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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최소한의 이웃

by 기시군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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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변했나 확인하고 싶었다. 기자시절 그의 날카로운 글들을 좋아했었다. 영화평을 하면서 글은 조금씩 어려워져지더니, 방송을 하고 유명지면서 그의 글들은 자기애의 빠진 현학의 표준처럼 변해버렸다. 까칠하고 직설적으로 모두까기를 시전하던 그가 아팠다. 다행히 회복해 돌아온 그는 변한것 같았다.  자기집 청소에만 몰두하던 그가 '이웃'에 대한 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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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호흡의 글들을 모았다.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라는 6개의 소단락으로 구분해 놓았으나 큰 의미는 없다.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와 생각들, 세상 돌아가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담담하게 적고내려간다. 사랑은 두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것이라 하고, 상식은 고마울때 고맙다고 할 수 있는 용기라한다. 공존을 위한 성찰과 사유를 권유한다. 세상 가장 다정한 말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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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깊게 생각할꺼리들을 정말 가볍고 쉽게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반추한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필사적'으로 알려주고 싶어한다. 사람이 변했다. 많이 변했다. 생의 마지막을 다녀온 사람 모두가 이렇게 변모하진 않을텐데, 허지웅작가는 정말 좋은사람이 되어버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멋진남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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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다. 깊이있는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이 책의 장점이 온전히 단점이 되어 버릴 것이다. 너무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들. 더 진도를 내었으면 하는 아쉬움들. 그러나 이 책은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일상의 피곤함에 평소 책한권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 잠깐 잠깐 짧고 좋은 글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최적의 책이다. 책의 볼륨에 비해 북마크를 많이 골랐다.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다. 세상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사회초년생들이나 에너지 넘치는 청춘들에게 달래며 읽힐 좋은책이다. 선물용으로 딱이다. ☺️

p32 " 혹시 아픈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거나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이 계시나요? 위로하려 애쓰지 마시고, 찾아가서 손을 꼭 잡아주세요. 그리고 평소처럼 놀아주세요. 그냥 그거면 됩니다. "

p88 " 다만 불의한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입니다. "

p128 "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

p137 "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마치 자기가 3루타를 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배리 스위치) "

p176 " 당연한 것들을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오로지 명쾌한 것 진실이라 여겼으나 더 이상 진실이 명쾌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그건 아마 노화의 신호가 아니라 지혜로움의 상징이 아닐까. "

p202 " 불편한 책을 사랑합시다. 가장 위태롭고 혼란스러울 때, 불편한 책 속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지혜와 평정을 가져다줄 겁니다. "

p238 " 지금 여러분이 맞닥뜨린 크고 심란한 문제도 사실 본질을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여러분이 소음 앞에 무너지지 않기를. 휘둘리거나 잡아먹히지 말기를. 조용하고 강인한 평정 안에서 무엇보다 자유로운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

p264 " 사유가 더해지지 않은 극복의 경험은 그저 고생일 뿐입니다. "

p290 " 지혜란 책 속의 정보값에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저자의 아이디어와 내 생각이 만나 동의와 비판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겁니다. 사유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고전을 붙잡고 낑낑대야만 사유를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만화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장 깊고 넓은 생각의 끝에 닿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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