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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개신랑들이기

by 기시군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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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적인 컬러와 이미지에 작가를 잘 알아보지도 않고 구매했다. 특히나 제목이 매혹적이었다. 개신랑을 들인다니, 무슨 의미일까. 세상 구박에 지친 강아지같은 남자들 받아들인다는 걸까? 강아지처럼 발랄해서 여성을 기쁘게 해줄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건가. 아무튼 강아지 같은 내신세, 뭐든 받아들여 준다니 즐겁게 작품을 감상할 요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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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스토리의 개요들만 본다.

*페르소나
'미치코'는 독일 유학중이다. 미치코가 알바로 근무하는 정신병원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인 직원 '김성룡'이 여성환자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독일인 직원들은 속을 알 수 없는 평면적인 한국인 얼굴을 품평하며 성룡을 의심한다.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말들을 늘려간다. 미치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다. 미치코는 생활에 끼어드는 독일인, 일본인,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또는 미치코를 평하고 정의내리는 모양새를 지켜본다.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는 건가?

*개 신랑 들이기
기타무라 학원의 강사 '미쓰코'는 특이한 강사다. 아이들에게 똥이야기 등 더러운 유머도 서슴없이 하는 서른아홉살 노처녀 강사로 학부모들은 미심쩍어 하지만 아이들에겐 인기가 좋다. 어느날. 한 잘생긴 젊은 남자가 미쓰코의 집에 들어온다. 신세 좀 지겠다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눌러앉았다. ‘다로'라는 이 남자는 미쓰코의 냄새를 맡고 핦아대는 강아지처럼 굴어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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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처음 만났지만,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작가라고 한다. 독일에 살며 작품활동을 하며, 각종 문학상들을 휩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표제작 역시 1993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단다. 책을 통해 느낀 작가의 작품들은 일본문학 특유의 자신만의 세계의 침잠하는 사소설 경향이 적다. 그렇다고 거대한 사상과 체계를 그리지도 않는다. 단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편견과 혐오에 대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싸움을 거는 모양새다. 일본적인 것으로부터의 탈주의 의지가 조금은 불균질한 질감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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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집중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서로의 의미짓기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그 시선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소수의 '우리'를 그린다. 낮은 톤의 저항과 파격적인 결말(페르소나)도, 설화에서 기어나온 판타지(개 신랑 들이기)도 결국 주어진 강압과 체계를 벗어나려는 작가의 독특한 시도이다. 다만 불행히도 이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는 실패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나 (개 신랑 길들이기) 도망 친 그곳에서도 다른 냄새, 다른 시선들로부터 억압받는다. (페르소나) 운명같은 편견의 화살들은 개별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짖누른다. 희망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독일에서 일본인으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고단함을 작품으로 질문하는 듯 하다.  

덧,
굳이 비교하자면, 페르소나가 좀더 전형적이고, 개신랑들이기가 좀더 유니크하다. 개인적으로 개신랑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 절대 야해서만은 아니다. 😅

p52 " (한국두부는) 콩의 질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고요. 콩을 지나치게 갈아서 부드럽고 깨끗한 인상만 주려고 하는 일본 두 부와는 달라요 "

p82 " (개 신랑 들이기라는 옛날이야기는 ) 옛날 어느 왕궁에 만사를 귀찮아하던 여인이 하나 있었는데, 이따금 공주님의 시중을 들던 이 여인은 아직 공주가 어렸을 적에 용변을 본 공주의 엉덩이를 닦아 주는 일을 특히 성가서해서 공주가 귀여워하는 검은 개에게 "공주님의 엉덩이를  깨끗이 핥아 드리렴. 그러면 언젠가 공주님과 결혼할 수 있단다." 하고 말해 줬더니, 공주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똑같이 기억했지만 그다음부터는 기억이 다들 제각각이어서 어느 날 검은 개가 공주님을 데리고 숲속으로 도망간 뒤 그대로 공주님을 신부로 삼았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공주님의 부모가 공주님의 엉덩이를 핥는 검은 개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격노한 나머지 검은 개와 공주님을 무인도로 유배 보냈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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