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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질투의 끝

by 기시군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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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고다니며 보는 얇은 책 시리즈다. 문제는 저자가 '프루스트'다. 쫄지않겠다 생각하고 잠깐씩 '프루스트' 맛배기 여행을 다녔다. 😙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의 악명 때문에 멀리했던 프루스트인데, 의외로 이 책에서의 프루스트는 젊고 말많은 통속소설가 처럼 보였다.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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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옮긴이의 해석을 보자면, 프루스트의 초기단편집 '쾌락과 나날'에 실려있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원제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 몇편 안되니 대략적인 개요들을 다 보자.

*실바니아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실바니아자작은 2년정도의 시한부판정을 받은 환자다. 친척들의 배려와 애인과 사교계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그는 길게 죽어간다.

*비올랑트 혹은 사교계의 삶
지방 귀족의 딸 비올랑트는 불의의 사고로 고아가 된다. 어설픈 첫사랑(첫관계?) 때문인지 그녀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중앙 사교계로 진출한다. 아름다움과 재능 덕에 인기인이 되고 유명 귀족의 결혼도 성공한다.

*어느 아가씨의 고백
이 아가씨는 자신의 몸에 솔직하다. 몸이 이끌리는데로 남자들과 연애를 해왔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프신 어머니. 어머니께는 조신한 모습을 보이기로 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질투의 끝
사교계의 미남 오노레는 손느부인이라는 애인이 있다. 육체도 마음도 진심으로 사랑한다. 문제는 어느날 친구의 입을 통해 손느부인이 다른남자와 몸을 섞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질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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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이전에 쓰여진 작품들이라고 한다. 부유한 삶을 사는 젊은 부르조아 작가의 재기가 번득인다. 계급의식을 논하기엔 사적이다. 사적서사만 가득하다고 말하기엔 자신의 계급안에서의 허위의식, 모순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고민 등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세속적인 사건들 안에서 좌충우돌하며 인간들 사이의 관계와 사랑, 분노, 질투, 대립의 모습들이 섬세하기도 하다.

두가지 키워드가 남는다. 죽음과 사랑. 어린조카의 시선으로 통해 그려지는 타인의  '죽음'은 냉정했지만 현실적이였고, 다가오는 죽음에 당당히 의미를 부여하려는 주인공은 목적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죽음에 대한 성찰을 던져준다. 사랑은 또 어떤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정신과 육체가 함께하는 사랑의 묘사는 현대적이다. 비록 시대적 한계 때문에 나타날 수 없는 '육체'와 연관된 비극이 있긴 하지만,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질투'에 대한 천연덕스러운 수다는 100년전 작품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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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보다는 재미있게 짧은 한권의 책을 읽었다. 문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 언젠가 결심에, 이 12권 전집은 회사 은퇴하고 읽기로 했었었다. 그런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조금 만만해 졌다고 할까?  😁 일단 1권  #스완네집쪽으로 를 질렀다. 한권정도는 보고 전집에 도전할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단편집에 작품들이 1권과 연관성이 많다는 소문 때문에 힘을 냈다.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

p19 " 알렉시를 아연실색하게 한 것은 바로, 누구나 얼굴은 여전히 삶을 향한 채 뒷걸음질로 죽음에 다가간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

p56 " 그녀는 아직 사랑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사랑의 아픔을 겪게 되는데,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것은 사랑을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

p67 " 오귀스탱은 비올랑트가 사교계 생활에 염증을 느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한 가지 힘이 있었다. 처음엔 허영심이 그 힘을 키워 냈지만, 그다음에는 바로 그 힘이 그녀의 염증, 경멸, 심지어 권태마저 무너트렸다. 그 힘이란 바로 습관이었다. "

p87 " 나는 용기를 내어 고해 신부님을 찾아가서는 지난 과오를 전부 고백했다. 그런 다음 약혼자에게도 고백해야 하는지 물었다. 자비롭게도 신부님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 주었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겠다는 나의 맹세를 대가로 죄를 사해 주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영원히 불모지가 되었다고 믿었던 내 마음속에 뒤늦게 다시금 꽃들이 피어났고 열매를 맺었다. "

p125 " 누군가 그녀의 감각을 흥분시키고, 내가 주던 것보다 더 많은 쾌락을 주는 일이, 그녀에게 쾌락을 준다는 상황 자체가 무조건 싫어서다. 내가 원하는 바는, 누구라도 그녀에게 행복을, 사랑을 주어야지 쾌락은 아니다. 누구라도 그녀에게서 쾌락을 얻고, 그녀 또한 쾌락을 얻는다면, 나는 질투를 참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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