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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300개의 단상

by 기시군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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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을 좋아한다. 2021년에 내가 뽑은 최고의 책 중 한권이 #김홍중 교수의 #은둔기계 다. 아직도 지인들에게 꾸준히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파편이다. 파편이 총체보다 더 크고, 심오하고, 생명력이 있고, 강렬하다' 는 홍교수님의 말이  아포리즘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생각한다.

우연히 (그래봤자 #교보문고 서핑중이겠지만☺️) 이 책을 발견했다. #망각일기 와 이 책이 세트로 출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좋아하는 #줌파라히리 가 추천한 책이라는 홍보에 홀라당 넘어가 책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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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책이다는 홍보가 맞았다. 진지한 아포리즘과 해학적 유머가 담긴 메모, 낙서들이 함께 담겨있다. 여성이자 작가이며 아주 심각한 병에 오래 시달렸던 경험이 책 속에 짧은 문장들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어떤 생각을 풀어서 늘여서 만드는 문학이 아니라, 떠오른 생각을 줄이고 함축하여 엑기스만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글들이다. 문장의 미학적 매력을 고려해야하는 '시'와도 다르다. 아주 짧은 초단편 에세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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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리뷰는 책꼽문을 본문에 넣는 것으로 대체한다. 아주 자의적인 선택 자체가 리뷰의 의미를 가질것 같다. 물론, 독자마다 공감하는 문장(작품)은 다 다를 것이 그 폭은 넓을 것이다.

No.1 - 꽃병처럼, 마음도 깨지는 건 처음 한 번이다. 그 다음에는 이미 가 있는 금들을 이겨낼 수 없을 뿐이고. p9

No.2  - 최악의 일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안도감이다. p19

No.3 -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를 갖는 일을 사랑할 뿐이다. p27

No.4 - 누군가와 오래 사귀다 보면 정확히 어떻게 해야 상대가 오르가슴을 느끼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행동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확히 어떻게 해야 상대를 몹시 화나게 할 수 있는지도 알게된다. p33

No.5 - 적응을 잘하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자기 삶 한구석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여기저기로 골고루 분배한다. 그래서 두려움이 사리지는 것 같다. p41

No.6 -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키스는 10년도 더 전에 누군가의 남편과 했던, 5초도 지속되지 않는 짧은 키스였다. 그 기억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p52

No.7 - 확신은 생각의 반대말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p65

No.8 - 나는 요약이 불가능한 글을 좋아한다. 핵심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압축할 수 없는, 쓰인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는 글을.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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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더 기대했었다. 조금 더 세밀하고 디자인된 문장을 생각했었다. 조금 더 삶의 내면, 바닥까지 내려간 단어들을 상상했었다. 김홍중 교수의 책이 기준이 되어서인지, 내 기대치가 높았다. 물론 나쁘지 않다. 공감하는 문장도 꽤 있었고, 서구식 유머가 적절히 녹아 있어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저 한국인 남성이자 비작가의 정서를 가진 나와는 정서적 공통점이 적었다는 것에 원인이지 싶다. 그래도 신선했던 책으로 기억해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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