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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차이에 대한 생각

by 기시군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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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쪽은 신이든 진화이든 더 강하고 우월하게 태어난 '남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정상적이라 믿고 산다. 그 들의 다수는 '남자'다. 몇천년의 세월을 그 폭압 속에 짖눌렸던 '여자'들은 이제야 조금씩 남성우월주의의 허상을 깨부고 있다. 하지만 어떤 급진그룹은 남성우월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여성우월주의'를 내세우기도 한다. 남성의 몸에는 강간범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기에 그들 모두는 예비 범죄자로 경계해야 한단다. 하지만, 백인우월주의를 깨트린 것은 흑인우월주의가 아니라, 인종차별의 혁파가 아니었나. 지금은 이미 갈라치기의 대상이 되어 버린 '성별'문제는 사실, 많이 혼란스럽다.

두가지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 문재인대통령의 추천책이였고, 내용을 살펴보니 그렇찮아도 궁금해하던 '남여의 성차'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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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3개의 챕터를 통해, '젠더'의 정의부터 인류의 유사종족인 침팬지,보노보의 실험 데이터 등을 통해, 젠더에 대한 오해와 인류라는 종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꼭 기억해 둬야 할 것 같은 핵심내용 몇개만 정리해 둔다.

첫째,
성별(Sex)과 젠더(Gender)는 다르다. 성별은 생물학영역, 젠더는 사회적 정의의 영역이다. 성정체성은 뇌의 특정부위 해마의 쌀한톨 만한 부위에서 결정된다.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는 명제는 젠더영역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여성으로, 남성으로 태어난다.

둘째,
먼저 성별의 차이를 보자. 인간,침팬지,보노보는 같은 호미니드(Hominid)에 속한다. 이들의 특성을 분석하면 성별간 차이를 반추할 수 있다. 숫컷은 근육량이 많으며 움직임에 민감하다. 암컷은 양육에 유리한 부드러움에 대한 선호가 있다. 지방비중도 높다.

셋째,
젠더는 타고난 성별의 차이에다, 해당 군집에서의 생활에 따라 경향성이 강화된다. 숫컷은 집단안에서의 권력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암컷역시 권력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암컷 모성,양육욕구가 강하다. 그렇다고 숫컷이 새끼를 버려두진 않는다. 그리고 젠더는 사회적인 요소다. 유인원시대의 우리친척과 다르게 현대의 인간들은 젠더 정체성은 호환, 확장되고 있다.

넷째,
간단한 예시하나만 기억하자. 보드러운 인형을 선호하는 여자아이와 자동차 공 등 활동적인 장난감을 선호하는 남자아이는 성별 기질에 따른 현상이다. 자연스럽다. 그러나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는 젠더 사회화 과정에서 주입되는 인위적인 결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경향성'일 뿐이다. 보드러운 인형을 선호하는 남자아이도 충분히 많다.

다섯째,
인간 만이 생식이 아닌 쾌락 목적의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노보와 침팬지, 그들 암컷은 인간 여성처럼 성욕을 가지고 있었으며 인간으로 치면 '바람'도 피우며 성적 '진취성'을 실천하는 존재다. 사실, 번식을 생각하고 섹스하는 동물은 없다. 그저 그들은 섹스가 즐거워서 하는 것이다. 호미니드 암컷들에서 보이는 음핵 민감도의 진화는 성행위가 즐겁고 중독성있게 느껴지게 만들려는 진화의 결과이다.

여섯째,
수컷의 힘과 리더십으로 인간은 진보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오해다. 수컷의 힘으로만 권력을 획득할 수 없다. 군집이 만들어지고 리더가 되기 위해선 '동조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암컷의 동조는 폭력만으로 끌어낼 수 없다. 암컷의 리더쉽도 중요하다. 암컷은 갈등의 조정을 통해 집단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어내는 리더쉽을 지닌다.

일곱째,
또한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보노보, 펭귄 등 자연계에는 많은 동성애 케이스들이  존재한다. 이성애자인 나는 이성에 대한 성적자극이 강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쌍봉 형태의 분포로 남여의 경향성이 존재한다. 동성애,양성애자들은 그 분포 곡선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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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가 몸이라면, 젠더는 문화적 외투라 한다. 저자는 문화와 생물학의 상호작용을 주장한다.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진 몸에 대한 오해들을 벗겨내고, 강압적으로 작동하는 젠더역할에 대한 사회적 강제에 대한 비판의 날을 거두지 않는다. 남성이 키가 크고 힘이 조금 센 성별의 특성있다고, 더 강한 리더십이 남성에게 있다는 투의 억지를 경계한다.  또한 여성이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이라는 특질이 있다고, 권력투쟁에 관심이 없고 모두 착하기만 하다는 스테레오타입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라 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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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소설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공공석상에서 여성의 지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남성에게, 페미니즘운동을 하는 여성이 가한 비판이다. 남성은 여성이 아니기에 여성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할 수 없으며 단지, 페미니즘의 흐름에 올라타 '생각있는 남자'로 보이려는 훈장으로 페미니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차이'에 대한 강화다. 옳은 방법론일까? 물론 '여자은 원래 그래' 따위의 여혐 막말이 공공연이 돌아다니는 요즘 시절의 반동작용일 것이겠으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책은 500페이지 내내, 차이를 좁히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이런 경향성이 있고, 여자는 이런 경향성이 있으나 어떻게 변화왔고, 그 갭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차이에 대한 교양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추천한다.

p74 " '젠더'라는 용어는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다음의 정의처럼 문화적으로 부여된 역할들을 가리킨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과 남성, 여자 아이, 남자 아이의 특성, 여기에는 여성이나 남성, 여자 아이, 남자 아이와 관련된 규범과 행동, 역할, 그리고 서로간의 관계까지 포함된다. "

p83 " 우리는 문화와 생물학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필요가 전혀없다. 유일하게 타당해보이는 입장은 '상호 작용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 역동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고 상정한다. "

p175 " 보노보는 비교적 늦게 독립적인 종으로 인정되었다. 1927년에 와서야 해부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침팬지와 구별된 것이다. 원래의 이름은 피그미침팬지였지만, 이 이름은 크기 차이를 과장한 것이었다. "

p212 " 수컷 보노보의 진화는 많이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 수컷은 (정상위를 선호하는 암컷과 다르게) 고전적인 후배위 자세를 선호한다. .... 만약 수컷이 뒤쪽에서 시작한다면, 중간에 암컷이 재빨리 몸을 돌려 자신이 선호하는 정상위 자세로 바꾼다. "

p217 " 수컷의 지위는 짝짓기 게임에서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요소는 암컷의 선호이다. "

p263 " 야생 암컷 침팬지는 평생 동안 12마리 이상의 수컷과 약 6000번의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암컷이 낳은 살아남는 새끼는 겨우 5-6마리에 그친다. "

p317 "침팬지는 수컷이 지배하고, 보노보는 암컷이 지배한다고 말할 때에는 덜 지배적인 성이 결코 힘이 없는 게 아니라는 단서를 달 필요가 있다. 사실 세 가지 주요 지위 표지(싸움 능력, 서열, 권력) 외에 네 번째 표지가 또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성'이다. "

p349 " 여성은 남성보다 친밀감과 정보 교환을 더 추구하는 반면, 남성은 더 행동 지향적이며, 개인적 일을 자세히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다. "

p369 " 수컷은 갈등이 분출되었을 때 화해를 하는 데 능숙하고 , 암컷은 갈등을 억제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 데 능숙하다. "

p449 " .... 킨제이는 동성애와 이성애 지향성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많은 남성은 자신이 둘 중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둘 다이다. 대다수 남성은 배타적 이성애자리기보다는 '주로 이성애자'인 것처럼 보인다. "

p463 " (호미니드-침팬지,보노보,인간), 수컷은 지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암컷은 취약한 어린것에게 끌리는 경향이 강하다. 수컷은 신체적으로 지배적이고 노골적인 대립과 폭력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 반면, 암컷은 자식을 돌보고 자식에게 헌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

P466 " (하지만 남녀의 젠더차이는)... 사소하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암컷사이의 경경쟁은 물리적 충돌은 덜한 편이지만, 보편적이고 격력하게 일어난다. 암컷의 성생활은 수컷의 성생활에 못지않게 모험적인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더라도, 양성에는 모두 사회적 위계질서가 있고, 평생 동안 우정을 유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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