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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 지났다. 지난 국제도서전에 첫날 입장에는 실패했지만 다다음날 조용히 다녀왔었다. 민음사 포인트로 책도 사고 거대한 문학동네 부스도 구경했었다. 볼꺼리가 많았던 곳은 독립출판사의 작은 부스들. 구경하다 '픽션들' 부스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인친님이기도 한 이치은 작가님의 작은 5권의 책. 출판사분이 반겨주셨다. 첫날엔 작가님도 계셨다고 한다. 첫날 입장에 성공했으면 싸인본으로 받았을 텐데, 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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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의 작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등장로봇?)이 등장하지만 패턴은 유사하다.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로봇들이 자꾸 고장난다. 주인공은 '로봇의 결함'을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 기록을 하기 위핸 현장에 가야한다. 그곳에서 고장난 로봇과 그 주변을 살피고 정리한다. 25편의 기록과 5개의 꿈을 모았다.
시키지 않은 묘지명을 파고 다니는 로봇, '토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시만 짓는 로봇, 풍선날리는 '취미(?)'를 가진 로봇, 마트 시식코너에서 배탈날 음식만 권하는 로봇, 시위현장에서 '전단'을 붙히는 로봇, 인간처럼 습관이 읽혀져서 포커에서 자꾸지는 로봇 등 다양한 결함을 가진 로봇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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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SF의 외피를 쓴 휴머니즘 소설로 읽힌다. 강제적으로 주어진 일에 권태를 느끼는 로봇들, 딴짓을 한다는걸 ‘결함’이라 칭하며 고치려 든다. 인간들에겐 그짓을 ‘취미’라 명명하면서 말이다.
어설프게 기억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진정한 자유는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키는 것'이라 말하던 ‘칸트’가 떠올랐다.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 대한 우화들. 결함은 인간적이다. 결함일지 혹은 다른 단어로 불리울 수 있을 지 모를 그것을 대하는 화자의 모습은 차분하다. 다양한 형태의 결함들을 관찰하고 대화할 뿐, 그걸 고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작가는 관여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올곧이 기록하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것이 더 ‘의미'있다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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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다가, 얼마전 #읽지않은책에대해말하는법 에서 읽었던 인상적이였던 내용이 떠올랐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비평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좋았어요' 정도가 좋다고 하는데 ,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 나혼자 친근함을 느끼는 관계이긴 하지만 인친님이시라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데 자꾸 말들이 붙는다. 죄송한 마음. 마무리하자. 소설의 신선하게 클래식한 느낌을 재미있게 즐기며 읽었다. 책 자체도 이쁘게 잘 분권되어 있어 들고다니며 짬짬히 읽기 좋았다. ☺️
1권 p83 " 나는 잠시 (로봇이) 꿈을 꾸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한 결함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선뜻 한쪽 편을 들어 주지 못했다."
1권 p97 " 꿈이란, 기본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소망이야."
2권 p86 " 제대로 모를 땐 입을 다물고 있어라. 그게 내가 이 바닥에서 배운, 잘난 사람들, 교활한 사람들, 악다구니를 부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데 유용한 경험칙이었다."
3권 p105 " 시는 훌륭한데 너는 훌륭한 시인이 될 만한 자질이 없어..... 매독에 걸린 적도 없고, 유부녀의 침실에 몰래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거금의 빚을 져본적도 없고,... 그래선 영원히 훌륭한 시인될 가망이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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