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by 기시군 2022. 11. 9.

✔️
📕
'궁리'하는 시란 느낌이 들었다. 시어를 공부한다는 말이 아니다. 말과 놀 궁리를 하는 작가를 만났다. 쌀과 몇가지 기본재료를 가지고 오늘 저녁은 무엇을 만들어 먹을까 궁리하는 것 처럼, 생활이라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라는 멋진 저녁꺼리를 찾아내고자 이런저런 많은 시도를 벌이는 재주꾼 요리사를 본것 같다. 읽어봤던 시인들과는 결이 달라 신선했다.

📗
보통 우리는 마음의 '동요'가 일때 당황한다. 시인은 다르다. ' 동요하고 싶었다..... 동요하는 어떤 날 말이, 그러고도 한번 더 동요하는 어떤 마음이 p5 '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시인은 '동요'를 반가워하는 것 같다. 단단한 것은 여지가 없다. 흔들어 모서리라도 무너뜨려야 조금이라도 다시 세울 수 있다. 미장이의 마음으로 새로운 시들을 '짓는다'.

'
밥 한 술 더 뜨겠다고.
시 한 줄 더 쓰겠다고.
틈을 비집고. 글쎄. 어떤 그림자가 .
불처럼 쑥처럼
불쑥. 튀어나와. 뭉클하게 나를 덮치고.... p139
'

울렁임에 반응하여 시어가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시어에 반응하여 뭉클해질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인은 술에서 깨어나듯 본능적으로 일상의 위악적 생활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
돈을 세기 위해,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랑을 하기 위해, 탐을 내기 위해 너는 또 다시 입을 벌린다. p37
'

죽을 것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내년 계획을 짜고 있는 네가..... 수상해 p90
'

그러나 시인은 근원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어디에 가서
무엇이 되어
누구에게
맺히고 싶다 단숨에 p17
'
이런 시인에게 시 말고 더 욕망스러운 것이 있을까?

📘
덕분에 시에 대한 시가 많다. '시가 되는 것'은 시인의 마음속에 형태를 알수없게 침전된 그 무엇이라면 그 형태를 만들어 주는 것은 '시어'가 될 것이다. 다행인건지 오작가 안에는 그리 끔찍한 것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일상에서 평범한 우리가 느끼는 삶의 흔적들을 온전히 공유한다. 일상성에서 진정성을 끄집어 내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인다. 일필휘지가 아닌 세공의 힘으로 감동을 끌어내는 작가. 내가 느낀 오은시인이다.

📙
공감했던 문장들이 많다. ' 과거는 왜 항상 부끄러운가? 미래는 왜 항상 불투명한가? p27 ' 라는 질문은 뻔하지만 잊히지 않는 질문이며, ' 눈물이 볼을 타고 견디듯 흘러내리는 소리 p85' 는 언젠가 겪었던 상황이 떠오른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단 한문장을 고르라면 ' 나는 잠시 바닥과 그윽한 사이가 된다.p97 ' 가 아닐까 싶다. '잠시'라는 부사는 '그윽함'을 더 애닳게 한다. 바닥과 사이의 멀지않은 거리감이 위로를 준다.

#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 #오은 #문학동네 #시집 #시인선 #koreabook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Poem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글쓰기 #글스타그램 #일상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랑과 나의 사막  (2) 2022.11.14
속죄  (0) 2022.11.12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0) 2022.11.06
스페이스 (논)픽션  (0) 2022.11.03
인생의 역사  (0) 202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