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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흉가

by 기시군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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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조이스캐롤오츠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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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라는 단어는 과거 이탈리아에서 기이하게 생긴 유적을 발견, 명명하면서  생겨났다. 천년을 넘게 기독교의 단정한(?) 문화에 익숙한 중세인들은 이상하게 생긴 신화속 인물,괴물들을 보았을 때 문화적 충격과 이질감을 느낀다. 싫어하면서도 다시보게 되는 그 느낌. 정(正)이 아닌 반(反)의 미학. 그 단어는 세월이 지나 18세기 이후 근대에 다시 회자된다. '드라큘라'와 같은 고딕풍의 소설들. 기이하고 기괴하고 괴상하지만 계속보게는 고딕소설은 미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고딕스타일 만들어낸다. 단순 공포가 아닌, 사회,계급,관계,종교 등 갈등의 요소를 버무린 미국식 고딕이다. 물론 이 쪽 장르의 대가는 오늘 다룰 책 '흉가'의 저자 '캐롤오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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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4개의 1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집은 후반부로 갈수록 한걸음씩 강해진다. 감정의 에스컬레이터를 느낄 수 있따. 장점일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몇편의 개요 만 본다.

*모델
귀여운 우리 여고딩 주인공은 어릴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이모와 같이 산다. 단순사고라고 하면서도 이모는 부모님 사고 이야길 거의 안한다. 어느날 공원에서 놀고 있는 그녀에게, 늙고 돈많아 보이는 아마추어 화가 아저씨가 접근한다. '스타'라며 자기를 소개하며 공원에서 3시간씩 자신의 모델이 되어준다면 꽤 많은 보수를 주겠다고 제의한다. 누드모델도 아니고, 고민끝에 승락하고 모델을 서는데 뭔가 이상하다.

*하얀고양이
엘런포우의 '검은고양이'의 오마주 작품이다. 캐롤오츠여사의 원작 재해석 능력을 즐겨보자. 내용은 생략한다. 시놉은 유사하지만 다르다. ☺️

*예감
명절 앞에 형이랑 연락이 안된다. 평소 폭력적인 형이 형수와 딸들을 힘들게 했는데, 예감이 이상하다. 늦은 밤 난 형네 집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맞이한 사람은 '형수'였고 아무일 없다고 한다. 왠지 얼굴이 상기된 형수, 집안로 나를 불러들인다.

*블라이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주 고전적인 유령소설. 죽은 가정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가 있던 저택을 떠나지 못하고 사건들을 만난다. 유령은 그녀 혼자만은 아니다.

소프트한 몇편만 골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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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루진 못했지만 단편들이 끊어진 이야기들이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도 있다. 여기에 사용된 몇편만이라도 묶어서 하나의 장편을 만들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집의 앞부분은 공황장애 같은 작은 작은 공포로 시작되나 오래된 살인자, 악마같이 행동하는 아가, 좀비, 시체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사실 악마화 된 아기의 거칠음은 미혼모 엄마의 분노의 발화일 것이며 죽어가는 노인을 타자화하여 바라보는 젊은 간호사의 시선은 근원적인 죽음의 공포를 객관화 시킨다.

결국, 제목으로 돌아온다. 흉가. 집이다. 즐거운 우리집 따위의 환상은 버리자. 즐거움과 쾌락을 뺀 나머지의 집. 외로움과 공포를 겪는 동안 내가 위치해야 하는 그곳. 내가 피하고 싶은 그로테스크한 오브젝트들은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 걸까?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잘 찾아 끄집어 내어 그 벌어진 상처를 쳐다보는 것은 그저 '미친짓' 뿐일까. 질문이 많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잘라지고 피흘리는 당신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나'의 비린내를 맡은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집은 그 ‘내’가 숨어있는 그곳이며 그 집이 안전하다고 믿지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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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을 조금만 더 달자.
미국식 고딕소설의 엑기스, 오츠여사는 아주 느슨한 형태로 단편들을 추려모아서 ‘공포백화점’식의 소설집을 만들었다. 층마다 다른 향취의, 다른 스타일의 몸서러쳐지는 ‘영화의 장면장면’들을 모아 이야기를 탑을 쌓은 것 같다.

오츠여사는 독자들 내면에 남아있는 공포의 흔적들을 끄집어내어 직접적으로 ‘전시’해 버린다. 유사한 시도를 하는 동시대 다른 작가들이 거친 질감과 끝간데 없는 과격함을 무기로 한다면 캐롤오츠는 전통적인 ‘품위’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멋진 필력을 보여준다. 50편이상의 장편과 1000편 가까운 단편을 가진 장인이다. 몇권 읽으면 팬이 될 수 밖에 없다. 단, 취향이 맞을 경우에 한한다. ☠️👎🏽

덧,
4부로 구성된 단편모음에서, 마지막 층에 4부(4층?)  올라온 독자들에게 수고했다고 어깨 두드리는 것 같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마지막 작품 #순교 를 내민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한마디를 던지는 것 같다. ’이래도냐?‘ 하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듯 하다. 마지막 작품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특히 이 계열에 약한 분들껜 읽지 말기를 권한다. 🫣

p57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는 억지로 강단에 남았다. 목소리가 떨려도 말을 멈추지 않고, 눈앞이 하애지는 안개 속에서 강의를 이어 나갔다. ” - 인형 -

p180 “ 웃는 능력은 곧 ‘사는’능력이지. 두가지는 동의어라네. 자네는 너무 어려서 아직 이해가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꺼야. ” - 모델 -

p255 “ 결국엔 우리를 구할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됐기 때문이었어. 내 어머니조차 나를 배신했기 때문에. ” - 정상참작사유 -

p391 “ 이건 그이의 은퇴 생활이었다. 내 은퇴는 어떻게 되는 걸까? ” - 보이지 않는 -

p418 “ 넌 죽음이잖아! 싫어 ! 나는 집에 갈래! 그때야 나는 방구석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놀란 척하고는, 그의 베개를 매만져 정돈해 주며 말했다. 여가가 집이에요. ” - 전파 천문학자 -

p422 “ 그런데 죽고 나니,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시체 먹는 약귀가 되어 버린 것이다. ” - 블라이 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 -

p467 ” 그녀의 뼈드렁니를 펜치로 당겨서 강제로 가지런히 가다듬고, 노련한 손바닥이 그녀의 커다난 매부리코를 몇 차례 후려쳐서 부러뜨림으로써 뼈와 연골이 더욱 바람직한 윤곽으로 자라나게 했고,… 찌부러진 내장이 흉곽 안으로 밀려 올라와서 비이비걸은 숨 쉬기가 불편했(다). ” - 순교 -

p502 “ 우리 인간사에서 가장 심오한 미스터리는, 우리들 각자는 주관적으로 존재하며 자아의 프리즘을 통해서만 세상을 알 수 있지만, 이 ‘주관성‘이란 타인들에게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고 따라서 비현실적이고 불가사의한 영역이라는 점인 것 같다. 꺼꾸로 말하자면 우리는 본질적으로 그 어떤 타인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  -  저자후기

p505 “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공포와 충격을 주고 때로는 혐오감까지 일으킬 것을 보장하는 예술을 좋아하는 상황은 낮, 합리성, 과학적 회의주의, 진실, ’현실‘에 대하 반작용으로 인간의 정신에 깊이 박혀 있는 듯 하다. ” - 저자후기 -

p508 “ 더 기술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공포‘를 미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은 영혼의 내부적인(그러므로 아마도 억압되어 있을) 상태를 외부적인 상태로 고양시킨다는 점에서 표현주의 및 초현실주의와 연관된다. ” - 저자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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