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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포트노이의 불평

by 기시군 2022. 7. 25.

✔️
📕
6권째 읽는 필립로스 소설이다. 음. 나쁜측면으로 기대이상이다. 😅 한 4번정도 덮을까 생각했다. 사실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직설적 묘사와 선정적 단어선택이야 그렇다 치더라고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 전체를 어떻게 자위와 여자이야기로만 꽉 채울 수 있을까? 신기하기까지 했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을 어떻게 피드로 정리할까 고민스러웠다. 좀 다른식의 정리가 필요하다.

📗
곤란한 상황일땐 '차용책'을 쓰면 된다. 필립로스의 이 문제적 책을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5가지 반응으로 대치해서 정리해 본다. 😁 (알겠지만 농담조의 책엔 농담조의 리뷰가 딱이다.)

부정(Denial)

처음엔 이 책은 필립로스의 책일리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의 하루종일 발정기를 유지하고 있는 청소년 남자아이의 자위 묘사에 어떤 문학적 성취가 있단 말인가. 그걸리가 없다. 거장, 그것도 살아있었으면 노벨문학상도 탈 수 있었을 거장이다. 그럴리가 없다. 참을성을 가지고 읽다보면 뭔가 감동꺼리를 찾을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분노(Anger)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모두 독백이다. 뭔가 소설적 재미를 기대한 독자에게 '섹스'이야기 말고도 해줄 이야기가 없단 말인가. 이 노인네, 아니 이 작품을 발표할땐 30대였다. 페이지를 넘겨도 넘겨도 뭔가 거창한 의미를 가졌을 것 같은 문장들이 안 나온다. 여자남자 성기의 속칭들만 나열되고 온통 숫컷의 비릿한 정액 냄새만 가득하다. 쓰는 단어가 야하다고 소설이 에로틱해지진 않는단 말이다.

협상(Bargaining)

마음을 달래고 계속 읽는다. 분량이 꽤 되다보니, 모든 묘사나 상황이 '여자'이야기만은 아닌게 조금씩은 보인다. 화자의 발작은 결국 소년시절을 지배하는 가정문화의 억압에 기인한다. 대한민국 가부장문화을 겪은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폭풍같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착하고 소심한 젊은이의 삶. 그런 삶을 통해 작가의 청춘시절의 억압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보다는 '이해'의 영역으로 한번 생각을 해 본다.

우울(Depression)

그렇다고 쳐도 그대로 보고 있자니 우울하다. 자위 페스티벌, 강간상황의 묘사, 여자친구와 창녀와의 쓰리섬, 끝없는 자기혐오, 끝나지 않는 성욕. 방황들의 부작용, 부정하고픈 상처의 흔적들. 작가의 위악적인 묘사만큼은 아니어도, 그 당시 강아지 같던 청소년기, 배고픈 늑대같은 청년기 남성들의 모습은 정말 리얼하게도 그렸다. 혹시나 야한책 찾아온 독자들에겐 작가는 참 나쁜사람이다.

수용(Acceptance)

인간의 인지 기능 중엔 반추라는 기능이 있다. 집중해보자. 묘사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도 어찌보면 용감하다 . 비록 여혐에 가득차고 폭력적이며, 염치도 없는 문장들이 그득하지만  30대 필립로스는 하고픈 말이 있었다. 그걸 그 시대 유머코드에 맞춰 잘 만들어진 랩처럼 잘 썰을 풀었을 뿐이다. 목적한 바의 결과물인 것이다. 시대와 환경이 다른 한국의 한명의 독자가 소화하기엔 60년대 유대인의 문화와 그들이 가지는 지식인의 환멸은 바로 와 닿기 힘들다. 그냥 그대로 바라봐 주자, 라고생각해 봤다. 날 것의 힘, 직유의 힘. 그정도를 감상의 포인트라 해 두자.

📘
정말 1/3정도까지 짜증을 내며 읽었다. 이렇게 스트레이트한  '자기환멸'의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잠깐 쉬는 시간에 책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추천사들을 읽었다. 세상에 미국 매체들은 이 소설을 '코메디'로 보고 있었다. 그때까지 난 그 문장들 사이에 무슨 복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심각하게 읽고 있었단 말이다. 🥲

📙
엄앵란의 수영복 화보를 놓고 자위를 했던 아저씨를 생각하면 된다. 청춘과 폭압과 세월을 같이한 그 시대 미국인들이 있다. 응답하라 1960 미국편 - 성인판 이라고면 좋을것 같다.  당시 문화코드를 잘 알 수 없는 이 시대 한국인 독자의 입장에선 이 책을 왜 읽고 있나면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코메디 코드를 빼면, 앙상하게 남는 욕망과 자기환멸의 나열만 남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대 미국 백인, 유대인, 남자들은 그런 청춘을 보냈다. 뜨고 있는 젊은 필립로스는 그저 그 시대의 자신을 쓰고 싶었을 것 같다. 한편으론 이해한다. 하지만 추천책이라 꼽긴 어렵겠다. 혹시라도 과격한 소설의 표본을 보고싶어하는 분이 있다면 예외겠지만 말이다.  

덧,
북마크를 몇개했는데 대부분 29금이라 생략한다. 묘사가 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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