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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것들 #앤드루포터 #Andrew_Porter #The_Disappeared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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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빛과물질에관한이론 을 썼던 앤드루포터는 #사라진것들 을 쓴 앤드루포터와는 다르다. 십 여년 이상의 간극이다. 시선의 방향과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다.
흘러간 세월에 무게을 두고 조금은 날랜 글쏨씨로 다양한 울렁임과 충돌과 사랑, 추억 등 유동적인 소재 중심의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던 젊었던 작가는 작가가 된 이후, '생활'과 '지금'을 보내며 '중년남자'로서의 노숙함과 작지만 깊이있는 사유의 문학적 성찰의 결과를 내었다.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변화하는 넓이와 깊이의 격차를 느꼈던 탓인지, 첫 책보다 더 공명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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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편의 단편이 모였다. 내용들을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주로 축소되는 젊음이 서러운 중년이 화자로 출연한다. 그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소실한다. 잃어버리는 것들은 지난 사랑일 수도, 가족일 수도, 젊었을 때 날 움직이게 했던 욕망일 수도 있다. 슬퍼하고 있지만 않다. 사랑(이성 또는 가족)이 오는 모습은 추억으로 아스라해져 버렸고, 이제는 사랑이 떠나는 모습은 세밀한 정물화처럼 선명한 시간으로 남는다.
갈등의 경험은 작품으로 표출된다. 남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걱정하지 말자하고 여자는 인생에 확고한 것은 있어야 한다 말한다. 아니 여자의 말은 남자의 속안에 있는 말이도 하다. 뜨거운 성욕이 가셔가는 관계안에서 상실의 범위와 변해가는 자아의 폭에서 우리가 배워가는 무얼까 하는 '중년남자'의 자기독백 전체 작품에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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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는 늙어가는 남자의 문학적 뒷풀이라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을 피할 수 없으면 필사적으로 느끼고 배우고 남기려 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작가의 삶이나 대한민국에서, 다르지만 비슷한 '중년'을 보내는 나나, 어쩌면 남은 평생을 고치안에서 '가만히' 숨쉬고 살아가는 법을 연습하는건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작품으로 나는 다른 무언가로 살아있음을 표내고 싶어하는건 아닌지. 여성독자들은 느끼기가 조금 어려울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때리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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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보내며 며칠 전 밤에 읽은 이 책이 계속 떠올렸다. 작가가 생각하는 아픈지점에 대해 좀 더 민감하다. 조금 오버 하면 난 더 거친 삶을 산다. (상대적으로 한국인의 삶을 생각했다.) 세상에 죄송할 일이 많고 세련되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하며, 눈물은 안으로 흘리며 웃으며 이야기 할 줄 알는 '대한민국' 중년의 삶은 사실 남 못지 않게 고단하긴 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론 저자의 고통과 질적 차이는 없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먹고사니즘'과 연인의 주인공보다 조연으로 존재해야 하는 삶은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별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한편한편, 최소한 같이 늙어가는 내겐 소중한 작가, 소중한 작품으로 읽혔다. 주관적인 판판이다.
✍ 한줄 감상 : 동시대인들(특히 중년남성)의 상실감과 공허함을 고요하지만 힘있게 이야기하며 위로든 시비든 생각하게 만드는 욕심 많은 단편집.
덧,
사실 요 며칠 무척 좋지 않다. 가족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사는 인간들의 괴롭힘은 명절이라는 시점에 맞춰 견딜수 있을 수준으로 자기모멸을 불러오며, 명절을 끝낸 '사업주'의 본전생각은 월급쟁이의 삶에 을 유지하기 위한 내 발버둥을 채직질할 뿐이다. 알고 있는 반복. 괴로움은 귀찮음으로, 귀찮음은 자기 파괴본능으로 넘어 가려 어른거리고 있다. 뭐든 자존을 지키는 삶의 태도는 일상의 휘몰아침에 질 수 있다 생각한다. 그냥 오늘 같은 날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긴 하다. 물론 자고 나면 괜찮아 지겠지만 말이다. 🤖
p12 “ 자기 집을 침입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침입자의 무장 여부를 막론하고 - 적어도 텍사스주 안에서는 - 전적으로 합법이었다. “
p26 “ 첫 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
p33 “ 그때 우리는 두 해 가까이 사귀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한 여자와, 그리고 마야가 한 남자와 가장 오래 사귄 기간이었다. “
p148 “ 이언이 내게 무언가를 투사하거나 내가 이언에게 무언가를 투사하는 거라고. 아버지와 아들이란, 상담사는 막연하게 말했다. “
p187 “ 아이들이 있으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잡다한 데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
p230 “ 우리가 다른 단계로, 좀더 깊은 단계로,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저멀리 마당 끝자락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그곳 어둠 속 어딘가로 그들이 돌아왔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
p267 “ (나이들어감)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
p285 “ 한동안 칼리는 어떤 고요의 단계에 들어섰다. “
p326 “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겐 아직 반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 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제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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