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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결혼식 가는 길

by 기시군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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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가는길 #존버거 #열화당 #To_the_We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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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X에게 로 시작한 존버거의 두번째 소설이다.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있지만, 이 책 제목에 끌렸다. 이 분 성향상 결혼식가는 길이 순탄하진 않을 것이란 추측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한 줌의 눈, 봄 바람, 홀겹 이불하나에도 만족하며 침대에 누운 두 연인을 그리는 싯구로 시작한다. 사랑이야기구나. 종착역으로서의 '결혼'은 아닐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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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의미 없는 소설이다. 과거과 현재, 다양한 화자가 교차되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태의 새로운 서술방식을 구사한다. 이야기를 조금 정리해 본다. 오히려 내용을 알고 읽을 때 더 효과적인 독서가 될 것 같다.

눈먼상인 '초바나코스'는 자신에게서 기념품을 사는 장 페레로와 그의 딸 니농의 사연을 알게된다. 그의 입을 통해 이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외곽의 철도 신호원이였던 페레로는 체코출신 '즈데나'와 결혼하여 딸 '니농'을 낳았다. 프라하의 봄, 즈데나는 남편과 딸을 두고 체코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 성인이된 딸 니농은 이탈리아에서 '지노'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곧 니농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게된다. 1990년대 초반 에이즈는 치료법이 없이 발병하면 그저 고통속에 죽어야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이였다. 니농은 지노에게 이별을 말하지만 지노는 그녀와의 결혼식을 주장한다. 결혼식은 열리게 되었고 멀리 있는 아빠 페레로와 엄마 즈네나는 각기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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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도 할 수 없는 막막함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움직이며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관계와 사람들 사이의 비감함을 새겨넣는다.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가족을 떠난 '즈데나'에서 이해할 수 '있'는 '광기'를 느낀다. 언제나 혁명은 차분할 수 없다. 에이즈 걸린 니농을 둘러싼 사람들의 두려움에 가득한 증오, 아들을 위해 니농을 죽이고자 했던 니오 아버지의 후회, 이 모습은  스스로를 속이고자 하는 의지의 앞과 뒤 일지 모르겠다. 마지막, 눈먼자가 이야기하는 고통속에서 떠나는 니농과 그 옆을 지키는 지노. 보살피는자와 보살핌을 받는자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사람'을 느낀다.

' 우리는 광기(craziness)와 속임수(cunning)와 보살핌(care) 속에서 오랫동안 살p167'아가고 있다는 작가의 작중 문장은 우리의 삶의 축약을 상징적으로 나타낸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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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눈먼자의 시점, 각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3인칭 시점부터 1인칭 화자시점으로 불규칙적으로 출연하는 니농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발성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형식 자체 만으로도 미묘한 감정선을 전달하는 소설. 어디선가 본듯도 하지만 새삼 새로운 접근 방식이 낯설면서도 다른 형태의 책읽기의 재미를 준다.

사랑이야기 였으나 사랑이야기가 아니였으며, 결혼식 이야기이나 결혼식 이야기가 아닌, 불친절하지만 난해만 심리묘사 따위는 다 가져다 버린 우리 '인간'에 대한 스케치로 가득찬 소설. 존 버거는 아직까지 계속 내 기대와는 다른 소설들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다음책을 고르는 중이다.

p22 " 눈이 멀고 처음 일 년 동안, 가장 나븐 순간은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였다. 자고 있을 때와 깨어 있을 때의 경계에 빛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종종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p33 " 눈이 먼 상태는 영화와 비슷하다. 눈이 코 위에 양쪽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이끄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

p60 " 고난은 사람을 뒤틀리게 하고, 몸에 옹이를 만드니까요. "

p66 " 슬픔으로 가득한 삶이라는 바다에서 가장 무거운 파도는 무엇일까..... 세번째 현자는 죽음에 가까워졌는데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지. "

p79 " 평평함이 모든 것을 덮어 버린다. 지금 신호수가 가로지르는 평원에서, 인간은 지난밤의 폭력을 알지 못한다. 시체에 걸려 넘어지기 전에는. "

p89 " 니농의 이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는 겁니다. "

p99 " 지노. 그 아가씨으 눈에서 고통을 보고 말았지. 너무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의 고통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더구나. "

p118 " 동근 유리 지붕이 있는 상점가에 앉아서, 울었어요. 제 눈물이 아빠가 있는 산악지대의 바위를 굴려 떨어뜨릴 때까지 울었죠. "

p120 " 여기 지상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찾는 건, 그것이 희미하게나마 선한 것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에요. 그게 미학의 유일한 존재 이유죠.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거요. "

p149 "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입니다. 쾌락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가 말한다. 이 사람들이 천재성을 보이는 영역은 모두 쾌락과 관련이 있죠. 슬라브 사람들과 정반대입니다. "

p170 " 고리노에서의 결혼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미래는, 소포클레스가 알고 있었듯이, 늘 현재에 있다. 결혼식은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그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

p180 " 스코토의 슬픈 광대 같은 눈동자에는, 대답을 알 수 없는 종류의 질문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

p183 " 결혼식의 하객들은 잘 먹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간다. "

p198 " 그는 그녀 옆에 누울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그녀는 간신히 힘을 내어 손을 허공에 들어 오릴 것이다. 그가 그 손을 잡을 것이다. 거북이 반지가 그녀의 넷째 손가락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손이 허공에 떠 있을 것이다. 거북이는 바깥을 향해, 멀어지는 중이다. 그리고 그의 눈은 그녀를 따라 영원 속으로 향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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