사는 편의점 알바인 남자주인공은 어느날 편의점 앞에 버려진 여자좀비를 발견한다. 더러운얼굴을 닦아보니 이쁘다. 그날로 여자좀비를 자신이 사는 반지하월세방으로 데리고 온다. 여자좀비와의 섹스는 … 메마르고 이상한 느낌이지만 멈출 수는 없다. 문제는 여자의 몸이 점점 더 썩어간다는 것이다.

📘
'공포'에 집중하는 작가를 만났다. 상황에 대한 공포 묘사도 좋지만 관계에서 오는 공포를 잘 살리는 작가였다. 이 땅이 여성들이 가지는 공포는 크게 두가지 일 것이다. 물리적인 힘의 차이에서 오는 공포. 밤거리. 낯선타인의 외력. 또하나는 관계에서 오는 공포. 시어머니, 가족, 남편. 가장 무서운 것은 이 두가지의 공포가 함께 오는 경우일 것이다. 때리는 남편 등.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책으로 구원을 시도한다. 리얼리즘적인 사회고발도 가능할 것이고 이 책에서처럼 환타지 안에서 그 공포의 대상을 통렬히 깨부는 것이다. 남편을 죽여 양꼬치를 만들어 먹는 행위의 묘사는 그래서 정당해 보인다. 아니다. 정당성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은 쾌감에 복무한다. 훼손과 파괴는 공포와 쾌감의 배다른 형제이다. 독자인 나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나중엔 이 환장파티에 기꺼이 동참하여 즐길 수 있었다. 😏 새로운 스타일의 작가를 발견했다.

p78 양꼬치의 기쁨 "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정수리에 콱 박힐 줄 알았던 칼날은 남편이라는 해골이라는 단단한 장벽을 넘지 못하고 뚝 부러져 나갔다. 헨켈을 샀어야 해. 아내는 칼 손잡이를 쥔 채 마트에서 행사하는 중국제 칼을 산 걸 후회했다. "

p131 상실형 " 4개월 전 김은 아내를 죽였다. 그리고 4단계의 상실형(喪失刑)을 언도받았다. 상실형은 죄인의 신체 일부를 ‘상실’하도록 하는 형벌로, 살인이나 강간, 방화 등 중죄를 저지른 피고에게 선고된다. 상실형은 죄질에 따라 1에서 10단계로 구형되었다. 살인을 저지른 김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네 가지를 잃어야 했다. 이제 그의 삶에는 소리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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