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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에드워드호퍼 길위에서

by 기시군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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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호퍼 #마로니에북스 #에드워드호퍼길위에서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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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 덕분인지 호퍼 책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 난 이 책을 다시 구매했다. 처음 산책은 선물용이였기에 내 손에 없다. 전시회 전날, 권터레너의 비평을 읽으며 페이지 마다  크게 인쇄된 호퍼의 그림을 미리 감상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호퍼’

그의 그림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감정을 섞는 이유를 찾고 싶었으나 표지 날개에 새겨진 이런 글귀는 왠지 불안한 예감을 준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했다지만 언어가 아닌 붓을 무기로 하는 화가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 그림을 다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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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저녁시간 마지막 타임에 전시장을 찾았다. 어스름한 돌담길, 누군가의 버스킹 노래소리가 퍼지는 길을 지나 시립전시관에 들어갔다. 메이저 작품들은 많이 빠졌다고 하여 기대치를 낮췄다. 하지만 의외의 물량공세 ^^  드로잉, 연습화, 초기 호퍼의 잡지삽화나, 수채화, 습작들 등 볼만한 내용이 꽤 있었다. 그리고 보고싶던 유화들. 대표작 #밤샘하는사람들 은 안들어왔지만 그  연습용 드로잉은 볼 수 있었다. 원탑은 #railroadsunset . 한참을 바라보았다.  #밤의창문 , #이층에내리는햇빛 등 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림들이 벽을 채웠다.

더 좋았던 것은 2022년에 새로 제작한 호퍼 다큐멘터리 #아메리칸러브스토리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호퍼와 그의 주변인들의 인터뷰, 당시 화면을 통해 호퍼를 조금은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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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봤고, 전시회도 즐겼다. 이 둘에 대한 이야기를 피드로 정리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나는 미알못이다. 입문서 한두권 정도의 업력으론 전문적인 피드작성은 불가능하다. 그저 인상비평에 가까운 별 근거없는 수다를 늘어봐야 할 판이다. 인자한 인친분들의 양해를 미리 구한다.  ^^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손끝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시간이 멈춘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몰입의 쾌감. 대가이든 초보화가이든 이런 쾌감 때문에 그림을 계속 그려낸다. 명성과 돈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림 자체를 그리는 그 순간'을 즐기려 화가는 태어난다. 호퍼는 그 전형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다. 그는 평온한 삶, 정돈된 삶, 변화를 피하는 삶, 침묵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의 관심사는 천천히 변했고, 흥미가 생긴 그것엔 힘껏 집중했다.

자연과 빛을 느끼고, 자신에게 온 느낌을 표현하려 했고,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만들어지는 현대적(19세기 초반 미국) 물성들을 자신의 선과 농담(濃淡) 안에 담아갔다. 그가 그린 건물과 집과 창문은 자연의 빛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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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오래 살아간 화가다. 빛에 집중하던 화가는 조금씩 변한다. 그림 사이에 건물 안, 방안에 숨어있던 사람이 언듯 언듯 비춰진다. 관음일까? 숨겨지고 가려진 작가의 욕망의 발현일까? 그렇다면 멀뚱이서서 집밖을 바라보는 벗은 여자들의 옆모습은 무었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의외로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것 처럼, 화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린다. 관심이 가는 것들의 수는 적다. 꼼꼼히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느 하나를 그린다. 비슈켄스타인이 말할수 있는 것만 말해야 한다 했지만 침묵해야할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였다. 호퍼에게는 표현할 수 없는 주관과 감정과 순간의 포착으로  자연에 기술을 품겼고, 평온함을 입혔다. 그의 내밀한 기억과 장면들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그림의 사람들은 뭔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거기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호퍼가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종족은 그런것이다. 혼자이며, 모여있어도 혼자일 수 밖에 없으며 서로 다른 곳을 바로보는 존재. 다만 그는 그것에 실망하지 않고 그런 존재들을 열심히 그린다. 그에게 내린 '덧없음'의 무의식적 자각은 그가 '결정한 그것'을 그리는 행위로만 치유받는게 아닌가 싶다.

나의 호퍼에 대한 공명은 그 '덧없음'에 근거를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내는 나와 사람들에 대한 애잔함은 그 '덧없음' 덕분에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잡설이었다. 그만 줄인다.

p10 “ 호퍼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은 일견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내적으로는 이미지로 표혀된 투사와 회화 테크닉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p14 ” 치밀한 준비 작업을 거치지만 결코 계산적이지 않으며 자신이 감정적으로 보다 친밀감을 느끼는 오브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p32 ” 미래파 회화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누릴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꿈꾸는 데 반해, 호퍼는 기술이 인간에게 부과하는 제한성에 역점을 둔다. “

p67 ” 화가는 자신을 구속하는 것, 즉 필연적인 것만을 다시 만들어낼 뿐이다. 기억과 창조성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연이 부과하는 억압에서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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