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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강신주의 장자수업

by 기시군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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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장자수업 #강신주 #EB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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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 집중하자.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이 책은 다수의 소시민을 위한 위로의 책이다. 예전의 노예들은 파는 상인이 노예의 상품성을 홍보를 했다. 힘이 쎄다는 둥 애를 잘 낳을꺼라는 둥. 지금 자본주의사회는 자발적 노예들 스스로가 자신의 상품성 잘 홍보해서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한다. 나의 '쓸모'가 '나'자신과 동일시 되는 세상. 철학자는 2500년전 장자를 불러들여 이 인간을 '쓸모'로 보는 폭압적인 생각들에 강하게 반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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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4부에 걸쳐 48가지의 장자의 이야기를 두권에 나누어 담아냈다. 호접지몽이나 조삼모사같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포함하여 장자론의 핵심이되는 대붕이야기, 빈 배이야기 등 강박사가 선별한 장자의 핵심적인 에피소드들과 해설을 정성 것 담았다. 내게 잔향이 더 남은 장자의 이야기를 골라 네개의 분류에 넣어본다.

1부 대지를 뛰어올라
사랑 - 마음에 드는 바닷새를 잡아와 사랑을 담아 진수성찬을 주고 기른다고 해도 바닷새가 원하는 먹이가 환경이 아니면 그 새는 죽는다. 나의 주는 사랑은 받는 타자의 필요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자유 - 큰물고기 곤은 사는 호수가 좁다. 큰새 대붕이 되어 날아오르려 하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날 수 없다. '철학적으로 바람은 내 세계의 협소함을 폭로하는 타자를 상징p74'한다. 스스로를 폭로하고 드러냄이 달라짐의 시작이다.

2부 물결을 거스르며
타자 - 바람소리는 바람이 구멍이라는 '타자'를 만났을 때 소리가 난다. 구멍모양에 따라 다른소리가 난다. 문맥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타자들로 우리는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자유 - 우리가 잃어버린 것. '타인을 지배하지도 않고 타인에 복종하지 않으려는 자유에의 의지, 혹은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타인을 업겠다는 사랑에의 의지.p355)

3부 등불을 불고 끄고
용기 - 절벽에 매달려 더 이상 올라갈 힘도 남아있지 않을때 잡고 있는 손을 뗄 용기가 있을까. 천길낭떠러지인지 몇미터 안되는 숲인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 떨어져 손을 놓치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손을 뗄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4부 바람 부는 곳으로
꿈 - '타자가 부재한 꿈은 그저 백일몽 360p'일 뿐이며,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늘 꿈을 꾼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타자로의 자신을  바라보았던 이유는 ' 억압과 허영의 사회에서 대붕을 꿈꾼다는 것은 무척 외롭고 고단한 일p361'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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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의 장자는 주류 철학관의 장자와는 다르다. 중국의 주요 사상은 유가사상과 도가사상으로 나뉘어진다.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실현하는 공맹사상과는 다르게 도가사상은 비지배층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상이었고, 그 안에 노자와 장자가 있었다. 20여년 전 철학자 강신주는 자신의 박사학위의 주제를 '장자'로 정하면서 일반적인 도교사상가로서의 장자가 아닌, 자유와 사랑의 철학자로서의 장자를 재발견 하였으며,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책은 그 긴 세월의 최종 결과물로써 완결판이라 할 수 있겠다.

장자의 시대인 전국시대. 중국 가운데 중원에에  오밀조밀 모여있던 ‘국가’들은 지배층 관리에 주력한다. 강신주의 표현에 의하면 '인간'의 가축화를 통해 개별자들을 위한 전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갔다. 힘에 의한 통치를 외친 법가, 요순과 춘추시대의 가치를 설파하여 부드러운 보수정치를 선전했으나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유가가 주류였다면 피지배층 대변했으나 사려져간 묵가나 바람을 타고 어디든 떠다닐 수 있는 자유인을 주창했던 장자는 비주류였다. 하지만 이 비주류사상 중 '장자'는 이천년이 넘은 시간동안 살아남았다. 장자 자체가 주는 '자유인'에 대한 갈망에 사람들이 반응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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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선 이천년이 지나 니체에 와서야 노예의 철학이 아닌 주인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장자는 주인의 철학은 니체를 한참지나온 지금의 우리사회에서도 유효하다. 길들여짐을 거부하고 타자와 소통하고 사랑하는 길을 이야기한 장자. 48편의 이야기 안에서 그 철학의 힘을 느껴볼 수 있다.

다만, 장자를 해석함에 있어 강고한 원칙주의자인 강신주 박사의 일갈이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하다. 조금만 뛰쳐나가면 들판이 펼쳐져 있고 여기저기 유목민이 있던 전국시대와는 달리, 지금의 대한민국은 바람을 타고 뛰어 오르려 해도 밖으로 나갈 '야(野)'가 없다. 노예임을 자각하고 자유인으로 살 수 있는 공간마져도 사라져 버린 현대에 대다수의 '밀쳐진 사람들'은 약간 다른 형태의 노예로 남은 생을 마쳐야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말미에 강박사는 작은 위로를 전한다. 여기 머무는 것 역시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자유인일 수 있다고. 그리고 떠날힘이 당장 부족해도 떠날 수 있는 희망과 마음만 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지금보다 우리의 마음은 더 편안해지고 여유로워 질 것이라고 말한다. ‘질식할 것 같은 우리 이웃들의의 삶에 숨을 쉴 여유를 찾아주고 싶었p367’다는 강박사의 말이 위로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1권]

p34 “ 시인이나 철학자는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농부라기보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과 같습니다. “

p100 “ 내가 읽고 싶어 읽는 것이 책이라면, 남이 읽어야 한다고 필요해서 읽는 것이 바로 교재입니다. “

p113 “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서러운 일이지만, 이제 대부분의 인간은 파란만장한 자유보다는 평온한 굴종에 적응하고 만 것입니다. “

p134 "타자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혹은 타자와 ‘같이하면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삶도 체험도 불가능합니다. 육체 노동자는 타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것이 타인이든, 소이든, 나무이든, 물고기든, 철이든 티타늄이든, 혹은 땅이든 물이든 간에 상관없이 말이죠. 반면 상명하복에 포획된 정신노동은 삶의 세계에서 조우하는 타자와 제대로 관계하기 어렵습니다. 지배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타자는 우리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

p189 “ 타자의 타자성과 문맥의 복수성! 이 두가가는 ‘장자’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을 때 나침반이 됩니다. “

p191 “ 장자는 인간 삶이 한계가 있다고 탄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유한성을 긍정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p205 “ 뇌과학이나 신경과학도 ‘어디도 아닌 곳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표방합니다. “

p219 “ 기원전 4000년경 인간은 말을 마지막으로 가축화한 이후로 더 이상 다른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동료 인간을 가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

p227 “ 피지배자의 이기심, 즉 노동자의 이기심은 탐욕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이기에 서글픕니다. “

p324 “ 우리는 우월한 사람에게 고객를 숙이는 전통이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거나 절을 하면서 나는 보지 않겠으니 당신은 마음껏 나를 보라는 복종의 의미입니다. “

[2권]

p57 “ 피지배자들이 복종과 수탈을 감내하지 않았다면, 지배자도 있을 수 없고 당연히 권력과 부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권력과 부의 독점은 원초적 범죄입니다. 안타깝게도 권력과 부의 독점은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나 지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엄연한 현실입니다. “

p72 “ ‘없다’는 경험은 오로지 ‘있음’을 기억하는 사람의 관념 속에서 만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없음’이나 ‘무’는 관념적인 뿐 실재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

p74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이나 사물 혹은 사건들과 제대로 관계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

p129 “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인간의 인식 혹은 사유 자체가 근본적으로 ‘시각적’이기 때문입니다. 인식의 시각성이나 사유의 시각성이라고 말할 만한 사태입니다. “

p159 “ 장자의 사유를 요약할 수 있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도행지이’ ‘제물편’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길은 걸어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

p167 " 벽 끝에 이른 발자국은 남아 있지만 그 끝에서 되돌아 나온 발자국이 없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가 심연으로 추락했거나 아니면 심연 너머 저편으로 날아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짐작할 겁니다. 누군가 목숨을 건 도약을 했다고, 누군가 두려움 속에 자신이 밟고 있던 이편 절벽 끝에서 발을 뗐다고 말입니다. "

p207 “ 자신이 지배계급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과시적 허영과는 달리 지배계급의 간택을 받으려는 피지배계급의 허영이기에 서글프다는 겁니다. “

p227 “ 자신도 죽는다는 걸 그야말로 온몸으로 절실하게 안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눈물이 별로 나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면,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단지 관념으로만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p252 “ 여기서 수정주의자가 탄생합니다. 이들은 지배 형식은 건드리지 못하고 부드러운 지배만을 지향하는데요. 호랑이굴 자체를 없애지 못하고 그 굴에 들어간 토끼나 여우인 셈이죠. 결국 이것은 노동계급의 저항의지를 약화시키고, 지배 형식 자체를 영속화하는 데 이바지 할 뿐입니다. “

p279 “ 들뢰즈에 이르러 서양철학은 드디어 ‘특수성’과 ‘단독성’을 명료하게 구분하는데 성공합니다. 일단 교환 가능성이 특수성이라면, 교환 불가능성은 단독성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

p288 “ 직위, 봉급, 식읍 등 국가가 내건 미끼의 유혹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국가의 유혹을 받는 순간, 언제든지 자유인은 천하질서에 다시 포획될 테니까요. “

p361 “ 억압과 허영의 사회에서 대붕을 꿈꾼다는 것은 무척 외롭고 고단한 일입니다. 장자가 꿈속에서나마 작은 나비가 되었던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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