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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그래도 우리의 나날

by 기시군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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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우리의나날 #시바라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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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이유를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우리는 산다. 왜 나의 마음이 텅 비어버렸는지 알듯말듯한 감흥안에서 우리는 가까운이의 질문에 다른 이야기로 핑계 꾸려대며 살고 있다.

1960년대 ‘시바라 쇼’라는 소설가는 그 시대와 불협하여 사그라지거나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견디어 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190만부의 판매부수, #아쿠타가와상 수상보다 평론가 #신형철 교수의 인생의 책이란 이야기를 얼핏 듣고 책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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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 영문과 졸업을 앞둔 후미오는 한살 아래 사촌이자 비슷한 시기에 여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세쓰코와 약혼을 한 사이다. 평온한 연애 시절을 보내던 중, 후미오가 헌책방에서 발견하여 구매한 ‘H전집’안의 옛주인의 도장(장서인)을 통해 책의 주인이 세쓰코와 인연이 있었던 사노라는 인물의 것임을 알게된다. 공산주의자였던 사노는 무장투쟁을 떠나는 날 우연히 세쓰코를 만나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책한권을 선물해 주기도 했었다. 사노의 행방이 궁금해진 둘은 수소문 끝에 사노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둘 모두는 사노가 남긴 ‘유서’를 읽게 된다. 유서를 통해 스스로의 ‘안’을 바라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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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라는 질문은 유의미하다. 학생운동이 격렬했던 시절, 어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에 죽어가고, 또 어떤 사람을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되뇌이게 된다.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들의 정체를, ‘사랑’의 실체를, 결혼과 일상이라는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한 선택과 그 방향으로의 걸음은 모두 다른속도로 약간은 다른방향으로 펼쳐진다.

액자형 구성으로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다시 깊어진다. 부족한 이야기를 궁금증에 얹어 채워나가기에 적합한, 조금은 고전적인 방식, 액자안의 이야기는 독백체로 자신 안에 생각들을 낮게 깔린 생각까지 펼칠 수 있어 더 집중하게 하는 형식을 택했다. 60년대에는 세련되었다 평을 받았을 것이고 21세기에도 유효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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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에 대한 귀찮음p83’을 입에 달고 사는 입장에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선택에 집중하며 읽었다. 하루를 겨우 살아내고 문득 바라보게 되는 가까운 이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피곤. 나 자신도 나를 설명할 수 없는데, 아니 있더라도 그것이 사실이라 보장할 수 없는데, 난 내가 사랑하는 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50년전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들은 몇가지 급격하게 변한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빼면 크게 달라진 점도 없다. 삶의 목적을 구체화하여 성공을 위해 달리던, 산다는 것의 허무함을 가슴 깊이 숨기고 살아내던, 어느날 마주칠 ‘ H전집 ‘의 도장 같은 것을 통해 우리는 언제 흔들릴 지 모른다. 그걸 각오하는 사는게 어른의 삶이 아닐까 했다.  

✍ 한줄 감상 : 늙어가는 우리가 젊음에 대해 던지는 ‘삶’에 대한 소설적 질문.

p24 “ 행복은 몇 종류가 있는데 사람은 그중에서 자기 몸에 맞는 행복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해. “

p62 “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배신은, 혹은 배신이라는 체험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다. 아마 너는 모를 것이다. “

p88 “ 그런데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걸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103 “ 저기, 사노 씨 편지 읽어봤지? 우리….. 우리는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무엇을 떠올릴까? “

p107 “ 하지만 외롭다는 것과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기 일이 무(無)가 되어 버리는 것은 전혀 별개 문제야. “

p111 “ 눈앞에 목표가 있고 그 요구에 맞춰 두뇌를 훈련하는 것, 그것은 체조선수나 경험할 것 같은 상쾌함을 맛보게 했다. “

p122 “ 유코는 육감의 기쁨이 감각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자기 안에 흘러넘치기 전에 그걸 억지로 선취하려는 것 같았다. “

p131 “ 나는 대학에 들어온 이후의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걸 공허함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일시적인 결핍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했다. “

p138 “ 산다는 것의 허무함, 그걸 알든 모르든 그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허무함이 가즈코코의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가즈코는 그 청년도 역시 그 허무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52 “ 그렇다. 추억은 가까운 추억이든 먼 추억이든 모두 우리에게서 떠나가고 죽어갈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서 늙어가다 마침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

p159 “ 당신과 약혼한 지 벌써 이 년이나 됐네. 그런데 그동안 당신은 한 번도 내 옛날이야기를, 학생 시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어보지 않았지. “

p168 “ 당신은 내가 묻는 건 무엇이든 답해주었어요. 당신은 그걸 언제든 직접 생각해서 대답해주었잖아요….. 그렇지 않아.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그저 무다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야. “

p172 “ 당신의 부드러움 속에는 언제나 당신이 남기고 온 과거가 느껴졌어. “  

p183 “ 내가 원했던 것은 당신인데 내가 얻은 것은 당신의 몸이었어. “

p196 “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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