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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4321 폴오스터

by 기시군 2023.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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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1 #폴오스터 #열린책들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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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왔던 #폴오스터컬렉션박스세트 같은 선집이 또 나온줄 알았다. 장편신간이란 소식에 소개글 한줄 읽지 않고 주문했다. 폴오스터 얼마만에 나오는 장편인가. 반가운 마음 뿐이였고, 양장 2권세트와 무선 4권세트(한정판)으로 발매된다길래 일단은 한정판으로 질렀다. 받아든 책이 이쁘다. 역시 책 잘만드는 '열린책들'이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책이 손에 착 감긴다. 4권 대략 1600페이지,  한참을 달려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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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다. 폴란드계 유태인이다 주인공인퍼거슨의 할아버지 미국이민으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너무 굶주려 새로 아이가 태아나면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동유럽의 빈민의 생활에서 탈출하고자 할아버지 부부는 먼길을 떠나 뉴욕으로 오게 된다. 세형제가 태어나고 그중 가장 똑똑했던 막내 '스탠리'와 사진관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여성 '로즈'가 퍼거슨의 아빠,엄마가 된다. 사업을 하는 스탠리는 장사수완이 있어 돈을 벌기 시작하고, 딱히 스탠리를 사랑하여 결혼한것은 아닌 '로즈'는 '스탠리'의 일편단심 케어에 감동해가며 아들 '퍼거슨'을 낳고 알콩달콩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다....가 끝이 아니다.

5살무렵까지 비슷한 삶을 살던 퍼거슨의 주위가 슬금슬금 분화된다. 농구를 좋아하는 퍼거슨과 야구를 좋아하는 퍼거슨, 시를 쓰는 퍼거슨과 소설을 쓰는 퍼거슨, 이모는 독신이였다가 어떤 교수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고, 엄아아빠는 사이좋게 늙어가나 했더니 이혼도 벌어진다. 1권의 초반을 한참 읽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이 소설은 4명의 퍼거슨이 나오는 멀티버스 성장소설이였던 것이다. 퍼거슨 1, 2, 3, 4 의 이야기는 각 캡터별로 순서대로 겹쳐저 펼쳐진다. 각 퍼거슨의 성장담은 비슷한 등장인물에 다른 상황들로 중첩되며 동시에 진행된다. 생과 사, 성적취향의 변화까지 다이나믹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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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오스터는 천재가 맞다. 앞부분을 보며 노작가의 조금은 뻔한 회상담이겠거니 했던 것이 미안했다. 소설은 1900년대 중후반까지의 미국 사회의 변혁과 그 안에서 삶을 보냈던 미국인들과의 관계맺음에 집중한다. 개인의 희망과 욕망이 역사의 접점들 안에서 어떻게 맞물려 가는지 솜씨좋게 재미있는 드라마들을 만들어 내었다. 심지어 대가라는 욕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경험했던 중산층 유태인 삶, 문학청년의 삶에 집중하면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우연과 순간의 선택에 의해 달라지는지를 묵직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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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의미를 한참 생각했다. 4명의 퍼거슨을 의미한다면 '1234'라는 제목도 가능했을텐데 '4321'이라니. 아마도 하나씩 사라져가는 퍼거슨, 결국 하나만 남는 퍼거슨을 의미하지 않았나 싶다. 소설 4321은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연결선만을 가지고  '차단'과 '연결'을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바깥의 변화와 자신의 선택에 함께 변화하는 개인의 삶을 다이나믹하게 구성하고 있다. 부록으로 폴오스터가 가지고 있는 작가관, 작품관의 시작과 문학관관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별책부록에 책에서 다룬 고전리스트를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다. 꽤 훌륭하다 👍🏼)

4명의 퍼거슨에 감점이입을 하며, 사실 상당부분 질투를 하기도 하며 읽었다. 사실 폴오스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외모'에 좋은 운동신경, 교양있고, 글솜씨까지 뛰어나니, 퍼거슨 1,2,3,4가 벌이는 다채로운 연예사가 재미있으면서 부럽기도 했다. 😚 그리고 자전적 내용이 물씬 묻어나는 이야기들 사이에 보편적인 당시 미국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 또한 좋았다. 전쟁, 인종차별, 정치를 대하는 젊은 미국청년들의 생각들과 학생운동 이야기는 묘한 기시감을 던져 주기도 했다.  특히나 문학청년 으로서의 퍼거슨의 '인정'에 대한 실패와 성공의 모험담은 흥미진진했다. 폴 오스터 팬이라면 필독할 만한 책이다. 🥳

✍ 한줄 감상 : 결국엔 성공하고야 마는 유대계 미국인 문학청년의 양자역학적, 평행우주 세계관의 성장소설.

[1권]

p57 “ 선생님이 너를 죄수로 만들어 준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고, 조수에게만 있는 건 바로 시간이야. 한없이 많은 시간. 책을 읽어. 로즈. “

p88 “ 퍼거슨은 부모님이 종종 말다툼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있는 자리에서 싸운 건 처음이었고, 처음이였기 때문에 세상의 근본적인 뭔가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p187 “ 운동 시합에서 잘했을 때 상담사인 하비가 말했던 것처럼 현재만을 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게 행복의 진짜 정의인 것 같았다.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 “

p290 “ 그는 이제 글쓰기란 단어를 보내는게 아니라 줄이는 일임을 알게 되었고, “

[2권]

p106 “ 그러니가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지 아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그 모든 사실을 알았어야 하는데, 그 모든 사실을 알 방법은 두 곳에 동시에 있는 것 밖에 없고 - 그건 불가능하잖아. “

p114 “ 페더먼과 함께 걷는 건 무엇보다도 집중력을 기울이는 훈련이었고, 집중력을 기울인다는 건,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한 첫 단계임을 퍼거슨은 발견했다. “

p258 “ 최악의 날들에는 언제나 세상의 빛이 가장 환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게 그들이 영화관의 어둠을 찾는 이유, 어둠 속에 앉아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이유인지도 몰랐다. “

p294 “ 좋은 문장을 쓰는 기쁨 - 특히 나쁜 문장에서 출발했지만 네 번 고쳐 쓰는 과정에서 좋은 문장으로 서서히 개선해 나갈 때의 기쁨 - 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으로서는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았다. “

p340 “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야…. 감정에는 책임지지 않아도 돼.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다고. “

[3권]

p67 “ 열다섯 살이어서 제일 좋은 건, 열다섯살을 1년만 해도 된다는 거예요. “

p71 “ 내가 뭔가 척하는 걸 싫어해서 그랬어. 그게 이유야. 뭔가 척한다는 건 자기 삶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아니면 자기 삶을 두려워하든가 말이야. 나는 내 삶을 믿거든, 아치, 그리고 그걸 두려워하고 싶지도 않아. “

p120 “ 이제 곧 열일곱 살이 될 아치볼드 아이작 퍼거슨, 창녀를 찾아가는 섹스광이자 잡범, 전 고등학교 농구 선수이며 종종 영화 평론을 하는, 남자 의붓사촌과 여자 의붓사촌에게 각각 거절당한, 로즈와 길의 헌신적인 아들 혹은 의붓아들인 그였다. “

p209 “ 그 과제란 누군가의 인생을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로 전하지 않고 서로 어긋나는 여러 개의 순간들로 툭툭 제시하는 것이었다. “

p215 “ 저는 실제 세계인 척하지 않고 이야기임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온전한 진실인 척하는 이야기, 진실 외엔 아무것도 아닌 척하는 이야가가 아니라요. “

p279 “ 그 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태양은 하늘에 멈춰 있었고, 책 속의 한 장이 사려져 버렸고, 숨을 너무크게 쉬거나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한 언제나 여름일 것 같았다. “

[4권]

p47 “ 선거에서 투표할 때는 더 나쁜 쪽보다는 나쁜 쪽을 택하는 게 낫다. “

p134 “ 너는 세상을 새로 만들고 싶지는 않잖아. 아치. 세상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길을 찾길를 원하지. “

p160 “ 법률을 준수하는 기혼자 시민에 비해 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 성 소수자들이 지닌 이점이라면, 1번 연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이상 원할 때면 언제든 누구와도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

p209 “ 그녀와의 섹스는 단순하고 순간적이어서 좋았다. 구속도, 환상도 없는 섹스, 그 순간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것에 대한 희망도 없는 섹스. “

p223 “ 허구와 사변적 산문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법을 조금은 배웠겠지. “

p414 “ 나는 어디가 잘못된 걸까?  어린 거지. 메리가 대답했다. 네가 잘못되었던 건 그것밖에 없어. 너는 어렸고, 이직 덜 자란 어린 사람의 생각을 젊음의 과도한 이상주의라는 틀에서 크게 생각했던 거야. “

p440 “ 마침내 그 이야기는 농담의 영역에서 벗어나 인간의 운명과, 한 인간이 삶을 헤쳐 나가는 중에 끊임없이 마주치는 분기점에 관한 우화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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