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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가며 읽기에 실패했습니다.
1권을 구해 놓고 한장 한장 그의 문장을 음미하며 글을 즐기고 있었는데
벌써 예약구매 걸어놓았던 2권이 날아왔네요. 9월8일발행에 9일에 이미 제 손에 들려져 있다니요.
사라지지 않은 감기기운에 아픈목을 '호올스'로 달래며
9일밤은 1권의 남은 부분으로, 10일 오늘은 2권을 달렸습니다.
직장생활 중이라 하루 한권씩 그와 데이트를 즐긴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그래도 달렸습니다. 반드시 다시 읽게 될 것이라는 예감하에서
그 옛날 '노르웨이의 숲'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누볐던 느낌으로
그리고 읽어나가는 것이 아깝다는 기분으로 조금전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느낌을 음미하기 위해선 일단 전문가들의 '서평'은 읽지 않습니다.
개별적인 '저'라는 독자에게 보편적인 '그'가 하는 이야기만을 곰씹고 있습니다.
장르는 없습니다. 하루키 스타일의 우화?
하지만 스타일리쉬한 스릴러 기운도 다분합니다. 리얼리티 역시 살아있습니다.
아주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묘사는 천부적인 이야기 꾼의 면모를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아주 오랜 천착이라고 해야 할까요?
몇가지 작은 이야기꺼리로 소설을 쓴 것이 아닙니다. 수십편의 단편을 만들고도 남을 모티브를,
그리고 단어를 써서 설명하기 힘든 '의미'에 대한 깊은 숙성이
거품을 가득 머금은 500cc맥주잔처럼 저절로 거품을 넘겨내고 있습니다.
주제는?
독자들이 선택해야 겠지요.
현대사회에서 인간들간의 관계, 조건, 사랑, 고독, 외로움, 순수.. 쓸수 있는 모든 관념적인 단어들은 모두 가져다 붙힐 수 있을것 같습니다. 자~~ 그 안에서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에 집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아주 불친절한 작가를 만나 불친절한 묘사와 복합적인 네러티브의 '던짐을 받은'
독자는 생각을 해야합니다. ' 난 무엇을 읽은 것인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키는 참으로 약아 빠졌습니다. 어찌보면 손가락 끝에 있는 '행복'을
편하게 가르키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지만, 결론으로 이르는 길엔 너무나 많은 생각꺼리를
혹은 지뢰를 심어 놓았네요.
밣으면서 찌릿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조금은 변태적인 지뢰를 말입니다.
설명하지 않아 모르는 것은 설명해줘도 모른다... 라는
계속 반복적인 문장에 질리지 마세요.
나름 그로써는 아주 친절한 문장일것입니다.
설명을 들을 생각이 아니라 느낌을 나눌 수 있는 1200페이지였습니다.
책장을 덮고 몇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의 데이트 소감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한번 차분하게 그와 이야기해 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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