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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스운 사랑들

by 기시군 202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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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사랑들 #밀란쿤데라 #민음사 #밀란쿤데라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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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은 내 인생책이지만 #불멸 이나 #농담 은 그 정도의 감흥은 없었다. 밀린 책들 사이에서 다시 쿤데라를 챙길 생각은 없었는데, 누군가 진정한 쿤데라를 느끼려면 이 책 ‘우스운사랑들’을 읽어봐야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근본적으로 쿤데라는 희극적이다. 니체의 영혼회귀 등은 빼고 조금 '원초'에 더 가까이 다가가 쿤데라를 다시 즐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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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단편이다.

*누구도 웃지 않으리
대학교수라는 직업과 20살의 젊고 이쁜 클라라를 애인으로 두고 평화로운 시간(술마시고 여자 유혹하는 일들) 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어느날 수준 미달의 ‘체코 회화’에 대한 논문에 대한 평을 해달라는 잡지사 편집장의 요청이 날아왔다. 느낌적인 느낌은 이 논문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였다. 적당히 모호하게 처리를 피하고 있는데, 어느날 그 논문의 저자 ‘자투레스키’가 찾아오면서 나의 일상은 흔들린다.

*영원한 욕망의 황금 사과
내 친구 마르틴은 어떤 상황, 어떤 여자에게도 작업을 걸 수 있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 지방 병원 간호사와의 로맨스(?)를 완성하기 위해 마르틴과 난 프라하를 떠나 바쁘게 그곳으로 달린다. 물론 가는 도중에 만난 소녀에게 작업을 거는 틈새시간 공략도 잊지 않는다. 😅 그런데 시간이 얼마 없다. 마르틴은 빨리 작업을 마치고 프라하에 있는 새색시에게 돌아가야 한다.

*히치하이킹게임
조금 오래된 연인은 여행을 떠났다. 지루한 운전 중 돌발적으로 둘은 역할극을 시도한다. 연인을 창녀로 대하고 창녀대접을 받은 연인은 돈을 주고 자기를 산 손님에 구속을 받는다. 예정된 목적지는 변경되고 숙소도 바뀐다. 그들에게 스며들었던 '권태'를 쫓아낼 방법을 찾은 건일까?

*콜로키움
병원 당직실, 섹시하지만 미모는 조금 떨어지는 여자 간호사와 학과장, 그리고 내연의 관계인 남녀 의사 이렇게 4명이 술을 마신다. 그리고 한명 더, 그들의 심부름을 하고있는 젊은 청년의사는 조금 바쁘다. ‘남자의 가장 커다란 불행, 그건 행복한 결혼이랍니다. 이혼의 희망이 전혀 없어요p146.’ 같은 농반진반의 취기어린 대화가 평화롭게 이어진다. 물론 취한 간호사가 다른 방에 들어거 나체로 자살을 시도하기 전까지 말이다.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도록
그녀에겐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다. 죽은 남편의 묘지를 10년 분양받았는데 재계약 시점을 놓쳐버린 것이다. 찾아간 묘지자리엔 이미 다른사람의 묘가 들어서 있다. 아들에게 어떻게 변경을 해야하나 속상하다. 그런 그녀에게 나름 나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우연히 15년 전 원나잇을 즐겼던 젊은남자를 다시 만났다. 스무살의 남자에게 멋진 첫경험을 선물해준 섹시한 중년의 그녀의 모습은 35살이 된 남자에 머리속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다시 구애를 하는 남자을 앞에 두고 그녀는 고민에 빠진다. 욕망은 일어나지만 늙어버린 몸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다.

*이십 년 후의 하벨 박사
놀아볼 만큼 놀아본 늙은 하벨박사는 아직도 아름다운 여배우 아내를 두고 있다. 몸이 아파 요양원으로 떠난 그를 지방 요양원은 그저 배나온 할아버지 취급을 한다. 급하게 프라하로 연락을 해서 여배우 아내를 호출해 팔짱을 끼고 온 동네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의 보는 눈이 달라진다. 특히 박사의 마사지치료를 담당하던 콧대높던 여자치료사의 태도는 극적으로 달라진다.

*에드바르트와 하느님
힘들게 지방학교 교사가 된 그는 아름다운 알리체에 반해 대쉬를 하지만 까인다. 그녀가 혼전순결을 지키는 독실한 신자라는 이유때문이다. 무신론자지만 그녀와 잠자리를 위해 교회에 같이가 회개를 하는 척 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학교는 종교인을 교사로 둘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힘들게 구한 직장이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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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다. 쿤데라는 선명한 욕망이라는 감정에 대한 긍정, 그 어떤 체제, 가치, 의미도 한 개인의 고유한 ‘욕망의 지향’을 제재할 수 없고, 제재를 가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작가의 신념을 단편집 전체에 흩뿌려놓고 있다.  

씽긋 웃으며 우리가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이성과의 관계 속에서 ‘완전한 자유로운 어떤것, 아무 의미없는 것, 도로 물릴 수 있는 어떤 것p77’을 즐기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는다. 세상엔 얼마나 중요한 가치들이 많은가 진지하게 토의하자는 자세가 아니다. 사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사랑’들 ‘신념’들 중 우습지 않은것이 있긴 한거니 ? 하는 빈정거림마져 느껴진다. 웃는 얼굴에 각잡고 정색하는 것 처럼 유치한 것도 없는 법이다. 이 정도 읽는 재미를 주는 책도 드물다. 다시 쿤데라를 잡은 보람이 느껴진다.

✍ 한줄 감상 : 시대와의 불화는 ‘섹스’를 통해 보여주는것이 확실하다고 믿는 쿤데라의 깔끔한 코메디 모음

덧,
의외였다. 깊게 사유해야할 문장들 사이로, 다 비운것 같은 자세의 플롯이 마음에 든다. 조금 더 젊은 쿤데라는 남자들의 비밀을 마음껏 폭로한다.  😘 원래 남자라는 종족은 몸에 성기가 달려있는 구조가 아니라 성기에 뇌와 기타등등의 신체기관가 달린 족속이라하고 않았던가. 시대이야기와 변명 비슷한 몇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다 접고 그저 즐기기로 했다. '변명 비슷한 몇가지 생각'은 덧글로 남긴 발췌글을 참고해 주시면 되겠다.

모두들, 덜 힘들고 더 즐거운 명절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 😄 같이 남긴 사진은 몇년 전 완전히 없애버리기 전 집에서 차렸던 차례상이다. 평생을 집에선 착한 유교보이로 살아왔던 과거의 흔적이다. 별로 기분좋은 기억은 아니다. 차례가 없어도 '일'들은 있으니 나도 내일하루 잘 버티겠다고 다짐 중이다.

p12 “ 우리는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간다. 기껏해야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것을 얼핏 느끼거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눈을 가렸던 붕대가 풀리고 과거를 살펴볼 때가 돼서야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

p42 “ 사람들의 삶에는 모두 헤어릴 수 없는 의미들이 있어요. “

p77 “ 마르틴은 살아 내는 것을 나는 놀이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 여러 여자와 보내는 내 인생 전체가 다른 사람들의 모방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

p109 “ 그녀는 왜 진지함과 가벼움을 함께 가지지 못하는지 자신을 탓했다. “

p125 “ 그녀가 정신적으로 그에게 낯설수록 그는 육체적으로 더 그녀를 욕망했다. 영혼이 낯설다는 사실이 그녀 육체를 더 눈에 띄게 했다. “

p163 “ 그녀의 엉덩이는 더 이상 엉덩이가 아니라 슬픔 그 자체, 춤추며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기막히게 근사한 모양의 슬픔이었다. “

p181 “ 과장님. 그건 옷을 벗는 게 아니라 옷 벗기의 슬픈 노래, 옷 벗기의 불가능성에 대한, 삶의 불가능성에 대한 노래였습니다. “  

p223 “ 인간의 가치 전체는 바로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다는 데에, 자기 자신의 테두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데에, 다른 사람 소겡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

p225 “ 늘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너무도 많은 시간을 과거에 할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요!”

p275 “ 실제로 에로틱한 매력은 균형보다는 독창성에서 나타나는 거지요. 절제보다는 풍부한 표현에서, 그리고 진부한 귀여움보다는 정상을 벗어난 것에서 “

p323 “ 내 삶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서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살아갈 수 없을 거예요.”

p344 “ 그녀는 이제 그에게 단지 몸과 생각과 살아온 세월의 우연한 조합, 비유기적이고 임의적이며 불안정한 조합일 뿐으로만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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