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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사람, 장소, 환대

by 기시군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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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그림자를 팔아버린 사나이, 저자는 사나이가 영혼을 팔아버린 것이 아니라 본다. 그림자가 없어 왕따를 당하는 건, 영혼보다 다른 '무엇'의 부재 때문이다. 육체와 영혼 사이, 사람으로 인정받은 '그것'이 무얼까? 저자는 사람은 일종의 '자격'이며 '인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무슨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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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7개의 장과 2개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선 먼저 '사람'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다. 테아, 노예, 군인, 사형수 등 경계의 서있는 존재들을 분석한다.
2️⃣장부터 독자는 인간이 사람이 되게 하는 그것인 '성원권'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듣게 된다. '사람임을 사회적 성원권으로 정의하고, 사회를 물리적인 동시에 상징적인 장소'로 이해함을 설명한다.
3️⃣장도 인상적이다. '가면'이야기. 페르소나는 쓰고 벗을 수 있는 것인줄 알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가면'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사회는 그가 '가면'을 잘 연기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이다.
4️⃣장을 통해 우리는 '모욕'과 '낙인'의 사회상을 확인 할 수 있다. 잊고있었던,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낙인과 모욕, 굴욕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다.
5️⃣장에서 저자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잊혀진 '우정'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순수한 우정'과 증여, 환대의 개념환기를 통해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기반을 마련한다.
6️⃣장에 들어서는 '조건없이' 행해져야 하는 '환대'의 디테일을 다룬다.
7️⃣장은 ‘신성함'이란 단어로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장기이식, 증여, 뇌사자의 범위 등  결론을 내미 못했던 많은 사회적 딜레마의 기준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어지는 짧은 두개의 부록도 좋다. 특히 이 땅의 '여성'에 대해서도 이 책의 주제인 장소와 자리의 틀로 핵심적인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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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내용이 담겼다. 남겨두고 싶은 두가지 이야기를 적어본다.

*경멸에 대하여
상징적인 신분주의는 해체되었지만 실상은 공고해 지고 있다. '우리끼리’ 문화는 강화되고 자신의 급에 맞는 '사람들'을 모아 '소통'이라는 것을 한다. 급이 다른 사람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책의 예시 중 떠오르는 것은 '학교'였다. 일반사회에선 교양이라는 탈을 쓰고 그나마 부드럽게 작동하던 '구별'과 '차별'의 시스템은 어리고 순진한 학생들(부모들에게 학습받은) 사이에선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위계질서에서 ‘위’를 점령하고 있는 아이들은 ‘아래’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힘센 어른은 힘없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영리해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경멸함으로써 학교의 가르침을 실천한다.(p166')'

*한국사회의 가치관
근본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말을 기준(사실 칸트에 기대고있다)으로 하자면, 사람은 유용성이 주요 속성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는 유용성에서 관계와 유대, 환대가 이루어진다. ' (돈을 못벌면 아빠가 아니다) 밥을 안 해주면 엄마가 아니다. 공부 못하면 자식이 아니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 .. 마치 자신의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듯이(p188)' 우리는 말하고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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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사람'과 '장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가벼운 단어였던 '환대'의 사회적 정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평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 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p193)' 라고 한다. 이 모두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사람'으로 어떻게 나와 같은 '사람'을 대해야 하는 가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을 눈앞에 보이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과 연결하는 행위이다.(p201)'는 작가의 말이 깊게 남는다. 이 책이 그렇다. 좋은 책이다.

p23 " 영혼이란 육체의 추함을 잊기 위해 발명된 유토피아라고 푸코는 말한다. ' 내 몸은 나에게 강요된, 벗어날 수 없는 장소이다. 결국 우리는 이 장소에 맞서서, 이 장소를 잊기 위해서, 그 모든 유토피아들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73".. '순수와 이성'에서 더글러스는 더러움을 자기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켰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은 그 자체로는 더럽지 않지만 식탁 위에 두기에는 더럽다. "

p123 " 사회를 대표하여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는 이 정상인들은 자기 앞에 있는 낙인자들(장애인등)을 아무나 덥석 껴안음으로서 자기가 그들에 대해 아무런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과시하려한다. 하지만 정상인들이 이렇게 낙인자들의 몸을 함부 로 만질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관계의 불평등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p131 " 결국 모욕은 자신으 본질을  부정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 폭력이다."

p159 " 굴욕과 모욕으 차이는  무엇인가? 모욕에는 언제나 가해자가 있지만, 굴욕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 예의 바르게 행동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굴욕을 느낄 수 있다."

p175 " 아렌트는 기독교적 사랑의 진정성을 의심하였다. ' 기독교인은 모든 사람을 사랑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각각의 사람이 오직 기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적, 그리고 심지어 죄인조차도 사랑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에 불과하다..이와 같은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실제로 사랑받는 사람은 이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 그 자체이다.' "

p259 " 현대 사회의 도덕의 기초에 있는 것은 기독교가 아니라 절대적 환대의 원리이다. 즉 태어나는 모든 인간 생명에게 자리를 주어야 하고, 어떤 명목으로도 이 자리를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신성함이란 바로 이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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