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시대의 소음

by 기시군 2023. 12. 18.

✔️
#시대의소음 #줄이언반스 #다산책방 #줄리언반스베스트컬렉션 #THE_Noise_of_Time

🎵
너무나 좋았던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 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줄리언반스는 20세기 소련의 유명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소설로 옮겼다. 그는 우리와는 다르게 천재였으나 우리처럼 소심해 보인다. 과연 그런걸까. 시대의 폭압속에서 한명의 예술가가 살아온 괘적을 따라가다보면 예술이란 무엇일까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반스의 펜끝은 그 질문을 날카롭게 책안에 양각으로 남긴다.

🎵
소설은 3개의 파트로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나누어 다룬다. 각 파트는 쇼스타코비치의 생애의 중요한 시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번째 파트, 이미 천재 작곡가로 인정받던 그가 1936년 그의 신작 오페라 '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스탈린에게 비난받은 시점을 다룬다. 인민을 위한 음악이 아닌 형식주의에 빠진 음악이라는 비판이 실질적인 정치적 위협이 되어 그에게 다가온다. 밤에 찾아오는 비밀요원들을 끌려가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기 싫어 매일 밤 짐을 싸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오지 않는 요원들을 기다리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게된다.

두번째 파트, 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탈린은 쇼스타코비치를 용서한다. 당의 뜻을 실천한 교양곡 5번의 히트덕분이다. 더불어 공산당의 압박에 따라 미국을 방문하게 된 1948년을 중심 이야기는 전개된다. 달라진것은 없다. 자신의 예술성을 지키며 동시에 생존하려는 그의 싸움은 계속이어질 뿐이다.

세번째 파트, 스탈린은 죽었다. 일인독재 시대를 비판하며 쇼스타코비치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공산당. 그때까지 버티던 공산당 입당을 선택한다. 증언에 따르면 입당서를 낸 날 그는 울었다고 한다. 생존과 예술, 그 기막힌 줄타기 위에서 이 시대 예술가들의 선택과 타협을 차분히 바라보게 된다.

🎵
정치적인 위협, 납치, 살해의 환경에서 예술적 자유을 지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시대의 소음"은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와 정치적 타협 사이에서의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대을 흔들고 압박하고 시끄럽게 하는 소음 들 사이에서 한줄기 음악을 지켜내려는 예술가의 삶은 많이 다른환경이기는 하나 소설가 반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
읽는 내내 쇼스타코비치 노래를 들었다. 가장 유명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Shostakovich Jazz Suite No.2 - VI. Waltz 2)가 계속 귀에 맴돈다. 왈츠의 흥겨움 속에 슬픔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를 살려낸 곡 교양곡 5번 '혁명'도 계속 듣게된다. 어떤 심정으로 만들어 내었을까. 이 장엄함은 그가 정치적인 이유로  부제 ' 타당한 비판에 대한 소련 예술가의 응답'에 어울리는 선율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속에서라도 영혼을 담아 예술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에겐 작품이 그저 생존의 도구로만 쓰이진 않는다. 듣다보면 느껴진다. 음악의 장점 중 하나다. ☺️

✍ 한줄 감상 : 정치의 시대를 기회주의자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낸 한명의 위대한 예술가의 최선.

p60 " 예술과 사랑 사이, 압제자와 압제당하는 자 사이에는 늘 담배가 있었다. "

p89 " 그는 이제 자신의 그간 경력이 고된 일, 약간의 성공, 음악적 규 범을 존중하는 데 대한 실패, 공식적인 비난, 급여 지급 중지, 해고로 요약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10 " 러시아인이 된다는 것은 비관주의자가 된다는 것이었고, 소비에트인이 된다는 것은 낙관주의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

p133 " 냉소주의는 파괴자와 사보타주 주동자들의 언어로 통했기에, 그것을 쓰면 위험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 어쩌면 가끔씩은, 그는 그그러기를 바랐다 - 시대의 소음이 유리창을 박살낼 정도로 커질 때조차 -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

p138 " 소련 사람들에게는 프롤레타리아의 순수성이 나치의 아리안족 순수성만큼이나 중요했다. "

p142 " 예술은 귀족과 후원자의 것이 아니듯, 이제는 인민과 당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 "

p166 " 소련에서는 작곡가 조합의 회원이 아니면 오선지를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175 " 레닌은 음악이 기분을 처지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스탈린은 자기가 음악을 이해하고 감상할 줄 안다고 여겼다. 흐루쇼프는 음악을 경멸했다. 이중 어느 것이 작곡가에게 최악일까?  "

p237 " 그는 니나 바실리예브나와 결혼했을 때 너무 겁이 나서 어머니에게 미리 말하지도 못했다. 당에 가입했을 때, 너무 겁이 나서 자식들에게 미리 말해주지도 못했다. 그의 삶에서 비겁함은 변함없이 어어졌고, 진짜였다. "

p260 " 그는 자신의 마음이 떠올리는 기억들을 통제할 수 없듯이, 마음이 끊임없이 던지는 헛된 질문들도 막을 수 없었다. 한사람의 생에서 마지막 질문에는 어떤 답도 없다. 그게 그 질문의 본질이다. "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독서노트#독서기록#책리뷰#기시리뷰 #영국소설 #줄리언반스세트
#줄리언반스베스트컬렉션 #기억의파노라마 #시대의소음_기시리뷰 #소련음악가 #Shostakovich #Julian_Barnes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0) 2023.12.22
라디오 체조  (0) 2023.12.20
서사의 위기  (0) 2023.12.15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0) 2023.12.13
광인  (0) 202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