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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인생의 역사

by 기시군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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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인의 말처럼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p64)'이라 생각한다. 죽음의 유혹에서 시로 살아남은 최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이태원의 비보를 들었다. 먹먹했고, 사라진 꽃다운 젊음들의 모습이 떠올라 서글펐다. 아슬아슬하게라도 계속 아름답게 살아가야할 인생들이었다. 명복을 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신형철교수가 신작을 냈다. 이번엔 '시'다. '시 이야기'로만 한권을 채웠다. 들춰보니 내가 좋아하는 시인, 한번도 읽은적이 없는 시인이 같이 모여있다. 신교수의 글내공을 믿기에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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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주제로 시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작은 '고통'이다. '공무도하가'부터 최승자까지. 시는 시인의 몸안에서 꺼낸 뜨거운 덩어리라 생각한다. 고통의 이야기를 사유하며 읽은법을 배울 수 있다. 이어지는 '사랑'은 세익스피어로 시작해 릴케를 거쳐 '나희덕'을 지나간다. 릴케의 부드러움이 결국 '살며시 어루만지는' 모습이었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이것은 불완전한 인간의의 덧없는 사랑 때문이라 한다. 사랑이라....  '허공 한줌까지 허공으로 돌려주려는' 나희덕은 어떤가. 사랑과 집착의 관계, 부드럽게 내려놓은 사랑. 사랑의 모습이 다양하기도 하다. 다음은 '죽음'이다. '황동규'시인은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 생각이 아닐까(p135)' 라 한다. 우리는 산을 올라가고 있는것이 아니라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며 '두고내려오는 생각'들을 살피게 한다. 다시 죽음. '한강'의 시에서 '죽음과 대면'하는 시인의 자세를 보았다.  '한강'의 #서시 는 언제나 가슴을 누르듯이 친다. 추스르며 '역사'와 '인생'을 주제 넘어간다. 80년대 고문받던 '황지우'시인의 아픔과 '생'에 대한 칼질같은 고민을 하는 '이성복'시인의 이야기도 눈을 땔수 없다. 부록과 에필로그로 자유로운 형식으로 시에대한 좀더 깊은 이야기들을 더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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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맛을 알려주는 책이다. 물론 시감상에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작품주변과 작품자체에 대해 전문가의 깊이있고 친절한 설명처럼 시감상의 좋은선물은 없다. 신교수에게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읽는 내내 슬펐다. 150여명이 죽은 1건의 사건이 아니라 1명의 죽은 150여건의 사건이 있다고 봐야하는 것 처럼, 잘고 작은 우리 '인생'의 육성을 듣는 법을 배운다는 건, 많고 많으며, 참 쓸쓸한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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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시집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찬찬히 읽어 나갈 것이다. 서두에 작가가 한 말이 남는다. '인생에 별말을 해주지 않는 작품까지 읽을 여유가 없다.' 고 한다. 실천해야할 이야기다. 신교수도 젊은시절엔 '화려하게 급진적인 시(p86)'에 많이 끌렸었던것 같다. 나도 그랬다. 이 한권을 읽어내고 신교수가 변한것처럼 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피흘리는 것'도 피비린내 안나게 써내려가는 시인들도 많았다. 조금 더 넓게 보자 다짐해 본다.

p8 "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p43 " 내 아이가 어처구니없는 확률(우연)의 결과로 죽었다는 사실이 초래하는 숨막히는 허무를 감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모든 일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섭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 살아 있는 자를 겨우 숨쉬게 할 수 있다면? "

p95 "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인간과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의지'라고 했다. 생명이 가진 무분별한 욕망에너지를 그는 '의지'라고 부른다. 의지는 맹목적이고, 그래서 삶은 고통이다. "

p120 " 많은 문학이론가에 따르면 소설은 본질적으로 패배의 기록이다. 세계의 완강한 질서에 감히 도전하는 개인이 있는데,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끝내 포기하지 않아서, 그 비타협의 결과로 그는 패배하고 말지만, 그 순도 높은 패배가 오히려 주인공의 궁극적 승리가 되는 아이러니의 기록, 그것이 바로 소설이라는 것."

p150 "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 나에게 말을 붙이고 /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 오래 있을 거야 (한강/서시)

p207 " '글쓰기는 '나'를 파괴하는 거예요. 칼끝을 자기에게 닿게 하세요... 피 안 흘리면서, 흘리는 것처럼 사기 치는 걸 독자는 제일 싫어해요(이성복) "

p226 " 여럿이 마시는 사람은 희망이 소중하다고 믿는 사람이고, 혼자마시는 사람은 절망이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일까. 전자가 결국 절망뿐임을 깨달으면 귀가하다 혼자서 한잔 더 할 것이고, 후자가 끝내 희망을 포기 못하겠으면 누군가를 불러내 한잔 더 할 것이다. "

p308 " 서정의 근본 형식이 '회상(erinnerung)'이라고 적혀 있다. 단지 돌아본다는 의미만은 아니고, 돌아볼 때 발생하는 주체와 객체 사이의 거리 소멸, 즉 서정적 융화가 시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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