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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킹 거리의 이야기

by 기시군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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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거리의이야기 #존버거 #열화당 #King_A_Street_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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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情調)는 감각에 따라 일어나는 느낌, 또는 색채나 냄새 등에 대한 쾌/불쾌의 느낌을 말한다. 지저분한 노숙인들과 떠돌이 개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아름답고 아련한 정조를 유지하다니, 존버거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3번째로 읽게 되는 존버거의 소설이다. 서정적인 문장에 눈을 맡긴다. 그리고 잔혹한 사람들이야기에 마음을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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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어느도시 '생 발레리'에는 노숙자들이 모여산다. M.1000이라는 도로에서는 그들이 걸어놓은 빨랫줄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로에서 그들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직 경비견 킹은 생 발레리의 노숙자 비코와 비카 부부와 동거 중이다. 킹은 비코 부부 뿐 아니라 모여사는 노숙인들 모두와 친하다. 킹의 눈을 통해 십여명의 노숙인들의 생활을 본다. 아이들이 던진 성냥에 잠자던 노인의 몸이 불타기도 하고, 물을 얻으러 가다가 주인장에게 쫓겨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일생은 돌아간다. 사건은 어느 하루 일어난다. 마을의 대장격인 '잭'이 킹에게 말한다. 마을사람들을 모두 불러.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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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취재와 관찰이 있었을 것이다. 그저 사건을 바라보는 취재는 아니였을 것이다. 냄새나고 게을러보이고 불결한 그들의 꺼풀을 뒤집어 그 안의 사람들을 헤집어보았을 것이다. 그들의 회상담과 그들만의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며 인간과 인간사이의 거리,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 그 간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존재에 불편해했던 순간들이 부끄럽게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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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얼마전 읽었던 '장자'에서 말하던 '유목민'의 생활을 산다. 하지만 자본은 유목민을 자유롭게 놓아두질 않는다. 과거 이 땅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용산사태'같은 비극이 소설 속 '생 발레리'에서도 벌어진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은 다수의 사람들의 외면에 공허해지고, 나와 똑같은 통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친다. 때때로 죽는다. 도시는 정비되고 유목민은 사라지고, 재개발로 멋들어진 새아파트에 입주하는 당신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선망하며 오늘도 열심히 월급노예의 생활에 충실은 나의 삶 역시 행복할 것이다. 책과 영화와 음악 속으로 숨어들어가 내가 가진 작은것을 움켜지며 어둡잖은 지식 따위 수집에 몰두하는 나는 행복할 것이다. 하위 50%의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부의 2%만을 가지고 있는 이 땅에서 나는 하위 50%가 아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저 행복할 것이다.

덧,
번역가 이현우님은 이 책의 번역료 인세 전액을 노숙자복지시설에 기부했다고 한다.

p17 " 책을 읽으려면,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많이는 아니고 어느 정도. 비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p28 "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는 약자들에게 강자드들이 느끼는 증오는 인간만의의 특징이다. 동물물들 사이에선 그런 일이 없다. "

p38 "골이 진 지붕에 덮은 비닐은 깨진 콘크리트 조각으로 눌러 놓았지만, 바람이 불 때면 빗물이 스며든다. 합판으로 만든 지붕은 방수가 되지 않아 물이 새고, 물이 스민 자리는 점점 더 커져 간다. "

p59 " 이제 생 발레리는 나(킹) 홀로 지켜야 한다. 밖으로 나가 쓰레기 더미 위로 올라간다. 이 자리에선 코트 전체를 살필 수 있다. 우리 오두막, 잭의 집, 코리나의 승합차, 대니의 컨테이너, 애나의 벽돌집, 요아킴의 텐트, 솔의 오두막, 알폰소의 거처, 리베르토의 거처. "

p95 " 라틴어에 ‘후마니타스‘ 라는 말이 있는데, 서로 도우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일컫는 거야. 우리 조상님은 말이다. 킹, 후마니타스(humanitas)’라는 단어가 ‘후마레 (humare)‘라는 동사에서 온 거라고 믿었어. ‘묻다‘는 뜻이지. 죽은 사람을 묻어 주는거 말이야. 인간성이라는 건, 그분의 생각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였어. 그런데 킹, 너도 뼈를 묻잖아, 그렇지? "

p103 " 아무 무게도 없고,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시간. 아무 기록도,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도 없는 시간, 그저 기다리기만 하겠지. 그리고 나는, 내가 그 다음 시간에 되어 있어야 할 어떤 일을 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아. 그 시간에도 끝을 내야만 하겠지. 그 시간을 끝냄으로써 마침내 내 이름으로 실패에 매듭을 짓는 거야. "

p119 " 피는 색깔이 아니에요. 맛이지. 내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

p191 " 실수는, 킹, 적보다 더 미움을 받는 거야, 실수는 적처럼 굴복하지않으니까, 실수를 물리치는 일 같은 건 없는 거야. 실수는 있거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만약에 있다면 덮어야만 하지. 우리는 저들의 실수야, 킹. 그걸 잊으면 안 돼. "

p195 " 몸서리치게 괴로운, 평범한 운명의 다양함이여. 아가멤논. "

p204 " '우리 여기 있어!'라는 그 말이 거의 죽어 있던 기억을 깨우고, 그 기억이 밤 바람에  다시 불꽃을 피우는 재처럼 살아나고, 함께 있었던  기억, 두려움, 숲, 음식에 대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

p208 " 안길 품 안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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