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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라 하는 '현대문학 핀시리즈'의 신간이다. 나름 유명했던 #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 를 읽지 않았기에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깔끔하고 이쁘게 디자인된 표지가 마음에 든다. 소설이 배경이 되는 미군정기 셀럽들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홍보문구는 꼭 추리소설처럼 되어 있지만 그럴리는 없을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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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세브란스 의학부를 졸업한 주인공 '연가성'은 현재 미군정기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중이다. 어느날 대학교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살해되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범인을 만들어야할 상황이다. 수사는 시작되고 용의자로 3명의 여성이 떠오른다. '가성'은 기자이자 여자로 살고 싶은 남자인 '운서'와 3명의 흔적을 쫒는다. 그녀들은 강요당하고 이용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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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설의 미덕을 보자. 서사는 명료하고 주제는 선명하다. 캐릭터들은 힘이 있고 작가들은 등장인물들로 이야기을 잘 끌고 간다. 배경과 나름 정교한 취재를 통해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 잘 끌고가고 있다. 추리소설의 외투를 입고 있지만 역사소설이자 여성소설이다. 장르문학의 장점을 나름 잘 활용해 여성,퀴어문학의 의미를 잘 꾸려낸다. 에피소드의 조합들도 신선했다. 말그대로 술술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쉬었던 점도 보자. 장점이 곧 단점인 소설이다. 선명한 주제와 캐릭터들은 더 풍성할 수 있었던 소설의 질감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취재와 공부를 통해 '사실성'을 살렸지만 사건과 사건의 연결은 조금 도식적이고 나열적이다.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밀착'되어 있다는 느낌이 덜하다. '있을법한 이야기'라고 모두 핍진성을 담보하진 못한다. 특히나 소설 후반부 진행되는 사건들은 그 전까지 소설이 가지고 있던 재미마져 반감시키는 느낌이었다. '핀시리즈'의 짧은 분량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내용을 전개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주제를 선정하고 구성하고, 꼭 필요한 '곰삭이는 시간'이 부족한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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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재능있는 작가, 특히나 역사의식이나 현재의 시대정신인 '여성문제', '퀴어' 등에 스트레이트한 돌직구를 날리는, 나름의 스타일를 구축 중인 작가인듯하다. 톡특하고 재미있었기에 아쉬었던 점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다른 작품을 한번 더 읽어 볼까 생각 중이다. 한편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쉽지 않은 작가로 보인다.
p63 " 원래 남자들, 지들이 가지면 몸 파는 여자고 못 가지면 마녀고 그러잖어"
p85 " ...' 여성들이 저에게 잘 보이려 화장하고 그러는 것이 별로여서요. 특히 일본 여성이나 조선여성들은 과하게 순응적이죠.' 이든은 미소를 지었지만 운서와 가성의 표정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순응하지 않으면 죽이잖아요. 운서는 가성의 눈 깊은 곳에 숨겨진 말을 알고있었다."
p108 " 가성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이상할 때가 있었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밥 한번 먹었다고 친구라고 이름 붙이는 사람들 말이다."
p129 " 이곳에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남자이고 좌익이거나 우익일 테죠. 여성과 아이와 노인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겠죠. 이 조선 땅에서 저 순교 같은 거 안 합니다.”
p168 " 모든 원망을 세상에 돌리고 가성에게 분노를 쏟아부었던 어머니, 그리고 대의 운운하며 가족을 버린 아버지. 가성은 그들이 자신의 불행을 면죄부 삼아 타인의 삶을 파괴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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