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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아무도 모를 것이다

by 기시군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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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작품들 중에선 유명한 #저주토끼 보다 #그녀를만나다 를 더 좋아한다. #여자들의왕 도 나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신작 '아무도모를것이다'도 바로 구매했다. 받아보니 작가의 초기 환상문학단편 모음집이다. 신작이 아니라 살짝 실망을 했지만 뭐, 어떠랴. 조금 젊은  정보라를 느끼려 책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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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3년 사이 환상문학웹진 등에 실린 9편의 단편과 2018년 작품 1편, 신작 1편, 총 10편의 단편을 모았다. 일단 초기작 중 몇편을 골라보았다.

*나무 : 친구와 난 조금 나쁜짓을 하긴했다. 나무위에서 나그네에게 '개암'을 던져 놀래키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나와 친구를 땅에 반쯤 묻어놓고 떠날 껀 또 뭔가. 묻힌 땅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머리카락 : 비가 많이 오는날 하늘에서 '씨앗'이 떨어져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머리카락들은 땅을 뒤엎고 사람들을 유혹해 휘감아 녹여버린다. 엄청난 속도로 자라난 머리카락은 주인공 여자가 사는 아파트 밑까지 도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자는 짝사랑하는 옆집 남자와 함께 건물에 갇혀버렸다.

*가면 : 연립주택 꼭대기층에 세들어사는 부부는 밤마다 천장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괴롭다. 남편이 나섰다. 주인을 설득해 옥상층의 열쇠를 힘들게 열었다. 열린 문 너머에는 옥상 끝에는 젊은여자가 서 있다. 이 후 밤마다 이젠 천장이 아니라 남자의 침대에서 이상 야릇한 일이 일어난다. 🙈

*Nessun sapra : 2차세계대전, 독일의 포위로 오랜세월 고립되었던 레닌그라드의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의 시신을 먹고 살아남은 간호사가 있다. 그녀가 먹은 환자는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 방송국에선 아직 살아있는 그녀를 취재하기로 한다.

2018년에 발표된 '물'은 액션SF물이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 '물'과 결합된 '여성 연구원'을 지키는 정의로운 수사관 이야기.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발표작 '비오는 날'은 가장 난해했가. 여자의 신발속에 사는 '그것'은 사람을 불태워버리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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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의 카테고리지만, 호러쪽에 방점이 찍힌 작품과 환타지쪽의 분위기가 더 주도하는 작품들로 나뉜다. 개인적인 선호는 '호러'쪽이다. 끔찍하고 잔인하고 처연한 이야기에 끌린다. '가면'의 주인공은 쾌락에 중독되어 일상을 벗어던지고 메말라가며, Sapra의 주인공은 죽은 남자을 '영원히 자신의 소유'로 하기위해 그를 먹는다. 가족의 복수는  '용서'로 승화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의 머리에 도끼를 내리찍는 것으로 완성된다.  예를 든, 3가지 이야기의 배경은 한국 소시민의 밥벌이, 전쟁, 계급문제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의 작품들이 무서운 이유는 그저 판타지가 아니라 잔혹한 리얼리즘 소설이라 그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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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 전공자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언뜻 떠오르는 이가 #로쟈 #이장욱 그리고 오늘의 작가 '정보라' 다. 물론 단순화의 오류는 있지만 영미문학, 프랑스문학 전공자들보다 현실에 대한 사유와 표현이 더 깊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정보라 작가의 현실참여는 열정적이다. 대학강사의 노동현실 고발건은 유명하며 최근엔 #여성신문 에 #정보라의월간데모 라는 칼럼을 시작했다. 노동, 인권,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과 사회참여가 돋보이는 참여형 작가다.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활동도 작품활동도 모두 응원할 생각이다. 그녀가 계속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덧,
응원은 응원이고, 이 책은 나와같이 그녀의 팬이라면 필구☺️. 저주토끼 만 보신분이라면, 그 책보다는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걸 말씀드린다.

p80 " 여자는 기꺼이 머리카락의 고치 속으로 들어갔다. 고치 속은 따뜻했다. 머리카락이 여자를 절박하게 원했으므로 여자는 쓸쓸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았다. 다정한 고치 속에 몸을 웅크리고 안겨서 여자는 평온하게 미소 지었다. "

P194 " 그가 느낀 것은 일종의 황홀경이었다. 여자의 손가락에서 배어 나온 물기는 그의 혀를 통과하여 그의 뇌에 직접 침투했다. 그는 3차원의 공간에 고체로 존재하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세계를 보았다. "

p261 " 나는 그녀의 왼쪽 신발 속에 산다.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물방울이 땅을 때리는 소리는 말발굽 소리와 비슷하다. 오래전의 말발굽 소리. 나는 그녀를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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