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노랜드

by 기시군 2022. 7. 11.

✔️
📕
#천개의파랑 을 나름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내 머리속의 천선란작가는 프로패셔날보다는 소질있는 아마추어의 느낌이 더 강했다. 이번 책은 건너뛸까 했다가 몇 인친님들의 피드를 보고 급 흥미가 땡겼다. 배송 받은 책은 요즘 소설책 답지 않게 딴딴한 양장에 400페이지가 넘은 분량을 담고 있었다. 이런 혜자스러움. 😁 일단 볼륨은 마음에 든다.

📗
10년의 단편을 모았다. 작품마다 조금씩 만족감은 편차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의 단편들이었다. 언제나 처럼 몇편의 개요만 보자.

*푸른점
멸망하는 지구를 떠나 인류를 이어가기 위해 1만개의 수정관을 수송하는 사투르호의 선장 시애라는 웜홀 입구인 목성에서 일단 냉동수면에서 깨어난다. 웜홀을 통해 영원히 태양계를 떠나기 직전의 채비를 위해서다. 멀리보이는 푸른점 '지구'. 문득 시애라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름없는몸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화장을 하고 유골을 들고 시골구석 어머니집으로 돌아왔다. 마을을 조용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옆집 문을 무심코 열어보니 그집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맛나게 먹고있다. 🧟‍♂️ 일단, 도망치고 볼일이다.

*두세계
AI가 발달한 세상. 책을 구독하면 책 내용을 배경으로 하는 가상세계의 로그인을 해서 등장인물과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유라에게 클레임이 들어왔다. 정해져있는 줄거리와 다른 결말로 책이 끝난다는 것이다. 해킹의 흔적은 없다. 난감하다.

📘
작가는 단편을 장편같이 자세로 쓴다. 짧은 하나의 단편에도 상당히 많은 상황과 설정, 이야기들을 가득 담는다. 젠더이슈와 좀비를 묶어내고 가정폭력에 대한 환타지적 복수를 실현하기도 한다. 돌말적인 전지구적인 위기상황,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는 전형적인 SF적 서사을 담으면서도 이야기 진행은 로맨스소설같이 서정적이다.  추리물의 형식안에 사회고발이 담기도 한다. 다채롭기도 하다. 정말 욕심많은 작가란 느낌을 받았다.

📙
오랜만에 만난 작가는 나이답지 않게 이미 노련한 작가고 성장해 있었다. 표현은 세련되어졌으며 문장은 깊어졌고 다루는 세상은 다양해 졌다. 소재의 무게에 치이지 않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주제에는 계속 스트레이트성 질주를 유지한다. 작가의 말에 담긴 ' 이유없이 살아가자는 말'에 동의한다. 이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한 변주라면 주제에 대한 천착은 그저 ‘인정’이다. ☺️ 이러고 보니 다음책이 더 기대된다. 더 좋아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푸짐하고 재미있고 의미까지 있는 소설집이였다.

덧,
사족 하나만, 지금보다 살짝 더 힘을 빼면 작품들이 더 좋아질것 같다. 몇 작품들은 너무 많은 요리재료를 다 넣다보니 맛은 있으나 조금은 부담스러운 요리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작가가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인건 틀림없다. 😊

p105" 함장님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때때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앗아갑니다."

p199" 할아버지는 내가 갓 태어났을 즈음 마을의 이장이었다. 친절하고, 사람 좋고, 인자한, 거슬리고 매스껍고 소름 끼치는 분이었다."

p283" 변하지 않은 건 지난 마음뿐이다."

p315" 구매한 책을 전부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글자와 글자가, 단어와 문장이 서로 얽혀 독자적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게 늘 신기했다. 유라에게 책은 소비재라기보다 소장품에 가까웠다."

#노랜드 #천선란 #한겨레출판 #SF소설 #단편집 #단편소설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글쓰기 #글스타그램 #일상 #문장수집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톤 체호프 드라마  (0) 2022.07.15
카사노바 호텔  (0) 2022.07.13
해외생활들  (0) 2022.07.09
양꼬치의 기쁨  (0) 2022.07.06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0)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