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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by 기시군 202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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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양 옛날이야기를 뭐하러 봐야하냐며 내 독서리스트에서 오랫동안 빠져있던 분야가 그리스로마신화다. 하지만 최근 #서양미술사 와 #불멸의열쇠 을 같이 들쳐보다가 생각이 달라졌다. 서양의 미술과 종교 등 문화관련 진도를 내려보니 기독교와 그리스로마신화를 대충이라도 한번 봐놓지 않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리속에 파편화 되어 저장되어 있는 기본지식으로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이 책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특별 합본판'이다. 쉽고 재미있다고 알려진 유명한 책이다. 2000년부터 2010년 작가가 타계할때까지 10년간에 걸쳐 발매된 5권의 책 '그리스로마신화'. 이 책들을  2020년에 1권(1200p)으로 합본 발간했다. 두께나 무게때문에 독서의 시작은 부담스러웠으나 역시나 소문처럼 재미있고 쉽게 풀어대는 작가의 말빨에 말려들어 후다닥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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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권별로 테마를 잡아 이야기를 풀고 있다. 아는 이야기들을 정리해 주었고, 모르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이야기를 바로 잡아주었다. 어떤 내용들인지 초간략으로 보자.

1권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작가는 테세우스가 미노스의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했던 '실타래'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다. 거대한 신화의 세계, 우리는 작가가 던진 실타래를 잡고 그 세계로 뛰어들게 된다. 1권에서 신화의 시작이라 할수있는 태초의 신과 올림푸스 신들의 다툼과 운명 등 신화 이해에 필요한 주요 키워드와 그 이야기들을 던진다.

2권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신들 아래서 사는 사람들간의 혹은 사람과 신간의 사랑이야기를 모았다. 금기과 터부, 애욕과 교육을 함께 하려는 의도가 모인 신화들이다.

3권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신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것은 벌을 받고 싶지 않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이다. 고대에는 신이란 곧 자연이다. 자연섭리에 대한 인간의 오만을 경계하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았다.

4권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야기는 확장된다. 신만이 주인공인 이야기에서 신의 아들, 즉 신과 인간의 혼혈인인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캐릭터는 인간들 사이에 쾌감을 준다.

5권 -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헤레클레스만 가지고는 안되겠다. 어벤져스를 구성하라. 이아손이라는 영웅은 다양한 영웅들을 모아 '금양모피'라는 '스페이스 스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남친때문에 모험에서 빠진 헤라클레스가 얄밉긴하지만 골치덩어리들인 영웅들의 좌충우돌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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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의 중심엔 언제나 '사람'을 두었다. 주인공은 신과 영웅이라 하겠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즐기고 구전 시킨이들은 평범한 유럽인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공포, 즐거움, 고민 등이 녹아있는 이야기들. 결국 신화는 자연을 설명하는 수단이었다 할수 있다. 과학과 이성보다는 직관과 상상만이 가득한 시절. 세상에는 왜 벼락이 치고 일식이 일어나고 홍수가 나는지를 그들을 이해하려 했다. 그래서 만들어 낸 '이유'들이 모이고 다시 모여 거대한 이야기의 덩어리가 된것이 이 '그리스로마신화' 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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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대 살았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꿈과 희망도 같이 담고 있다. 자신들의 세속적인 욕망은 신들에게 투영된다. 막장드라마의 삼각관계와 역사드라마의 배신과 성공은 끝임없이 반복된다. 인간의 질투, 욕망, 시샘, 반성, 애증은 가장 대중적인 코드의 '드라마'로 신화안에 녹여들여져 있고 그것들을 즐겼다. 하지만, 시대적 한계는 존재 할 수 밖에 없다. 신들과 그들의 피를 이어받은 영웅 들 이외엔 '없는 것'과 '안되는 것'에 둘러싸여 살아야 했던것이 당시의 사람들이였다. 평생을 일을 하며 신과 영웅을 모시다가  타나토스(죽음의 신)에 이끌려 망각의 강(레테)을 건너 '저승'으로 내려가 다시 저승의 신인 하데스를 모시는 운명이 그 시대 인간인 것이다. 신화를 방패삼아 복종을 강요했을 지배층, 성서를 근거삼아 이승에서의 희생을 정당화했을 중세의 교회들이 떠오른다. 즐겁게 재미있게 읽다가도 간혹 씁쓸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덧,
이윤기작가의 첫책을 읽었다. 작가는 허영만화백과 동갑 술친구였다 한다.  구라빨이 상당하셨을 것 같은데, 살아계셨으면 허화백과 같이 TV나 유튜브에 나오셔서 맛난거 드시면서 신화 썰을 푸시지 않으셨을까 상상해 본다. ☺️

덧 둘,
이 책을 읽으며 심화편으로 생각했던것이 토마스불핀치의 #신화의시대 였다. 그리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까지 가볼 생각이었는데 일단 종교 쪽으로 갔다가 와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지식소비자인 나는 얇고 넓은 지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리하지 말자.

p273" 제우스가 고모뻘 되는 여신 므네모쉬네(기억) 동침...여기에서 태어난 딸 아홉 자매가 바로 무사이 신녀들이다. 이들이 사는 집은 '무시아온'이라고 한다. 영오로는 이들을 '뮤즈', 이들이 사는 집을 '뮤지움'이라고 부른다."

p361" 여성의 동성애는 원래 레스보스섬 풍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성애에 땀닉하는 여성들을 '레즈비언', 즉 레스보스섬 여자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475" 아름다움과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살아 있는 것들을 번성하게 할 때는 건강한 성욕을 북돋우는 매우 긍정적인 여신일 수도 있지만 .... 위험한 측면을 지닌 부정적인 여신이기도 하다. ... 그 측면 때문에 기독교에 의해 거의 소독당하다시피 한 여신이다."

p583" 꿈은 개인의 신화요, 신화는 집단의 꿈이라는 말이 있다."

p615" 미다스여 들으라. 신들이 자비롭다고 누가 그러더냐? 인간이 아니더냐? 신들은 너희 인간이 무릎을 꿇을 때만 자비롭다. 다른 신들이 정의롭지 못할 때만 정의롭다. "

p776" 왕은 헤라클레스를 보는 순간 헤라클레스를 닮은 자손을 거느리고 싶었다.... 그래서 밤마다 공주를 들여보낸 것이다....왕에게는 공주가 50자매나 있었는데, 이들 중 49명이 헤라클레스와 동침했던 것이다. "

p1016" 그러나 흑해로 들어가려는 그리스 배들은 반드시 이 해협의 물살을 통과해야 했다. ‘흑해‘라는 이름이 암시하고 있듯이 이 바다는 다른 바다에 견주어 물이 조금 더 검어 보인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다른 바다의 물보다 소금기가 더 많아서 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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