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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가을2023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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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시간이 남아 교보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었다. 문학과지성에서 신인작가들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한권씩 내는 단편집. 제목을 보고 있지나 가을이 가기전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작은 책, 좋아하는 오렌지 표지가 정감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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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단편과 저자와의 대담이 담겨있다. 단순 비평이 아니어서인지 대담도 꽤 재미있게 읽힌다. 작품들의 내용을 간단히 보자.
*반려빚
남들은 반려동물과 생활을 같이하는데, 정현은 '반려빚'만 있다. 전세사기를 당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자신의 명의로 1.6억이라는 대출을 껴안은 20대 그녀는 무엇을 하든 '반려빚'이 따라다니며 일상을 참견을 한다. 더 심각한 일은 문제의 주범인 연인은 정현을 떠나 소식도 끊고 다른이와 결혼을 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이소 중입니다
번역가와 소설가, 시인 3명의 친구는 땅끝마을에 살고 있는 '철학자'를 만나러 먼길을 떠난다. 번역가는 반려견을 오래 돌보는 중이고, 소설가는 딸을 돌보다 큰 딸에게 사는 집을 물려주기로 하고 돌봄을 받고 있는 중이다. 시인은 이혼한 남편의 아버지, 즉 전시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기로 하고 수고비와 시아버지집을 받기로 했다. 이들의 가는 길은 너무 멀다. 할 이야기는 많기도, 적기도 하다.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49세 숙희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골드미스. 이제야 '아줌마'소리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데 친한동생 윤미가 손주를 보았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할머니'라니. 뭔가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애인을 불렀다. 열여섯살 연하 애인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더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부르기전까진 몇달이고 오지도 않는 애인, 생활능력이 별로 없어 데이트비용이며 돈은 대부분 숙희가 쓰게 만드는 애인. 왠지 어떤 한계에 도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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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편의 소설을 가로지르는 단어는 '돌봄'이다. '반려빛'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20대 청춘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전세사기'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 안에서 연인간의 서로의 돌봄의 범위와 강도를 고민한다. 믿음과 사랑, 그리고 내안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딜까 생각하게 한다. '이소 중입니다'는 엉뚱하다. '돌봄'의 짐을 지고, 지었던 친구들은 뭔가 알수없는 '짐'을 지고 길을 떠난다. 자리를 옮기는 새처럼 불안불안하지만 성공할 수도, 이 소설의 결말처럼 엉뚱할 수 도 있다.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에서 숙희는 연하남을 돌본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아이를 가지고 싶어 아무남자와 막 자고 다닐때도 있었다. '아이'를 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다행인건가 싶기도 하다. '돌봄'의 무게와 기쁨은 저울추로 달기엔 너무 다른 층위의 단어들이다. 작가의 결말에 고개를 끄덕일 순 있으나, 그 이후에 대해선 다시 의문이 남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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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모두 나름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들이다. 다만 이 땅의 출판시장, 특히 소설분야의 독자층이 대부분 여성이라고 해도, 선정 작품들 전부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작품들이라는 것은 드믄 남자독자로서는 불만이다. ☺️ 우리 남성들에게도 2023년 가을, 세상에 대한 고민과 할 이야기들이 많다. 계속되는 시리즈에 폭이 더 넓어지길 기원해 본다.
덧,
오늘 날씨 같아선 가을이 다 간것 같다. 책 살때 와는 또 다르다. 🥶 이 책을 추천할 이유 하나를 빠트렸다. 가격이다. 💸3000원 살짝 넘는 금액이라 웬만한 커피 한잔 가격도 안한다. 가성비로는 최고의 책이다. ☺️👍🏼
p14 “ 정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목이 말라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져 반려빚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카페에 잠깐 들를까? 반려빚은 정현이 꽤 가엽다는 듯이, 그러나 목줄을 쥔 자로서 단호해야만 한다는 듯이 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집에 커피믹스 있잖아. “
p23 “ 넌 진짜 뭘 아껴본 적이 없구나. 어떻게 반려자랑 빚을 비교해? 그건 반려라는 단어한테 모욕이야. “
p69 “ 시인은 전남편에게서 다달이 ‘시세’대로 간병비를 받고 노인이 죽은 뒤에는 지금 사는 강북의 24평 아파트를 상속받는다는 조건의 계약서에 서명하고 전 시아버지의 집에 들어갔다. “
p78 “ 나는 탁 트인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싫어. 번역가가 말했다. 절반은 내가 아니라 바람이 피우거든. “
p81 “ 휴대폰을 꺼내 ‘이소’를 검색했다. 떠날 이 새집 소. 새의 새까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 “
p93 [대담] “ 호명 방식에는 반드시 시선이 개입하지요. 시선에는 보는 사람의 태도와 대상과의 관계성이 스며들어 있고요. “
p118 “ 두 달 전 마흔아홉 살이 된 숙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줌마’라는 단어와 치열한 내적, 외적 다툼을 벌여오다가 이제 겨우 ‘정착’이랄까 ‘평화’랄까 그 비슷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
p128 “ 문제를 덮기 위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게 어른의 삶이라더니. “
p130 “ 흥미로운 거은 황찬영과 열여섯 살이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맨 처음 알았을 때 숙희는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론 스무 살이 넘지는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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