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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카사노바 호텔

by 기시군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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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발간한 아니 에르노 세트 3권 중 마지막 한권을 마저 읽었다. #탐닉 과 #집착 은 새단장을 해서 재발간을 한 것이고 이 책만이 새로 번역된 책이다. 선별된 짧은 단편소설과 에세이 13편이 묶여나왔다. 얇고 예쁜책이다. 3권을 나란히 꽂아놓으니 일단 기분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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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 이야기부터 해보자.

작가의 주요 테마인 '에로스'에 대한 짧은 단편이다. 우연히 발견한 옛날 영수증에 묻은 정액 얼룩의 흔적을 보고 떠올린 남자 P의 추억. 그때 어머니는 정신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우연히 만난 P와는 사귈생각은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한번 시작한 원나잇은 한시기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카사노바 호텔'이라는 허름한 특정 호텔에서 급격히 불타오르는 섹스를 즐기던 두사람은, 그 호텔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열기가 식어감을 느낀다.

우리는 생식을 욕망하진 않은다. 가장 큰 욕망의 대상은 '금기'다. 인간의 욕망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거대해진 욕망은 '죽음까지 인정'하는 크기까지 커진다. 어느 철학자의 이야기다. 에르노의 지속적인 주제인 '에로스'에 대한 강하고 압축적인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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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글인 '문학과 정치'는 문학의 정치성에 관련한 에세이다.  

얼마전, 어느 인친님의 피드에서 어떤 소설가의 작품을 평하며 '자신은 정치적인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봤다.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좌파적인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긍정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예술작품은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중도'이며 '비정치'적이라는 문장에는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고백이 담겨있다 생각한다.

본문을 보자. '장기적으로 문학은 독자의 상상력에 스며들어 독자가 모르고 있던 현실에 눈뜨게 하거나 늘 같은 각도에서 바라보던 것을 다르게 보도록 이끌 수 있었다. 독자가 전에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을 하게 해줄 수 있다.(p64)' 에르노 덕분에 최소한 문장으로 만들어 본적이 한번도 없는 문장을 만들었던 기억은 있다. 좋은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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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회학자 '브루디외’의 죽음을 두고 그에게 헌사한 '슬픔'이란 글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부루디외 많이 알려진것처럼, 자본주의에서 상류계급이 가지는 자본의 형태가 단지 돈 뿐 아니라 '사회자본(인맥)'과 '문화자본(취향)'임을 밝혀냈던 위대한 사상가다.

에르노의 브루디외 평가를 보자. '보브루디외의 비판사회학은, 사회적 재생산의 은폐된 매커니즘을 드러내며 개인이 자신도 모르는 새 내재화한 믿음과 지배과정을 객관화함으로써, 존재의 운명론을 걷어내는 것으로 보였다.(p99)' 동감했다.

야한 좌파 문학인 에르노는 지적으로도 섹시하다. 😘 ‘취향'에 대해서 할말이 좀 남았으나 지면의 한계로 이만 줄인다. 아무튼 한동안 에르노는 잊고 살아야겠다. 아직 쌓여있는 다른작가의 책들이 너무 많다.

p13 " (카사노바호텔) 그 장소는 그 자체로 과도한 언행, 가장 외설적인 - 나중에 퍼뜩퍼뜩 되살아나는 - 말, 매춘의 시뮬라크르를 부추겼다."

p15" 나는 P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무엇도 그와 정사를 치르기 위해 카사노바 호텔로 쫒아가는 나를 막지 못했으리라. 그도 '당신이 사랑하는 건 내 좆이지. 그저 그뿐이야'라고 말하면서 그 어떤 환상도 거부했다. 어떤 남자의, 오로지 그만의 성기를 갈망한다는 건 이미 대단한 일이 아닌가?"

p53 " 글쓰기는 허구를 통해 사회적 질서를 승인 혹은 규탄하는 견해를 아주 복합적인 방식으로 실어나름으로써, '참여'하게된다....문학사를 비춰보면 정치적 무관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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