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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책을 읽겠다고 노력해도 한국소설 편중이 있다. 성향 탓이다. 기본적으로 한국현대소설을 좋아한다. 동시대 이 땅의 나와 이웃들 삶에 관심이 많다. 고전의 교훈을 가져다 비춰보기엔 내 성격이 너무 급하다. 정치,철학,역사책은 사람을 공부하고 싶어 읽는 것인데 한국현대소설은 그저 이야기를 즐기는 것 만으로도 더 깊게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을 통해서도 더 깊게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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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3편 중, 2편 이야기만 해볼까 한다. 나머지 한편은 얼마전 읽는 '김연수' 단편집에서 이미 다루었던 #진주의결말 인 까닭에 생략한다.
*포도밭묘지 - 편혜영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 지면서 잘은 까만색포도들은 버려지고 샤인머스켓같은 고급품종이 인기가 생긴다한다. 쳐다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하지 않는건 아니다. 소설은 버려진 포도밭에서 꿋꿋이 살아, 생을 이어가는 작은 포도알 같은 청춘들을 그린다. 근근이 생의 잔인함을 이어가는 여상 졸업동기들. 공부를 잘해도 외모가 안되어 취직을 못하는 친구의 안타까움부터 은행에 들어갔지만 차별에 신음하는 악바리까지.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이름으로 버려지고 갈아엎어지는 것들 앞에서는 늘 말수가 준다(p39).' 고 하는 평론가에 말에 반대한다. 무엇이든 어디에든 말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생각한다.
*홈파티 - 김애란
연극배우 이이연은 우연한 기회에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동기모임에 초대된다. 교양과 품위가 자연스럽게 풍겨나오는 호스트 '오대표'를 비롯, 명상센터의 소장, 성형회과 의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상류사회의 모습를 관찰하여 자기 연기에 활용할 작정이였던 이이연은 계속되는 이야기속에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교양과 배려로 무장된 그들의 민낯은 실상 이기적이고 편협한 가치체계에 기대고 있었다. 교양과 교양의 과시는 다른이야기다. 작가 김애란은 잘숨어있는 '계급문제'를 무대 한가운데로 질질 끌고나와 한방을 멕인다.
나머지 3편도 나쁘지 않았다. 정한아의 '일시적인 일탈'은 형식적 일탈이 매력적이였으며 문지혁의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소재와 서술의 매치가 신선했다.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은 차분하고 섬세한 묘사가 수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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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작가노트도 인상에 남는다. 그가 홀로 하루밤을 보냈다던 원주에 있는 #뮤지엄산 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의 감수성은 적막 앞에서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 타인들에게 이해 받을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삶의 일들은 그저 벌어질 뿐인데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위해 이유를 만들어낸다.(p82)'는 작가의 말에 한자도 뺄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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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은 독하고 위악적인 상황들을 털어버리고 정통소설의 웰메이드를 이룩했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나보다. 개인적으론 독한 편혜영을 더 좋아한다. 김애란은 계급에 대한 지적질을 여전했으나 뭔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든다. 사회와 사람들에대한 사유가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애정하는 작가다. 짧은 단편집, 좋은 작품을 만나서 좋았다.
p27 " 모든일에는 다음이 있지만 사직서를 낸 고졸 행원에게는 그런게 없기 때문이었다. 성실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최악의 노동자가 되기 십상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p34 "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
p68 "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
p105 "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
p239 "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너무 무섭고 고통스럽다. 소설을 쓸 때마다 달아나고픈 충동에 휩싸이는 건 소설을 쓰는 일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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