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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리에게는 비밀은 없다

by 기시군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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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메이드 페미니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1989년생 대만의 젊은 여성작가다. 꼼꼼한 취재, 정교한 플롯,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깊이 모두가 수준이상이다. 잘 빠진 스릴러 소설을 즐기려는 미스터리 소설의 독자도,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은 일반독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정세랑 작가의 강추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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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홍보문구가 #화차 와 #도가니 의 결합이다. 스포를 피해 앞부분 내용만 간략히 추린다.

이혼 후 딸하나를 키우던 변호사 판옌중은 차분한 성격에 학원강사 우신핑과 결혼을 한다. 딸아이와 사이도 좋고 자신도 성격이 맞다고 만족하며 살던 어느날, 우신핑이 사라져 버린다. 다니는 학원에 문의를 하니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간다는 이유로 휴가를 내 왔다고 한다. 휴가를 낸 그날 이후 그녀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수소문을 할 수록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고아라 알고 있던 그녀에겐 어머니가 있었고, 고등학교 땐 동네 유지의 아들에게 강간을 당했던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판옌중은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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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이해하지 못하던 남자후배를 한번에 이해시킨 말이 있다. '너보다 20~30센티 큰 사람들 사이에서 엘리베이터도 타고 지하철도 탄다고 생각해봐!' 많은 남성들은 자신들이 본성이라 부르는 욕망때문에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고통받는지 알지 못한다. 여자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 친족 성추행/폭행, 피해자에대한 2차가해, 이후 오랫동안 지속되는 트라우마 등등. 여성들이 고통받는다는 단순한 보고서보다 이 책이 사회적 역할을 더 훌륭히 해 내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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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경제적 문화적 환경은 그 개인의 인격형성 자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책은 여성문제 중심에 있는 빈부의 문제, 그로 파생되는 아비투스, 현재라는 사회 체제에서의 여성과 여성간의 관계 문제를 상당히 다채롭게 그려낸다. 세상을 읽는 툴로써 클래식이나 사상서도 좋지만, 이 한권의 미스터리 소설은 자잘한 몇개의 구성 상의 헛점이나 비약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대해 아주 의미있는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추천할 만한 책이다.

p111 "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비밀의 존재를 숨기고 없는 척할수록 그 비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어디를 가도 그 비밀이 따라온다. "

p133 " 사람이 평생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대상은 배우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결혼을 ‘울타리‘에 비유한다. 그 울타리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특수한 외형과 생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거짓말은 결혼생활에서 윤활제이지 걸림돌이 아니다."


p285 " 성공적인 거짓말이 되려면 거짓 사이에 진실을 섞어야 한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의 주의력이 진실인 부분에 집중되고, 허위로 지어낸 부분이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감출 수 있다. "

p301 " 두 개인 간의 성폭력은 절대 개인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판옌중도 성폭력 가해자들을 여럿 만나보았다. 그들을 만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느냐 피해자가 되느냐는 그들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전혀 뉘우치지 않는’ 강간범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 자들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눈앞의 어떤 사람을 강간한 것이 그들 자신의 내재적 질서와 논리에 따르면 조금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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