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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제5도살장

by 기시군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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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벽돌책을 읽던 참이다. 쉴겸 편하게 읽을 책을 찾다가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커트보니것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5도살장'을 그래픽노블로 출간했다는 것이다. 망설임은 배송만 늦출 뿐!  받아든 책은 그림의 퀄리티나 구성 등 별 흠잡을 곳이 없다. 오래전 #신의축복이있기를로즈워터씨 이후 두번째 책,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그림소설을 감상했다. 책도 그림도 글도 모두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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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빌리필그림'은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이였다. 벌지전투에서 독일군포로가 되어 포로신분으로 '드레스덴'으로 이송된다. 제5도살장은 필그림이 머물렀던 고기작업장의 이름이다. 유명한 연합군의 '드레스덴'폭격에서도 살아남은 필그림은 귀국하여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어느날 우주인에게 납치된 필그림은 그들로 부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원하는데로 살수있는 법을 배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삶은 필그림에게도,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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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만 짚고 간다.

시기,
작품의 출간년도는 1969년이다. 미국 내 베트남 반전운동이 활발했을 시점, 아주 세련된 형태의 SF반전소설이 출현했다. 기존의 서사구조를 무너뜨리는 형식의 파괴와 냉소적이며 위트있는 필치는 동시대 미국인을 열광시켰을 만 하다.

SF설정,
#테드창 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컨택트 의 우주인처럼, 보니컷의 우주인들도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같이 보는 존재다. 또한 지구인의 번식을 관찰하고자 남자인 '필그림' 말고 여배우 한명을 같이 납치한다. 50년전 소설치고 신선하고 흥미롭다.

플롯,
전쟁터, 포로생활, 귀국 후의 생활, 비행기사고, 입원, 가족 등 일직선으로 일어난 일들이 모두 해체되어 무작위적으로 펼쳐진다. 과거를 알고 미래를 아는 '필그림'은 대부분의 상황을 담담하게 맞이한다. 특히나 필그림이 '죽음(들)'을 만날때 마다 읆조리는 ' 뭐, 그런거지...'는 드라이하면서 서글픈, 묘한 맛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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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폭격은 연합군이 벌인 최악의 사건이다. 독일의 런던폭격에 대한 복수로, 소련의 진입을 돕겠다는 핑계로, 군시설 하나 없는 문화의 도시를 90%, 폭격으로 밀어버린 사건. 공식적으로는 2~3만명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10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죽었다고 한다. 보니것은 실제 2차세계대전에 참전을 하였고, 포로가 되었으며, 드레스덴에서 살아남았다. 자전적 성격의 소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장함이나 각잡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아주 여유로운 자세로 '니들이 말하는 어쩔수 없이 행하는 전쟁과 살인의 정체가 뭔지 아니?'하는 질문을 나즈막히 계속 던지고 있다. 톤을 높이지 않았지만 여운이 남는 묵직한 질문이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작품이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덧,
독특한 플룻이 그래픽노블의 서사형태와 잘 맞아떨어진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텍스트 만으론 한템포 씩 늦을 수 있을텐데, 그림소설은 그 간격의 폭을 줄일 수 있다. 컨텐츠의 양 자체는 많이 생략되었을 텐데, 기획적으론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p11 " 드레스덴 참사, 대단히 비싸고 꼼꼼히 계획된 그것은 너무도 무의미했다. 마침내 이 지구상의 단 한 사람이 그것으로부터 어떤 이득을 취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나는 이 책을 썼고, 이 책은 내게 많은 돈과 명예를 안겨주었다. 뭐, 그런 거지. 어쨌거나 나는 죽은 사람 한 명당 2달러 혹은 3달러를 번 셈이다. 나도 그 일에 발을 담그고 있다. "

p75 " 나는 트랄파마도어인(우주인)이고, 당신이 쭉 뻗어나간 로키산맥을 한눈에 보듯 모든 시간을 봅니다. 말 그대로 모든 시간이죠. 변하지 않아요. 설명할 수 없어요. 그냥 그런 거니까요. 시간을 한 순간씩 떼어놓고 보면, 아까 내가 말했듯이, 우리 모두가 호박 속에 갇힌 벌레인 걸 알게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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