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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칼같은 글쓰기

by 기시군 202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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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같은글쓰기 #아니에르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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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와 불쾌사이에 반응들이 넘쳐나는 노벨수상작가 아니에르노. 문동북클럽 가입시 이 책이 눈에 띄어 받았다. 나에겐 쾌를 주는 주는 작가이나 내가 느끼는 호감의 원류를 찾고 싶었다. 이 책은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라는 작가와 '아니에르노'간의 긴 이메일 대담집이다. '이브 자네'는 자신의 이야기보다 철저히 에르노를 '이해하기'위한 질문과 대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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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개의 상징적인 문장으로 에르노를 이해해 보자.

*두 가지 형태의 글쓰기 : 에르노는 초기 3편만을 소설이라 했다. 이후의 작품부터는 자신이 경험했던 사실만을 소재로 글쓰기를 진행했다. 중요한 건 이 글쓰기에도 두가지 버젼이 존재한다. 특정 목적에 맞게 구성된 '책'과 삶 자체의 서술인 '내면일기'가 그것이다.

*죄책감을 떠안은 재능 : #부끄러움 #한여자 #남자의자리 등에서 표현되는 그녀의 '죄책감'을 살펴보자. 에르노는 무식한 부모가 부끄러웠다. 그런 부모의 도움으로 교육을 받아 쁘띠브루조아가 된 후에는 그것이 죄책감으로 변하게 된다. 부끄러워했다는 자체를 잊지 못하는 큰 상흔이 된 것이다. 그녀의 '재능'은 흔하디 흔한 '내가 잘나서 성공한 재능'과는 다르다. 하층계급의 빚으로 만들어진 재능, 에르노는 작가로 평생을 그 죄책감을 갚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피지배 세계의 문화 : 그녀의 글쓰기는 담백하다. 수사와 비유과 갖가지 기교를 피한다. 교육받지 못한 자신의 부모의 글처럼 말이다. 꾸밀지 모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피지배 계급의 글쓰기는 에르노에겐 부르조아 프랑스 문화계에 대한 반항이자 상징이다.

*내 내면에 있는 여성으로서의 역사 : 부르디외와 보부아르가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지식인일 것이다. 하지만 제2의 성만으론 에르노의 여성관을 더 커버할 순 없다. 가부장사회에의 남성의 폭력적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고민을 더한다.

*자신의 삶을 쓰고, 자신의 글쓰기를 살다 : 일부 자전적 작품들을 빼면, 대부분의 작가는 타자들의 삶을 관조하며, 문학적 기교를 통해 자신과 독자들에게 다른 삶에 대한 의미와 존재를 알린다. 에르노는 다르다. 바라보는 곳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고통과 쾌락을 직시하며 이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 보다 깊은 공감과 감동을 끌어낸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필사적으로 쓰고, 그 쓰여진 글쓰기를 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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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같은 글쓰기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계급적 저항의 의미를 지닌다. 부르조아 계급적 글쓰기, 즉 고급한 비유와 다양한 수사로 상징되는 고급적인 글쓰기의 대항의 의미가 짙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난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싶다. 에르노의의 칼(글쓰기)는 밖이 아닌 자신의 내면과 개인을 향한다. 그저 관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임상적 해부를 할때 잔인하게 휘드르는 칼과 같이 인간이라는 자신의 모든것을 파내려 간다. 흐르는 피와 고통속에서 자기 독백의 홀가분함을 느끼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소재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더 진하게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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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윤리는 타인이 만들어낸 무형의 규범이다. 자신 안에 쏟아오르는 '욕망'과 '쾌락'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것이다. 그녀는 후자를 선택한다. 주체적인 삶은 거져 얻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갈 때 만나게 되는 선택지는 언제가 완벽히 옳거나 틀린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길로 어떻게 가느냐는 삶을 사는 우리들에겐 중요한 문제다. 정답이 없다면 최선,차선의 선택을 해야한다. 에르노는 자신의 모든것을 벗기고 드러내며, 그 과정을 오래 고민하여 쉽게 써내어 사람들에게 그 선택을 돕은 역할을 한다. 가장 개인적인 글쓰기가 가장 사회적인 글쓰기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p30 " (자신의 쓰는 책은) 모든 것은 글쓰기가 진행됨에 따라 실현될 하나의 목적에 맞게 실행되고 결정됩니다. (내면일기)의  경우는 시간이 이야기의 구조를 결정하고, 즉각적인 삶이 그 소재가 되지요. "

p50 " (일기) 이것은 '나'를 다른 존재로, 다른 한 여성으로 생각하고 그 시기의 맥락에서 벗어나 분출되는 감정을 초월함으로써, 나로 하여금 글쓰기가 생산해내는 진실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

p68 " 내가 내 출신 사회계층을 배반하고 있다는 감정에 깊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나는 '사치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어요. 비록 역시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자기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글쓰기에 바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사치가 어디 있겠어요? "

p103 " 이야기된 것과 자전적 '나'가 지니는 집단적 가치가 그것이죠. 나는 집단적 가치라는 표현을 '보편적 가치'보다 선호하는데, 왜냐하면 여기엔 보편적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

p122 " 나는 모든 허구에 대한 거부에 나 자신을 걸고 있고요. "

p149 " 난 간결한 문장을 쓰기 위해 더없이 느리게 글을 쓰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러한 숙고, 그러한 글쓰기 방식 그러한 간결성은 물질적 조건, 다시 말해 이제 진정 내 것이 된 더할 나위 없는 자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164 " 나는 어떤 책들이 주는 문학의 이미지를 거부합니다. 그 책들이 살과 피의 영역이 아닌 제조의 영역에 속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p200 " 혹 글쓰기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다면, 난 이렇게 말하겠어요. 말, 여행, 광경 등, 그 어떤 수단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을 글로 쓰면서 발견하는 것. 숙고 또는 홀로는 그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

p208 " 내가 쓴 다른 사람의 문장들 또한 나 자신의 진실을 표현해줍니다. 오직 삶만이 있는 삶, 그 삶은 충분하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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