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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무명한 이야기

by 기시군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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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지난번 노랑님 (@norang_2019 : 참고로 예전엔 서점 주인장님이기만 하셨는데 최근엔 잘가나는작가님이시다 ☺️)께 추천 받은 책이다. 작고 아담한 크기. 들고 다니며 읽을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 동네 카페 탐방하면서 점심시간에 읽었다. 짧게 끊어지는 24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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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지만, 에세이같기도 하고 아포리즘 같은 모습도 보인다. 현실과 공상사이에서 작은 사건 또는 대화가 이어지고 중간중간 작가의 짙은 사색이 스며든다. 즐겁게 읽었던 한편의 단편 내용만 보자.

* 치즈케이크의 이데아
치즈케이크의 본질에 대한 논쟁의 기록이다. 다수의 학파는 재료의 비율이 본질을 나타낸다 주장한다. 그중에도 뉴욕 치즈케이크파의 '크림치즈' 비율론이 강세다. 물론 '수플레파'의 '보슬보슬한 식감'을 중시여기는 학파도 있고, 티라미슈까지 치즈케이크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레어치즈케이크 학파'가 있으나 비주류의 위치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논쟁들은 너무 '유물론적'이라는 비판하며 '관념론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모든 치즈케이크은 그저 치즈케이크의 이데아를 현실 세계에서 조잡하게 형상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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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습관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대한 감정을 인식하고자 한다. 지금 느끼는 이 외로움, 짜증, 고독, 열패감, 슬픔, 즐거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객관적으로 내것일 수 있을까. 시인은 맥락에 감정을 실어 세상에 바다에 이 단어들의 파편을 떠나보낸다. 소설가는 서사라는 그물을 잘 짜서 뭐라고 걸리라는 심정으로 바다에 망을 던지기도 한다.

이 소설을 통해 받아들이게 되는 '공감'이 있다면 그것은 '의심'의 유용성일 것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끊임없는 의심과 다르지 않다. '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것조차 실재하는가에 대해서까지 의심'을 해본다. '누가 우리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겠는가' 말하며 주체로서의 자아에 대한 끊임없은 의심의 말을 쏟아낸다. 관념론자의 푸념으로 봐서는 안된다. 현실을 살아내는 '인간'으로 가질 수 있는 권리이자 문학의 근원이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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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태의 소설집이었다. 실존주의 영향도 있는듯 하며, 얼마전 읽다 덮다를 반복하고 있는 보르헤스의 #픽션들 도 떠올랐다. 아. 물론 '픽션들'보다는 훨씬 대중적이고 소박하다.  😁 독립출판물이 가질 수 있는 도전적인 형식과 내용이다. 의미있는 독서였고, 독립출판이라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잘 봤다.

p51 "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도 기만적이기에, 제 자신의 진심도, 제 주변의 진실도 알 수 없어 이렇게 보아 달라고 서로를 붙들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분석만 나무하고 있을 뿐,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란 허상 속에, 우리는 서로에게 오해로 남았다.'

p81 " 난 그제야 삶과 기억이 내게 확언하는 것도 약속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나의 잠재된 감정의 근원들 역시 질재했던 것인지 확신할 길이 없어졌다. 나는 매 순간 생생하던, 그 삶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하여 쓰더 기록의 편린은 물론이요. 누구보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으며 내게 행복을 선사해주던 그글의 얼굴조차 이제는 떠올려 낼 수 가 없었다. "

p116 " 삶의 맥락이던 일상이란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게 되었고, 마냥 천국일 것 같았던 꿈의 여행지들도 더는 천국이 아니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인식되며, 몸과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삶이, 감옥이기를 멈추고 장소 위에 장소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느 정도 인식에 달린 것이라고 나는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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