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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오웰의 장미

by 기시군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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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장미 #리베카솔닛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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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종류가 4천종이 넘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조지오웰이 시골집에 장미를 심고, 현실참여를 위해 세계를 뛰어다니는 와중에서도 장미에 대한 글을 쓰고  장미의 아름다움을 즐겼다는 것 역시 처음알았다. 리베카솔닛의 이 책 덕택이다. 솔닛은 조지오웰이 민중의 '빵'을 이야기하면서도 한쪽으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장미'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기록'을 토대로 장미로 상징되는 예술과 정치의 다양한 층위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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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발견으로 여정은 시작된다. 이야기는 하나의 줄기로 이어진다기 보다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며 펼쳐진다. 솔닛은 과거 오웰이 살던 집에 방문한다. 그가 예전에 장미를 키웠다는 사실로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꽃의 힘'에 대한 사유이자 '오웰의 예술'에 대한 사유의 시작이다.

이야기는 곧장 지하로 내려간다. 오웰의 작품 '위건부두가는 길'의 배경이 되는 석탄산업 이야기로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당시의 석탄산업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탄광생활을 경험했던 오웰의 흔적 안에서, 숨도 쉬기 힘든 지하의 지옥도이야기와 그렇게사람을 갈아넣은 결과로 만들어진 산업발전의 아이러니를 생각하게 한다.

한편으론, 오웰의 나쁜측면에서의 뮤즈였던 스탈린을 소환하여, 전체주의가 어떻게 인류에 치명상을 입혀왔는지를 집으며, 더 옛날이야기로 넘어가 근대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으로 파생된 자영농의 파괴, 부의 집중 등 현대사회의 불평등의 뿌리를 더듬는다.

다시 이야기는 현대로 옮겨온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장미의 대부분은 콜롬비아의 '장미 공장'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이며 이 공장의 노동자들에게는 장미가 아름다움이 아니라 중노동의 '눈물'로 남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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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정치적'이란 단어가 스며드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심지어 '예술의 프로파간다화'는 스탈린이나 북한의 예를 통해서도 그 끔찍함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다음에 인용한 솔릿의 글을 보자. '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라고 오웰은 지적했으며, 자연도 정치적이다. 정원도 그렇고 꽃도 나무도 물도 공기도 흙도 그렇다. 그리고 물론 날씨도.p210'  이것은 오웰이 특정 정치집단의 홍보 수단으로써의 예술이 아닌, 인간 자체의 삶을 위해 복무하는 예술을 긍정하는 모습이라 해석할 수 있다.  빵을 나누기 위한 정치과 사람들에게 평안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장미의 모습을 그리는 문학 모두가 '인간'을 위한 수단이자 행위라는 관점이다.

즉, 아름다움 조차 형식만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패턴에, 가치의 호소에, 독자가 살고 있는 삶에, 그리고 그가 보기 원하는 세상과 연결p276' 되어 있기에 오웰의 모든 글쓰기는 정치적이라 자평하는 것이다. 다만 예술이 스탈린주의 같은 전제주의의 장식이 되지 않기 위해,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 왔다고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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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시골집 장미'라는 하나의 명제를 가지고, 역사를 관통하며 시대를 조명하는 폭넓은 이야기꺼리가 쏟아진다. 영국의 탄압받던 노동자의 역사부터, 여성 참정권이야기, 화석연료와 기후혼란(기후위기), 전체주의 시대의 우크라이나의 기근참상(500만의 아사), 장미공장의 가혹한 현실 등 참 욕심도 많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 덕분에 한권의 책으로 '오웰'로부터 파생되는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볼수 있었고, 그의 예술에 대한 접근법과 고민을 좀더 살펴볼 수 있었다. 자신만만한 힘찬 필치가 기억에 남는다.

✍ 한줄 감상 : 이미 알려져 있는 '오웰의 빵'이야기가 아닌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장미'이야기.

덧,
조금 다른이야기. 오웰이 스페인내전에 참가하였다가 목에 관통상을 입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분노'였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무척 마음에 드는 세상p154'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분했다고 한다. 의외였다. 평생을 개고생에 가난하며 골골 아프고 고생하고 살아왔던 사람의 '이런 삶의 애착' 이라니. 이것도 인생의 한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했다.  

p32 " 중세 신학자들은 에덴동산에는 장미가 있었지만, 가시는 은혜에서 실추된 후에 생겨났다고 논증했다. "

p44 " 그(조지오웰)도 자기 계급과 인종과 국적과 성별과 이성애와 시대에 고유한 편견 중 일부를 지니고 있었다. "

p86 " 나무들을 바라보는 한 가지 방식은 그것들이 포획된 빛이라는 거야. "

p96 " 1920년에는 영국 노동자 20명 중 1명 이상이 석탄 산업에 종사했으며, 오웰이 위건에 갔던 1936년에도 영국은 여전히 2억 3200만 톤의 석탄을 채굴해 사용하고 있었다. "

p133 " 정치는 문화에 의해 형성된 신념 및 현실 참여의 실용적 표현이다..... 물론 현실 참여와 정반대의 입장을 지지하는 예술 작품들도 있고 우리 시대에는 특히 많다..... 즐거움이란 아름다움이며, 아름다움은 의미요, 질서요, 평온이다. "

p137 " 사회주의자들은 세계를 완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뿐이다. "

p206 " 영국와 웨일즈에서 '1725년과 1825년 사이 거의 4000개의 인클로저 법령들이 재배면적의 약4분의 1에 해당하는 600만 에이커이상의 땅을 정치적으로 우위에 지주의 사유지로 만들었다..... 인클로저는 당대 사람들에게 신자유주의 시대의 공기업 민영화도 같은 것, 즉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것을 빼앗는 일이요. 문자 그대로의 공유지 및 공익이라는 관념에 대한 공격이었다. "

p255 " 우리는 꽃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꽃의 아름다움이라는 말로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외관 이상의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부분적으로는 그것이 나타내고 연상시키는 것, 즉 생명의 성장의 구현이자 뒤따를 결실의 예고에 있다. 꽃이란 상호 연결과 재생이라는 식물적 시스템의 연결망 위의 한 교점이다. "

p277 " 전일성integrity이란 도덕적 일관성과 헌신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온전하고 부서지지 않은, 다치지 않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에서 발견되는 특질이다. "

p301 " 전체주의 지배의 이상적인 신민은 확신에 찬 나치나 확신에 찬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사이의 구분, 진실과 허위 사이의 구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

p307 " 윤리적 목적이 심미적 수단을 첨예하게 한다는 점을 그는 분명히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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