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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아침 그리고 저녁

by 기시군 202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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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그리고저녁 #욘포세 #문학동네 #2023년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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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책 좋아하는 덕후 입장에서 건너 뛸 수 없다. ☺️ 역시나 주문 폭주로 한참만에 받았다. 푸른 파스텔톤의 표지와 양장본이 너무 어울리며 이쁘다. 책은 이쁘고 볼일이다. 작은집과 배가 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이곳엔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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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짧은 1부와 긴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섬의 작은 집, 산모는 진통을 하고 산파는 출산준비에 바쁘다. 아기 아빠인 남자는 주변을 불안하게 서성인다. 곧 태어날 아기와 산모를 걱정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낸다. 곧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남자의 아버지 이름인 '요하네스'로 하기로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다. 늙은 요하네스는 홀로 살고 있다.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7명의 자녀는 모두 떠났고 막내딸 싱네가 가까이 살아 아버지를 보살핀다. 커피를 마시고 방에서 멍하니 있다가 바다로 나가 노나 저어보려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시간은 조금씩 저녁에 가까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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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의 극단이라고 할까. 담백하고 깔끔한 소설이다. 큰 사건은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시작과 끝을 다룰 뿐이다. 사랑, 이별, 기다림, 불안 등의 감정이 고통스럽지 않다. 나무 끝에 매달린 잎파리처럼 삶에 매달인 인간을 천천히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생과 죽음너머 존재 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무언가에 대한 오래된 성찰의 흔적을 남길 뿐이다.

장면과 등장인물의 교차, 리드미컬하게 짧게 치고 지나가는 대사 들, 마침표가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대사와 묘사, 노르웨어어로 읽었다면 더 파격적이였을 듯 한, 시적이며 몽환적인 문장의 출렁임.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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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한권의 소설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 이해하긴 어렵다. 작품해설을 통해 알게된 '멜랑콜리커'라는 단어는 작가의 성향을 추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삶과 죽음 전후의 딜레마를 이해하고 고민하고 삶에 태도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나는 '정직'한 사람, 아니 작가라는 문장이 조금 와 닿았다. 인상적인 책으로 머리에 남긴다.

덧,
허탈한 우스개도 떠오른다. 책에 간혹 언급되는 '연금'이야기. 늙어서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노동하지 않고 생존의 걱정을 떠나 사념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노르웨이의 복지제도'의 덕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요하네스가 한국인이였다면 섬에 작은집에서 생존을 위해 죽음보다는 삶을 위한 노동에 더 집중했을 것 같다. 소설은 '연금 리얼리즘'작품이자 '연금 낭만주의'작품은 아닐까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봤다. ☺️

p16 " 그는 생각한다. 인간이 무에서 무 같은, 그런 것을 생각할 수는 있다 해도, 그것만은 아닌 것이, 그 이상의 많은 것이 있다. 하지만 그 다른 것들이란 무엇인가? 푸른 하늘, 이파리를 틔워내는 나무들? 성경에 나오는 태초의 말씀처럼, 인간에게 심오한 것들과 피상적인 것들을 이해할 단서를 마련하는 것들, 그 다른 것이란 무엇인가? "

p44 "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이러지 말고 그만 내려가는 게 좋겠어. 여기 서서 실제보다 더 무거운 동시에 더 가벼워 보이는 물건들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물건들은 각각의 용도로 말미암아, 그때까지 해왔던 수 많은 일로 인해, 너무 버거워 보이면서도 전혀 무게가 없는 듯하고, 가만히 놓여 있으면서 동시에 둥둥 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p75 " 그럼 그랬지, 무엇보다 연금 수령자가 된 후로 더이상 생계를 위한 낚시를 할 필요가 없게 되어, 그냥 나가고 싶을 때만 나가게 된 후로는, 그래 물론 페테르와 더 자주 어망을 걷으러 바다로 나갔었지, "

p131 "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우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

p146 [해설] " 멜랑콜리커는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고민하며, 사후세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전진하는 대열에서 멈춰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정서가 우울하고, 모호하게 말하는, 과잉소비사회와 자본주의에 반하는 인성의 사람이다.문제의 표면이 아닌 핵심을 파고들며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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