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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by 기시군 202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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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벼운 SF소설인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살짝 놀랐다. 인류의 종말을 다루는 거대한 스케일에 인간이 인간을 먹는 하드고어한 설정까지, 흥미로운 요소가 꽤 많은 소설이었다. 5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4회 수상자가 #천선란 작가였다. 천작가와는 색깔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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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로 구성된 내용을 살펴보자. 소설을 한줄로 요약하면 #파리대왕 으로 시작하여 #설국열차 로 끝난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 1,2부의 앞부분 내용만 살짝 본다.

기후위기 때문에 지구의 인류는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며 종말을 향해 다가간다. 독재자가 지배하던 한국은 한가지 새로운 시도를 벌인다. '무궁화호 프로젝트'. 유전자조작으로 적게먹어도 살수있는 십대 수백명을 훈련하여 우주선에 태워 날려보내는 프로젝트. 목표는 '막'이다. 알고 봤더니 우주는 거대한 '막'에 둘려쌓여있던 것이다. '막'너머엔 왠지 희망이 있을 것같다. 주인공 '나'와 친구들은 무궁화호 탑승을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인다.

이야기는 200년 후로 이어진다. 아직도 비행을 하고 있는 무궁화호 안, 이발사인 두번째 주인공은 우주선의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다. 죄수가 오면 머리를 밀고 '스팀기'에 밀어넣어 비료를 만드는 일이다. 어느날 그는 불온한 쪽지를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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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된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처절한 갈등의 모습도 리얼하였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수준급이다. 많은 SF소설, 영화에서 등장했던 씬들 겹치긴한다. 그래도 작가의 손에서 재조합되어 나름의 맛이 있다. 인간 근본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매력적이다. 안일한 희망보단 '서로를 죽이고 먹으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직시가 더 묵직하다. 첫장편에서 이정도 볼륨의 성과를 내는 작가는 매우 드물것 같다. 그가 다루는 '생명의 무게'는 조금 가볍게도 느껴지지만, 무겁게 다루는 '상황의 무게'덕에 밸런스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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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여기까지이고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집어보자. SF소설이라해도 핍진성은 중요하다. '그럴만하다'라는 설득이 되어야 이야기에 더 깊게 빠지게 된다. 유전자편집이 가능한 과학기술과 몇백년을 항해할 수 있는 우주기술을 가진 인류가 선택한 것이 '인간'을 비료로 써서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은 조금 과한설정으로 보인다. 이야기전개에 있어서도, 예를들어 적에게 쫓길때 어린아이가 자신을 버리라는 이야기도, 그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버리는 상황도, 다시 그 아이를 만나는 것까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소소하게는 식량이 모자라 '개미'를 다 먹어치워 없다는 서술이 있다가, 중반에 개미와 노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이발사의 복장에 주머니가 없어 암호문을 숨기기 힘들다는 서술뒤에 잘라진 머리카락을 주머니에 숨기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약간 거친부분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젊은 작가를 응원한다. 소설에 대한 집중과 진심이 묻어나오는 결과물을 너무 즐겁게 즐겼다. 일부 떨어지는 부분은 다음작품들에서 만회될 것이다. 그의 상상력과 노력이라면 더 멋진 작품으로 독자들 앞에 설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p25 " 나는 우리 조상으로부터 받은 유전자 상당수가 편집된 상태로 태어났다. 나는 아버지처럼 한량 같지도 않았고, 어머니처럼 미신을 믿지도 않았으며, 형처럼 주어진 운명에 순응적이지도 않았다. 나는 그들과는 모든 면에서 달랐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무엇도 할 수 있었다. "

p170 " 무궁화호를 건조한 지구인들은 지옥으로 변한 지구에서 벗어나려 우주선을 쏘았다. 1대 비행사들은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며 탈출에 성공했지만, 140년 치가 아닌 40년 치 식량만을 실어놓은 지구인들의 간악한 술수로 인하여 무궁화호는 식량난을 겪으며 분열했고, 끝내는 서로를 죽였다. 살아남은 765명은 다시는 그런 참사가 없어야 한다면서 엄격한 규율을 세웠다. 우리의 사명은 이들에 의해단 한마디로 정의됐다. ‘모두의 생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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