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이토록 평범한 미래

by 기시군 2022. 10. 12.

✔️
📕
김연수작가 작품을 꽤 읽은편인데도 마지막 단편집이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아무튼 상당히 오랜만에 나온 단편집이다. 긴 시간을 묶혔다면 더 진해진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받아든 책안의 단편들은 정갈했다. 다수의 작품들이 미래와 과거를 가져와 현재를 이야기 한다. 좀더 묵직해진 중년의 시선이 관계를 돌아다닌다.

📗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과 몇편의 내용 개요를 보자

*이토록 평범한 미래
1999년 스물한살의 나와 나의 여자친구 '지민'은 출판사에 일하는 외삼촌을 찾는다. 자살한 지민의 엄마가 쓴 소설을 찾기 위해서다. 다행히 그 작품을 기억하고 있던 외삼촌은 둘에게 그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 해준다. 동반자살을 선택한 어느 커플의 이야기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
작가인 난 섬에 있는 작은 학교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갔갔다. 도착한 섬에서 우연히 대학동기 여성를 만난다. 같은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던 동기. 그녀도 섬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한다. 대학때 부터 이야기하던 추리소설. 그녀도 대학땐 '평범한 미래'를 꿈꾸었다.

*진주의 결말
치매 아버지를 모시던 진주는 아버지를 폭행하여 죽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범죄 고발 프로그램 PD의 눈에 띄여 방송까지 타게된다. 방송에서 진주의 심리를 분석한 학자에게 갑자기 진주의 편지가 날라든다. 묘하게 꼬인 편지. 이제 이야기는 시작된다.

📘
더 고독해졌고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아진 건 세월 탓이다. 아니 세월을 채운 사람들의 고통 탓이다. 2014년 꽃같은 청춘들을 떠나보내고 촛불을 들다가 코로나로 고립되는 사람들의 너무 긴 시간을 같이한 탓이다. 사랑이야기를 한다. 사랑은 이별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별과 작별과 실연은 모두 상실의 탈을 쓴다. 작가는 자꾸 옛날이야기를 꺼낸다. 지금의 우리를 비춰보려는 노력일 터, 남은 미래를 위해 '눈물나도록 소중한 평범한 미래'을 위해 작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순간의 낙조와 일렁이는 마음의 두려움을 이야기를 한다.

📙
고독한 목소리는 절제된 상태로 잠시의 쉼이 어색하지 않다. 상기된 목소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적절히 산화화되어 문장들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희망이다.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다시 걸을 수 있다 말한다. 아픔과 상실에 고통받아도 우리는 곧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누구는 조금 더 앉아 있을 수 있으며 누구는 보다 빨리 앞으로 갈것이다. 차이의 간격보다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 삶을 말하고 있다. 눈물같은 습기에 예쁘게 탈색해 버린 낙엽같은 문장들로 말이다.

p34 "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

p60 "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

p76 " 나는 인간을 연민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들은 쉬지 않고 헛된 이야기를 만든다. "

p156 "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그 울음은, 말하자면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의 울음이었다.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

p181 "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

p196 "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

p206 " 꽃이 지는 건 꽃철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이 끝나는 건, 이제 두 사람 중 누구도 용기를 내지 않기 때문에 "

p242 " 그러므로 나는 노력하기로 했지. 이 삶에 감사하기로. 타인에게 더 다정하기로. 어둠과 빛이 있으면 빛을 선택하기로 "

#이토록평범한미래 #김연수 #단편소설 #소설집 #한국소설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글쓰기 #글스타그램 #일상 #문장수집 #문학동네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0) 2022.10.18
203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0) 2022.10.17
신, 만들어진 위험  (0) 2022.10.10
눈감지 마라  (0) 2022.10.08
내가 행복한 이유  (0)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