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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판타레이

by 기시군 2023. 10. 15.

️✔️
#판타레이 #민태기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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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하다.

과학이 역사의 보텍스(vortex,소용돌이) 위에서 철학자와 예술가를 만난다. 판타레이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크레이투스가 말한 'phanta Rhei' 로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한국인 과학자 '민태기'는 흐름에 대한 과학, 유체역학의 역사 위에 근현대 과학과 사회사를 아우르는 통섭의 교양서를 써냈다. 멋지다.

소용돌이와 난류, 그 흐름을 연구하는 이름도 어려운 유체역학 과학도서가 왜 계속 추천받고 있는가가 궁금했다. 유체역학엔 1도 관심 없었다. 다만 최근에 #김상욱 교수 마져 추천을 하니 안살 도리가 없었다. 🥲 받아든 책이 묵직했고, 무게 만큼이나 묵직한 내용들로 진도내기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완독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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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자연에는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믿었다. 직접적 접촉 없이 힘이 전달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체와 같이 힘을 전달할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에테르'개념의 시작이다. 주류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뉴튼은 프린키피아를 통해 데카르트를 비웃으며 직접 접촉이 없어도 가능한 '만유인력'을 증명해 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에테르'에 관련된 이야기는 점점 커져간다. 프랑스혁명과 혁명의 사관학교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의 과학자들의 활약은 눈부셨으며, 산업혁명과 나폴레옹의 몰락의 상관관계는 신기했다. 열과 저항에 얽인 열역학, 엔진이 만들어낸 컴퓨터 이야기. 레볼루션과 에볼루션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다시 환기시겨주는 엔트로피 공방은 흥미진진하다. 저자의 전공이자 주제인 흐르는 모든것의 과학, 유체역학의 디테일은 책 후반부에 집중된다. 에너지와 자동차 혁명. 그리고 전쟁과 제국의 탄생까지 방대한 유체역학을 중심에 둔 유럽사, 과학사의 이야기가 끊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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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이야기 중 몇개 장면만 골랐다.

17세기 커피하우스의 출현은 이성의 발전에 한몫을 한다. 커피를 마시지기 전 유럽의 지식인들은 심포지엄(symposia라는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라는 단어에서 유래) 자리에서 하루의 1리터의 와인을 마시며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술을 먹고 방정식을 풀 순 없었다. 알콜이 없는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 런던증권거래소가, 왕립학회가, 소더비경매회사가, 로이드보험사가 시작된다.

프랑스혁명으로 지위를 보장받은 유태인 자본은 나폴레옹의 전쟁대금을 대며 거대한 자본 권력으로 성장한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탄생이다. '지멘스'는 크림전쟁에서 서구의 통신망에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전신선을 깔도록 지시한 독일 덕분에 막대한 부를 쌓았다. 남북전쟁 화약 군납회사인 '듀폰'은 '모건'과 손잡고 소총사업과 금시세 조작으로 떼돈을 벌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군산 복합체의 탄생이었다.

맑스의 경제학 역시 과학의 세례를 받고 자라났다. 노동이 상품이 되고, 상품이 화폐가 되고 교환되는 과정, 즉 '보존량으로서의 가치'의 분석은 물리학적 개념의 차용이다. 그의 잉여가치론을 설명한 '자본론'은 성경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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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과학은 힘의 전달체인 가상의 물질 에테르 개념을 버리지 못했다. 19세기 과학이 저문 1906년에야 인류는 '전자'를 발견했고, 1911년에 '원자핵'을 발견했다. '1+1=2'라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1910년이라 한다. 어찌보면 이상하고 짧은 과학의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이해하기 힘든과학, 어려운 과학을  저자의 방대한 지식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역사의 흐름에 담겨 변해갔던 과학과 과학 주변에서 벌어진 정치경제적 사건, 음악을 비롯한 예술, 소비와 유행, 역사적인 인물들, 지금 자본주의를 지배하고 있는 대자본의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거미줄같은 이야기을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겐 행운이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과알못들에겐 조금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은 집고 넘어가야겠다. 최소 교양과학책 몇권 정도는 읽고 난 후에 시작해야 할 책이다. 물리학 기초 이론등은 살짝 알고 시작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아무튼 기시의 강추 과학도서에 한권 추가한다. ☺️

덧,
이야기가 넘쳐 댓글로 옮긴 장면 하나, 낙하산등에 쓰이는 잘 미끄러지고 타액이 묻지않은 섬유는 '실크'였다. 2차세계대전 전후 실크의 수출지인 일본은 미국에 대한 실크 수출을 막았고, 미국기업 '듀폰'은 실크의 화학 대채물인 '테플론'을 만들어 전쟁물자로 큰 돈을 번다. 이렇게 만들어진 '테프론'을 프랑스의 어느 회사가 프라이팬에 코팅해서 사용해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낸다. 코팅 후 음식물이 묻지 않아 편리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을 만든회사가 프랑스의 '테팔(TEFAL)'이다. 전쟁와 프라이팬의 관계다.

장면 둘, 해상제국 영국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해도를 작성하는 사업을 진행했으며 그 중 하나의 배가 '비글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독한 항해를 하는 바람에 첫번째 선장은 자살했으며, 두번째 항해를 앞두고 선장의 고독을 막고자 탑승했던 똑똑한 학자가 '다윈'이었다. 영국의 욕심과 선장의 고독이 우리에게 '진화론'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이다.


p24 " 폴란드와 대립하던 튜튼 기사단은 종교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루터의 힘을 등에 업고 독자적인 국가 수립에 나선다. 이렇게 폴란드 북부 지역에서 역사상 최초의 신교 국가로 탄생한 나라가 프로이센이다. (1525년) "

p25 " '레볼루션(천체의 회전이란 뜻)'이 '혁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출판되던 1688년 영국의 명예 혁명 부터이다. "

p93 " 17세기 후반 서구 사회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땔감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다행히 석탄이 흔했던 영국은 땔감용으로 석탄 채굴을 시작했다. 하지만 갱도가 깊어지며 지하수를 퍼 올리는 말의 숫자가 늘어나자 탄광업자들의 고민도 늘어났다. 이에 1698년 토머스 세이버리는 최초의 증기 기관을 사용해 지하수를 퍼 올린다. 이때 자신이 만든 엔진이 말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마케팅을 위해 '말 몇 마리의 힘'이라는 뜻으로 '마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

p174 "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신무기 캐러네이드(주철로 만든 대포)는 같은 시간에 2배 이상의 포한을 프랑스 함대에 퍼부을 수 있었다. 1798년 영국의 넬슨 제독은 이집트에서 승리를 구하하던 나폴레옹 군대를 아부키르 해전에서 격파하고, 1805년에는 황제 나폴레옹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굴북시켰다..... 결국 영국의 산업혁명이 만든 승리인 셈이다. "

p176 " 1800년 풀턴의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프랑스에서 성공적인 시연을 한다. "

p191 " 생시몽과 콩트는 뉴턴에서 비롯된 역학적 성과들을 자연 현상뿐 아니라 사회 현상에도 적용하려는 연구를 수행한다. 여기서 두 사람에 의해 과학으로서의 '사회학'과 실증주의'가 처음으로 시작된다. "

p201 " 증기 기관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의 정치적 격동기와 함께 발전해 갔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며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죽음을 불사하던, 결코 낭만적이지만 않았던 낭만주의시대, 과학은 끊임없이 오류를 반복하고, 또 수정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

p220 " 인류 최초의 자동 계산 장치인 컴퓨터에 '엔진(engin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당시 유일한 인공 동력원이 증기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1821년) "

p226 " 1843년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이 방대한 각주의 말미에 베르누이수를 구하는 논리 프로세스인 '알고리듬'을 유도하여 해석 엔진이 수행 할 수 있는 일련의 명령무늘 이 알고리듬에 따라 제시한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

p230 " 19세기의 학자들에게 힘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에테르나 칼로릭 등의 가상의 유체를 도입하고, 이 가상 유체의 유동으로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었다. "

p282 " 맥스웰은 전자기 현상을 에테르로 채워진 공간을 이동하는 파동으로 보았고, 이를 전자기파라 불렀다. 그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았다. "

p298 " 다윈은 생식은 기하 급수적이라는 멜서스의 이론은 맞지만, 자연의 동식물들은 무한히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즉, 자연은 주어진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변화하며 군집을 유지한다. "

p313 " 칸트 철학에 대한 헬름홀츠의 지속적인 연구는 나중에 전자기학의 발달과 결합해 현대적인 음향학의 탄생을 이이끌었다. "

p402 " 석유는 인류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유동성 에너지이다. 유체로서 유동성을 가진다는 것은 필요한 곳에 순환이 잘 된다는 의미이기도, 다양한 형태로 전환이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406 " 포드는 단순한 자동차 생산자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포드 시스템으로 생산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고, 주 5일제의 시행으로 노동자에게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가져다주었으며,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인류를 대량 소비의 사회로 이끌었다. "

p440 " 1910년에 나온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수학의 원리'..... 이 책에서 두사람은 수천년간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던 '1+1=2'를 증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다. "

p462 " (1927년 케임브리지에서 ) 비트켄슈타인의 강의가 시작되자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1931년 입학한 엘런 튜링도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영항을 받은 튜링은 세상 모든 현상을 반복된 기계 연산만으로 구성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는 현대적인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었다. "

p465 " 이미 22세 때 뉴턴 '프린키피아' 초판본을 구매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뉴턴 전문가였던 케인스는 자신의 경제 이론에 이처럼 물리학적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

p481 " 폰 브라운이 만든 V2로켓 공격으로 사망한 런던 시민의 숫자는 8,000명이지만 V2로켓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1만 2000명이 강제 노동으로 사망했다. "

p486 " 과학자들은 결코 과학으로만 소통하지 않았고, 동시대의 음악, 미슐, 문화적 소양을 끊임없이 흡입하여 이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또한 그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백 년에 걸친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단 한번도 과학 기술은 순수한 과학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한적이 없고 끊임없이 다른 영역과 섞이며 스스로를 재창조하거나 소멸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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