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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슬픔의 방문

by 기시군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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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방문 #장일호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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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집어들었다. 시사in 기자가 에세이를 썼다가 이 책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언론인의 에세이는 어떨까 하는 정도의 호기심이였다. 특히나 한때 정기구독까지 하며 애정했던 시사in 기자라는데 쉴겸 읽었다. 하지만 쉴겸 읽을 만한 책이 아니었다. 책을 통해서야 장일호라는 이름이 여기자의 이름이란 것도, 힘든 세월과 사건들을 이겨낸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읽고 나니 표지의 인물과 노란색 표지가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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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픔의 방문'이라는 제목을 썼나 싶웄가. 그럴만 했다. 사건은 갑작스러웠고 너무 여러번 그녀를 덮쳤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는 자살했고, 편모환경에 단칸방 사글세살이를 전전하며 소녀시절을 보냈다. '아주 평범한 가난'은 여자를 성폭력의 '생존자'를 만들고 책과 글을 좋아했지만 대학을 포기하고 상고를 가게 만들었다.

아파봤기에 아픈사람 편에 서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직장생활 몇년, 뒤늦은 대학입학, 첫 직장인 시사in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그녀를 괴롭혔던 가난은 아팠지만 지금의 그녀를 만드는 자양이 되었다. 약한사람,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 알리는 직업인이 되었다.

대학때 만나게된 '페미니즘'으로 지금까지 설명하지 못했던 이 땅의 '여성'으로써의 차별과 고통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짝궁을 만나고 동거와 결혼이라는 절차를 밟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옳바른 '가족'의 자세와 형태를 갖춰가는데, 그녀에게 큰 시련이 닥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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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시대에 자신안에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며 살아왔던 기자. 자신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어 둘 줄 아는 사람. 기자이든 어떤 직업이던 이 사회를 버팅기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장일호 기자가 그렇다.

빈부격차의 소용돌이 안에 ’에어백‘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지키는 진정한 언론인 '기자'가 이렇게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좋았다. 장기자에게 너무 자주 방문하는 것 같은 '슬픔'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앞으로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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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슬픔이없는십오초 라는 좋아하는 시가 떠올랐다.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느껴지는 글말들이 아프면서 위로가 된다.

'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
,

슬픔을 견디며, 아니 이겨내며 잘 살아갈 장일호기자와 자주 십오초를 느끼고 싶은 독자인 나, 모두에게 조용히 늙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말하고 싶다. 다음의 십오초도 반드시 온다. 믿자.

p10 “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애썼지만 매번 실패하고 타협했다. ”

p36 “ 나는 사랑을 ’어떤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

p70 “ 하지만 가난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만 구별되지 않는다. 문화와 교양과 취향으로도 드러난다. 나는 그 말에서 내가 빠져나온 세계를 본다. 그리하여 안온한 세계에서 구경한다. ”

p83 “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굉장한 재능 중 하나다. 꼭 그만큼 삶이 넓고 깊어진다.  ”

p135 “ 성평등이란 단순히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커다란 실패를 허용하란 것이다. (앤디 자이슬러) ”

p160 “ 정직한 기록만이 역사가 될 자격이 있다. ”

p205 “ 정답을 찾고 싶어서 책을 읽지만 책에는 정답이 없다. 자기계발서만 아니라 모든 책이 마찬가지다. 대신 책에는 ’질문‘이 있다. ”

p225 “ 낙태가 더 이상 ’죄‘가 아닌 세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재생산권‘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 도착했다. 재생산권을 유림 씨는 이렇게 정의했다. ‘인간이 다음 인간을 이 세계에 데리고 오는 일이잖아요.’ ”

p234 “ 좋은 질문은 ‘앎’에서 나온다. ”

p239 “ 우리는 모두 가까이 있는 사랆을 닯아 간다. 우리의 얼굴은 세상의 얼굴이다. (양창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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