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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생애 #이승우 #위스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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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 책을 많이 봤다. 상대적으로 이승우작가 작품은 적게 본 편이다. 작품에 스며들어있는 '신앙'에 대한 열망과 진심이 '무신론자'인 나와 살짝 결이 어긋나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사랑의 생애'는 조금 달랐다. 신, 가족, 부모가 아닌 이성간의 '사랑'에 집중하여 그 '사랑'에 대하여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하며 작가가 말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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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만에 우연히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마주친 형배와 선희, 대학시절 썸타던 둘은 선희의 고백을 거절한 형배 때문에 멀어진 사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선희의 머릿카락을 뒤로 넘기며 우연히 보여진 귓바퀴의 모습에서 형배는 마음이 철렁내려 앉는다. 며칠을 고민하다 자신은 선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희를 불러낸 형배. 맥주를 마시며 그녀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선희는 형배를 많이 좋아했었다. 그 갈망에서 빠져나올때 자신의 곁에 있었던 소심하고 연약한 영식과 지금은 연애 중이다. 일 때문에 만난 남자, 무뚝뚝하며 비쩍 말라 남성미라곤 거의 없은 영식은 선희가 첫 연애상대다. 그 때문인지 선희의 모든것이 궁금하고 언제나 붙어있고 싶기만 하다. 그런 영식은 사랑하는 그녀가 야밤에 외간남자를 만나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 심지어 과거 썸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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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하게 다가오는 사랑. 사피엔스들이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행동하고 움직이는지. 그 디테일한 시추에이션을 충실히 기록한 동물 다큐멘터리의 느낌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오랜 시간 '사랑'에 관한 상념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놓은 내용들을 모아 작품화 한 것이라 한다. 그래인지 주위에서 많이 보고 겪었던 상황들,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평범한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아쉬움, 욕망, 질투, 그 안에서 널 뛰듯 뛰어다니다가 죽을 것 같은 괴로움에 몸을 뒤트는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독자는 자신도 거쳐온, 혹은 진행 중인 '사랑'에 대해 조용히 생각의 상념에 잠길 기회를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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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동의한 부분은 '사랑은 패턴이 다르면 사랑하기 어럽다p104'는 말이었다. 아무리 좋은 배경에 멋진외모를 가진 상대라 해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와 통하는 말이다. 함께, 비슷하게 걸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만이 '보폭'을 맞추어 사랑의 길을 갈 수 있다. 책은 소설의 외피를 썼지만 사실은 실전 사랑학 에세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왜 사랑이 시작되었는지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사랑으로 가는 길은 그 길을 가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작가가 펼치고 있는 섬세한 '사랑의 아포리즘'을 즐겁게 즐기길 바란다.
✍ 한줄 감상 : 사랑도 해본 사람(놈/X)이 잘한다. 😌
p36 “ 사랑하는 자는 자기 속으로 돌어와 살기 시작하는(물론 허락을 구하지 않고) 어떤 사람, 즉 사랑을 속수무책으로 겪어야 한다. “
p48 “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자의 말은 불가피하게 우회하는 말이다. “
p70 “ 말하자면 매력이란, 특히 이성에게 어필하는 매력이란 어떠어떠하다고 발설하는 순간 흐릿해져버리는 이상한 물질인 것이다. “
p75 “ 연애를 통해 쾌락을 얻는 것이 나쁜가, 쾌락을 위해 연애를 하는 것이 나쁜가. 중요한 것은 쾌락이 연애 안에 있느냐, 연애하는 사람의 내부에 있느냐, 이지. 연애 대상자들의 고유성을 구별하지 않는 연애야 말로 자기 내부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
p77 “ 한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
p98 “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권력이 아니고 권력이 될 수 없고 권력이 되어서도 안된다. “
p125 “ 그의 연애의 라이벌은 그녀가 섬기는 신이었다. 그는 그녀의 신과 겨루어야 했다. “
p132 “ 사랑한다는 말은 실제로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보다 그 말을 한 사람의 마음을 더 움직인다. “
p161 “ 기적은 경험된 자에게 기적이다. 기적을 경하는 자는 기적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이다. “
p166 “ 사랑은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게 하는 근거이다. 사랑의 근거이고 사랑의 깊이이고 사랑 자체이다. “
p205 “ 자신의 약함에서 비롯한,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내뺃은 연인의 손길이 연인의 몸에 유사한 종류의 약함을 생성해내는 신비, 애무란 그런 것이다. “
p206 “ 사랑이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이 불가능한 것을 욕망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이 욕망하는 것은 연인의 마음이다. 그것을 욕망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부에 살기 시작한 사랑이다. 그런데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가질 방법은 없다. “
p212 “ 보르헤스는, 사랑과는 달리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정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
p229 “ 그러니까 영석의 불같은 질투 속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그의 사랑이 아니라 그의 열등감이다. “
p235 “ 죽음보다 강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질투이다. “
p261 “ 사람의 덕은 이 사랑의 이기심을 이기지 못한다. 덕이 이기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이 문장에 대한 바른 해석이 아니다. 바른 해석은, 사람이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이다. “
p285 “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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