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찔렸습니다.
책 내용에 대한 사전정보를 최대한 줄이며 책을 선택하는 습성 때문에
온다리쿠라는 나름 중량감있는 일본 추리소설작가의 책한권을 그냥 집어들었습니다.
괜찮게 생각하는 기리노나쯔오와 좋아하는 편인 미미여사(미야베미유키)의 어디 중간쯔음을 상상하며
하드코어한 '그로테스크'와 따끈 서늘한 '화차' 의 혼합물이 되지 않을까하는
근거없는 상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고3 남/여학생들의 야간행군(?)을 배경으로
인간군상들의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그리고 놀라운 트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하였습니다만,
아니였습니다.
아주 평이한 문체, 평이한 표현, 평이한 스토리로 360페이지가 넘은 이야기를 끌고 가더군요.
제가 놀랐던 것은 사건이 없어서 놀랐다기 보다는
이렇게 편안하게, 특별하지 않은 요소들로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였습니다.
괜찮은 청춘소설이다 라는 표현도 좋습니다.
성장소설이라 해야 맞을까요?
청춘로맨스적인 요소도 끼워넣었더군요. 조금은 불온한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다른 책을 보지않아서 단정지을 순 없지만
미미여사 못지 않게 '희망'을 이야기 하는 작가더군요.
사람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안에서 성장해 가는
어른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없으면 잊혀진다. 잊혀지면 그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표현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가까이 있을때
혹은 관계하고 있을 때 만들어지는
인간의 긍정적인 '그 무엇'은
잊혀지더라도, 잊혀지고 나서라도
그 인간을 지탱해 주는 또다른 '그 무엇'을 우려내고야 맙니다.
간만에 따뜻한 글꺼리에 기분이 좋습니다.
세상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분명 온다리쿠가 말하는 그런 요소는 존재합니다.
그녀의 또다른 작품을 골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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